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 중인 쌍용자동차의 인수전에 르노닛산 얼라이언스가 뛰어들며 쌍용차 인수전이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쌍용차 관계자는 28일 “르노닛산이 쌍용차 인수의향서(LOI) 제출 마감일인 이날 오후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르노닛산 외에 인도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제조업체인 마힌드라그룹과 국내 사모펀드인 서울 인베스트먼트, 대우버스의 대주주인 영안모자 등 7곳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르노삼성차를 자회사로 가진 르노닛산이 쌍용차를 인수하게 될 경우 쌍용차는 조기에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는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쌍용차 내부에서는 과거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매각됐다가 실패한 경험 때문에 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업체보다는 르노닛산처럼 인지도 있는 글로벌업체에 팔리는 게 낫다는 여론이 높다.

르노닛산으로서도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소형차 위주에서 벗어나 취약점이던 SUV의 라인업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국내 자회사인 르노삼성 역시 취약한 SUV와 대형차 라인을 강화하는 등 적지 않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의 라인업은 현재 4개(SM7, SM5, SM3, QM5)밖에 없어 시장을 주도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쌍용차는 액티언·로디우스·렉스턴·카이런 등 SUV와 체어맨 등 대형 승용차를 지니고 있다. 황순하 자동차 평론가는 “닛산 소형차인 ‘마치’ 등 르노닛산의 다른 모델을 생산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며 “르노닛산으로서는 향후 새로운 중·대형차 모델 개발과 생산을 위해 생산라인을 확보하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계에 달한 르노삼성의 가동 능력에 숨통을 틔워 주겠다는 복안도 깔려 있는 듯하다. 연간 30만 대(3교대 기준) 규모의 생산 능력을 가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밀려드는 주문 때문에 지난해 48대이던 시간당 생산량(Uph)을 현재 60대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쌍용차 관계자는 “쌍용차 생산라인이 현재 비교적 여유 있어 르노삼성이 이를 활용한다면 생산라인을 새로 까는 것보다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건은 매각 조건이다. 고용 승계나 기존 모델 및 라인 유지 등의 문제를 두고 쌍용차와 르노닛산 간에 시각차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특히 과거 강성 노조였던 쌍용차 노조를 인정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매각 대금 합의도 숙제다. 쌍용차 관계자는 “르노닛산 측이 연구개발(R&D)과 시장 개척 등 장기적인 비전 없이 현재 부족한 생산 능력만을 확보하기 위해 뛰어들었다면 매우 낮은 인수 대금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며 “그렇게 되면 좋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 다른 업체로 저울이 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인도업체 마힌드라는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쌍용차의 SUV 기술을 확보하고 싶어한다.

이번 매각은 쌍용차가 구주와 똑같은 물량(3612만 주)의 주식을 새로 발행해 제3자 배정으로 넘기는 형태이며, 인수자는 전체 주식의 ‘50%+1’주를 소유해 경영권을 확보하게 된다. 매각 대금은 쌍용차의 현 주가를 감안할 때 3000억~4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매각 주간사인 삼정KPMG와 맥쿼리증권은 인수 의향 기업들로부터 7월 20일까지 인수 희망 가격 등 매각 조건을 명시한 최종 입찰제안서를 받은 뒤 8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