현금 없는 통제 사회
세상이 바뀌었다. 오래된 동전과 종이 지폐는 이제 그저 과거의 유물이 되어버렸다. 사람들은 현금을 사용하지 않게 된지 오래였다. 모든 거래는 디지털로 이루어졌고, 그 속에서 사람들은 자유라는 단어를 잃어버렸다.
지금은 2050년. 은행 계좌, 스마트폰, 그리고 심지어 사람의 얼굴까지가 거래의 수단이 되었다. 정부는 ‘디지털 통화’라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고, 그 시스템 속에서 모든 거래는 실시간으로 감시되며 기록되었다. 사람들은 ‘블록체인’이라는 불가침의 안전장치 속에 자신의 소유권을 인정받았지만, 그 대신 어느 누구도 그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 통제 사회에서, 루나는 하루를 시작하는 데마다 느꼈다. 일어날 때부터 밤이 될 때까지, 그녀의 모든 행동은 감시 카메라와 스마트 기기들에 의해 기록되고 있었다. 길을 걸을 때도, 식사를 할 때도, 대화를 나눌 때도 모두 스마트 기기에 의존했고, 그 기기들은 언제나 그녀의 ‘신용 점수’를 평가하고 있었다. 그 점수는 그날그날의 삶을 결정짓는 중요한 지표였다.
“너의 점수가 낮아. 커피 한 잔이 허락되지 않아.” 스마트폰 화면에 뜬 메시지에 루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인가 점수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었고, 그 점수가 낮으면 사회에서 점차적으로 제외되었다. 기본적인 서비스조차 누릴 수 없게 된 사람들은 점차 길거리에서 사라졌다. 루나는 그들의 모습을 기억한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들을 돕지 않았다.
정부는 언제나 말한다. “이 시스템은 모두를 위한 것이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는 모두 협력해야 한다.” 그러나 루나는 알았다. 그 말 속에는 모두를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한’ 것이었는지에 대한 진실이 숨겨져 있었다. 이미 부유한 자들은 그 시스템을 통해 더 많은 자원을 쌓고, 빈곤한 자들은 점점 더 추락해갔다.
“모든 시민은 공평하게 기회를 누린다.” 그 말은 공허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시스템의 심장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기술을 이용해 모든 것을 통제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언제나 차가운 디지털 화면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며, 사람들은 그저 데이터로 전락한 존재일 뿐이었다.
루나는 알고 있었다. 이 체제를 거스르는 방법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바꾸려는 작은 희망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이 바로 인간으로서 남아 있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른다.
한 번은 루나가 우연히 고대의 서적을 찾아냈다. 그것은 현금을 사용하던 시절의 경제에 대한 기록이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한 줄의 문장을 발견했다. “자유는 선택에서 비롯된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루나는 그 문장이 지금의 자신에게 필요한 해답이 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녀는 디지털 통화에서 벗어나기 위한 첫 번째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그 순간, 세상이 그녀를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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