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차를 타면서 단 한 번도 경적을 울린 적이 없다.

앞으로도 경적을 울릴 생각은 없다.


어제 편측 1차로 양측 합쳐 2차로 좁은 길에 교회 버스가 하나 섰다.

그것도 옆에는 봉고가 대어져 있는데 그 옆에 섰다.

버스와 봉고 사이의 거리는 1미터 50~80 정도.

그 사이로 차가 지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 모양이다.

버스 안에는 10대 후반~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교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즐거운 표정으로 신나게 떠들고 있는 듯 했다.

나는 뒤에서 멍하니 기다렸다.

알아서 어련히 빼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버스에 비상등이 들어 왔다.

비상등은 이미 넣었어야 하지 않았나 싶었지만,

이제 슬슬 나가겠다는 출발의 신호로 넣은 게 아닌가도 싶었다.

하지만 버스는 미동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있는 우측 차선 뒤에 차가 줄을 섰고,

버스 앞쪽으로 왼쪽 차선에도 차가 꽤나 쌓였다.

차들은 시끄럽게 경적을 울려댔다.

그러다 약간 성격이 급해 보이는 터프하게 생긴 사람이 차 문을 열고 내리더니,

버스기사에게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선 그는 다시 자기의 차로 돌아갔다.

버스는 미동도 없었다.

버스 안의 교인들은 여전히 도로 사정은 신경도 안 쓰이는지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그러다 우측 좁은 골목에서 한 명의 교인이 나오더니 버스에 탔다.

그와 동시에 어떤 사람이 차에서 내려 버스기사에게 뭐라 항의를 하는 듯 했다.

버스는 항의 때문인지 교인을 태웠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움직였다.

나는 버스를 따라 움직였다.

그러나 움직인 건 고작 1미터 정도. 사정은 아까와 똑같았다.

차들은 인내심의 한계에 달했는지 경적을 시끄럽게 울려댔다.

내 뒤엔 차가 10대가 섰고, 맞은 편에는 7대 정도가 섰다.

아까의 터프하게 생긴 남자가 내려서 버스문을 두드렸다.

이번엔 화가 꽤나 많이 나 보였다.

버스는 그제서야 다시 또 움직였다. 이번엔 3미터 정도. 그것도 1미터씩 3~4번에 나눠서.

나는 버스 뒤에 붙었고, 버스와 내 차 그리고 트럭 사이에 공간이 생겼다.

맞은 편의 차들은 하나씩 빠져 나갔고,

그러고서야 내 뒷차부터 해서 하나씩 빠져나갔다.

마지막으로 내가 빠져나가려고 하기 직전,

버스엔 승객 2명이 탔고, 버스는 움직였다.

떠나는 순간에도 버스에 탄 교인들은 즐거워 보였다.

버스 앞에서 교차로까지의 거리는 20미터,

그런데, 버스는 분명히 앞으로 더 뺄 여유가 있었음에도 왜 거기서 멈춰 선 것일까?

버스 앞에 차가 서 있는 것은 분명히 아니었다.

도로에 들어온 것은 버스와 내가 거의 동시였으니까 난 버스 앞의 사정을 안다.

처음부터 4~5미터만 앞으로 뺐었으면, 아님 다른 곳에 차를 세웠더라면 이럴 일이 없었을 텐데...

난 정말 교인을 혐오하지는 않지만,

엄밀히 따지지만 난 기독교인이기에 오히려 그들을 반기는 입장이었지만,

계속 남의 집에 불쑥 들어와 종교를 강요하거나 이번처럼 이기적인 행동을 보이면,

난 교인이라는 그 자체를 미워하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