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구 군수가 예산군의회 본회의장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무한정보신문

예산군의회 군정질문

예산군이 특정 인물에 의존해 주요 정책·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군 발전에 장기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예산군의회는 올해 마지막 회기인 제309회 정례회 기간 동안 군정질문을 진행한 가운데, 11월 25일 열린 제2차 본회의 대 집행부 질문 첫날 첫번째 답변자로 나선 최재구 군수에게 “특정 인물과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아야 한다”고 주의를 요구했다. 여기서 언급된 인물은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다.

군에 따르면 침체됐던 예산상설시장이 올해 들어 370만명 방문객이 다녀가고 누적인원 740만명을 기록할 정도로 하루에 몇천명씩 모이는 명소가 된 지 1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해 4월 군과 백 대표가 지역상생 프로젝트로 예산시장을 재개장·운영해 거둔 성과다. 

이처럼 시장이 호황을 누리자 건물주들이 임대료를 지나치게 많이 올린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가게를 빌려 영업하는 상인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백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고 현재 예산상설시장 일원 건물 임대료 변화를 규정하며, “여차하면 마음에 맞는 상인들과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도심 낙후지역이 활성화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예산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공개적으로 꼬집은 것인데, 백 대표의 이같은 태도와 입장이 또 다른 우려를 낳고 있다.

이상우 의원은 “백 대표와의 협력은 큰 기회이지만, 과의존할 경우 군이 중요한 의사결정과정에서 뒷전이 되는 수가 있고, 지역의 독립성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할 수 있다”면서 “집행부는 지역 고유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다양한 협력 네트워크를 통해 예산군만의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특정 인물의 개인적 영향력에 지나친 의존 시 예산군 브랜드가 특정 인물·기업에 종속될 우려 △개인·기업이 예상치 못한 이유로 협력관계를 종료하거나 활동이 축소될 경우 군이 입을 수 있는 손실 막대 △특정 인물·기업에 의존한 지역이 그들의 활동 중단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은 국내외 사례 다수 존재 등을 위험 요인으로 짚었다.

그가 집행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군-더본코리아가 협력해 추진하는 사업은 △신활력창작소 조성·운영, 33억4100만원(국비 20억4100만원, 군비 13억원)-구 보건소 리모델링 통한 창업 인큐베이팅 공간, 평생학습관 △예산시장활성화, 5억원(도비 1억1000만원, 군비 3억9000만원) △예산시장오픈스페이스 조성, 36억원(국·도비 각 5억원, 군비 26억원)-지붕설치·방수·창호설치 등 △예산시장 TFS텐트 임시영업 운영, 군비 3억원 △전통주 체험단지 조성, 76억원(지방소멸대응기금 50억원, 군비 13억원, 민자 13억원), 구 대률초등학교 부지에 양조시설·전시실·교육체험 등 시설, 2025년 10월 준공 예정 △삽교시장 곱창거리 조성, 36억원(도비 15억원, 군비 21억원) △2024 제2회 예산맥주 페스티벌, 군비 5억원 △2024 제3회 예산글로벌푸드 챔피언십 요리대회, 군비 1억5000만원 △제14회 대한민국 명주대상, 군비 1억5000만원 △백술도가 이전, 민자, 더본코리아가 구 충남엽연초 건물을 매입해 주류사업부서 이전 조성 △지니스램프 조성, 민자, 연예인 마케팅 활용 원도심 지역 소규모 양조장 조성 △동행창작소 조성·운영, 23억3400만원(국비 14억원, 도비 2억8000만원, 군비 6억5400만원)-더본축제지원센터 등으로 운영 △6차산업형 농공단지(늘해랑 프로젝트), 민자, 6차산업형 늘해랑 농공단지 조성 △더본호텔 조성, 민자, 예산시장 주변 숙박시설 필요에 따른 대응 △JTBC예능프로 촬영장 제작 지원, 16억2000만원(도비 3억원, 군비 3억2000만원, 민자 10억원), 더본코리아는 촬영장 스튜디오 내부를 조성하고, 군은 도군비를 들여 전기·상수도 인입공사, 하수도 공사, 방송홍보제작비 지원 등 총 15개 사업에 236억9500만원이다.

이 의원은 “더본코리아가 글로벌 외식 기업이기에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사업 내용 대부분이 요식업 관련된 점”을 우려했다. 

나아가 “군이 추진한 신활력창작소·동행창작소 조성·운영 같은 사업도 요식업으로만 너무 치우쳐 있다”며 “한정된 재원과 행정역량을 특정 기업과의 협력 사업에만 집중한다면 군의 다양성과 균형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특히 다른 분야의 기업이나 단체와의 협력기회가 배제될 가능성은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최 군수는 “예산상설시장이 전국에서 전통시장의 모델로 인식되면서 군을 알리는 최대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1~2년 사이에 이렇게 변화·발전시키는 일이 쉽지 않다”며 “개인 최재구가 아니라 예산군의 군수라는 점에서 군 발전이 된다면 그 어떤 사람과도 손을 잡아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마침 그 사람이 백종원이었다”며 사사로운 이유로 백 대표와 손을 잡은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어 “주민에게 피해를 주는 사업 파트너에게 쉽게 넘어갈 사람이 아니다. 이건 믿어줘도 좋다”며 “더본과 사업이 잘못하면 군정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듣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도록 유념하고 있다. 현재 백종원 관련 문제가 언론을 통해 제기되고 있다. 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가 2년 동안 쌓아온 공든 탑이 한번에 무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협조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