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추석연휴가 지나고 한주가 시작되는 월요일 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오랫만에 학교에 나와서 인지 굉장히 피곤해
보였습니다. 주말만 쉬고 나와도 학교가 낯설고 어색함이 두배가
되었었는데.. 이건 무슨 열흘가까이 쉬고 나오니 처음본 사람들
처럼 낯설기만 합니다.

오늘은 교양중국어와 교양영어강의를 듣는 날이었습니다.
교양중국어는 어머니같은 교수님께서 즐겁고 열정적으로 강의를
해주셔서 집중력이 좋습니다. 그렇게 중국어 강의가 끝나고, 나는
나의 교양영어교수님인 존을 만나러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존교수는
나를 보자마자 반갑게 핼로우 라고 인사를 해주었고 나도 핼로우 라고
인사를 반갑게 했습니다. 존 교수는 추석이 굿이었냐 배드였냐 물어주었고
나는 나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렇게 약속했던 강의시간은 다가왔고,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존교수는 수업전에 레이디가가를 아냐고 학생들에게 물었고 레이디가가 그랜파더가
죽었다고 우리에게 알렸습니다. 하지만 학생들은 그랜파더 다이란 말을 못알아들었는지
묵묵부답이었고 존교수는 서툴지만 한국말로 할아버지를 할아보쥐 할아보쥐라고 계속
발음했습니다. 항상 책상만 바라보던 나는 할아보쥐란말에 펑터져 크게 웃고말았습니다.
순간 강의실 분위기는 초겨울마냥 추워졌고, 여학생들은 머리에 피도 안마른 것들이
뭔가 아는지 나를 경멸의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존교수는 내가 웃으니까
즐거웠는지 계속 할아보쥐를 연발했고, 나는 경멸의 시선을 느끼며 머쩍은 웃음을 지었습니다.

경멸의 시선을 느끼면서 듣는 2시간 짜리 수업은 마치 2년같이 느껴졌고 음담패설이 자유로운
군대가 그리워졌습니다. 그렇게 강의가 끝나고 나는 존교수의 피니쉬라는 말과 함께 강의실을
뛰쳐 나왔습니다. 행여 뒤에 학생들이 따라나올까 미친듯이 앞만보고 달리던 나는 나자신을
자책하기 시작했습니다 " 이런 변태 보쥐가 뭐길래 거기서 웃은거야.. 여자는 성공의 방해요소라고"
나 자신을 자책하며 주차장으로 가 차를 빼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내일은 어떻게 살아야할지..

존교수는 할아보쥐란 유머에 웃었지만
복학생은 할아보쥐란 유머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오늘은 정말 슬픈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