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꼬마횽.

간만에 쉬는날. 마누라랑 애도 무슨 모임 나가 버리고 혼자 쉬느라 잡글 쓴다.


오늘은 양산 <-- 이라는 것에 대해 끄적거려볼까 한다.



인터넷 게시판에서 흔히 도는 말 중에서 참 의미 없다는 생각이 드는 말들이 아래와 같은 말들이다.
\'GM에 얼마나 높은 기술이 축적되어 있는데\'
\'원래 직분사는 누구 기술인데\'
\'현대가 수소연료전지차 기술이 상당한데\'

ㅋㅋ... 이거 \'우리집에 금송아지 스무마리 있다\' 이 말과 별로 틀리지 않다.
왜냐고? 전혀 평가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평가라 해봐야 홍보용 자료 기반한게 다인데, 뭘 가지고 평가를 하냐고?


BMW나 벤츠같은 유럽업체들이 자동차업계의 선두주자로 공인받는건 다 이유가 있다.
신규 아이템들에 대해 그들이 항상 제일 먼저 \'양산\'을 하기 때문이다.
남들 다 하드와이어로 일일이 선 딸 때, CAN이라는 네트워크 기반 통신을 차량에 제일 먼저 접목한 것이 걔네들이고,
(BMW는 남들이 이제 다 CAN으로 쫒아오니 Flex-ray라고 bus capacity가 100배에 달하는 신규 아이템을 연구하더니 이미 양산까지 해버렸다.)
ABS니 ESC니 SCC니 프리크래쉬브레이킹이니 하는 섀시제어도 다 저런데서 먼저 양산했고.
자동차 제어기술 중 다수가 유럽 메이커가 양산을 하면서부터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자동차 회사는 당연히 선행기술에 대해 아낌없이 투자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양산되지 않은 기술은 아무 의미가 없다.



1. 프리우스
전기/하이브리드차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업계 사람들은 당연히 도요타 등의 일본업체를 최고로 꼽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이고.

내가 이런말을 인터넷에 쓰면, 몇몇 미국빠/독일빠들이 발끈한다.
\'뭔 소리야. 전기차 기술은 GM이 블라블라~\' \'독일에서는 이미 블라블라~\'

다 필요없다. 도요타는 1997년에 프리우스를 \'양산\'했다.
지금까지 팔아치운 누계가 프리우스만 해도 장장 2백만대에 달한다.

양산을 하면서 얼마나 많은 문제점이 걸러지는지는 다들 알지? 다들 신차는 6개월 지나서 사라고 그러잖아. (사실은 1년도 더 걸리지만.)
도요타는 하이브리드에 관한 한 200만건의 생산/필드문제/워런티에 대한 노하우를 보유한거다.
이 차이는 단순히 \'어디어디 선행연구소에서 블라블라.. 성능이 획기적으로 블라블라..\' 이딴 보도자료따위로 설명할 수 없는 엄청난 자산이다.




2. 소싱
글로벌 굴지의 자동차 회사들 - GM, VW, BMW ..... - 등이 신차를 구상하면
각 파트와 시스템에 대한 개괄적인 컨셉을 잡고나면, 각 파트/시스템에 대한 supplier를 정해야 하잖아.
이 과정을 통째로 보통 \'소싱\'이라고 말하는데...

소싱의 절차가 대충,
OEM에서 사전 떡밥을 흘리면 supplier들에서는 각종 techshow와 presentation 등을 통해 사전영업을 하고.
그러고 나면 OEM에서 RFQ라는걸 뿌려. (Request for Quotation) 견적에 참여하라는 거지.
SOR(State of Requirement)같은것도 이 쯤해서 나가고.
그러고나면 각 supplier들이 OEM의 요구사항(SOR)분석하고 어쩌고 하면서 모델제시를 하고 가격견적을 내지.
그러면 OEM에서는 견적가와 그간 평가한 모든 engineering사양(성능/품질/납기조건 등등....)을 종합해서 결정을 해. 이 시스템은 XX사에게 낙찰!


여기서 양산실적이 없다? 그러면 아예 RFQ자체가 안나와. 아예 비딩에 참여할수조차 없다는 말이지.
각종 demonstration나 simulation등을 통해서 성능이 엄청나게 좋은걸 확인했더라도,
그걸 양산으로 연결해본 회사가 아니라면 OEM으로서는 믿을 수 없으니까.
(그래서 세계적 규모의 부품회사는 세계적 규모의 자국 OEM이 없으면 나올 수가 없어. 누군가는 믿고 첫빠따를 맞아줘야 하거든. )

그것 때문에 국내에 있는 부품업체들에게 GM대우는 매우 중요한 고객 중 하나야...
GM의 소싱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글로벌 양산실적을 만들어 가는데 엄청나게 중요한 이벤트이니까.
(GM대우 통해서 T300이나 J300같은 글로벌 차량들의 소싱에 낙찰되면 그 즉시 GM global의 supplier list에 오르는 거야. 그러다보면 GM북미에도 직접 소싱할 기회가 생기는 거고. 그렇게 GM실적 쌓다보면 Ford나 CX같은 곳에도 양산실적을 들이밀며 소싱에 참여할 수 있게 되고...)



3. 깡
재빠른 양산에 제일 중요한게 뭔지 아냐?
깡이다. 깡. 하나 덧붙이자면 자신감이고.

모든 \'최초\' 아이템은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그게 세계최초이건 국내최초이건 자사최초이건 간에 말이다.
처음 사는 얼리어답터들은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거다.

선행연구소라는 곳 가 보면, 세상에 그렇게 널럴한 곳이 잘 없어.
목에 칼이 날아드는 dead line이 없잖아. 필드문제도 안 생기고.
성능? 어차피 걔들만 아는 아이템 걔들끼리 평가하는데 외부 자료야 적당히 공갈쳐서 내보내면 되는거고,
이슈는 내부적으로만 관리하면 되고.

이랬던 선행아이템이 양산으로 넘어오면? ㅎㅎ 회사 그만두는 사람들이 슬슬 생긴다.
업무 로드가 완전히 틀리거든. 
시스템은 아직도 불안정한데 양산날짜는 슬슬 다가오고.
공장에서는 설계대로 물건이 안빠진다고 연일 불만을 토로하고.
전세계에 뿌려진 수많은 프로토차량에서 연일 다른 문제가 터져나오고.
생각치도 못했던 오류로 하드웨어 설계가 바뀌고, 그것때문에 타 파트나 제어기까지도 다 수정하는 어려움에 부딪히기도 하고.
몇백만줄짜리 코드에 숫자 0을 1로 잘못 써넣은 것 하나때문에 필드문제가 생기고.
시스템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소비자들은 하등 쓰잘데기 없는 걸로도 시비를 걸어오고.
언론에서는 연일 \'씨발 구리네\' 이딴 기사가 터져 나오고.


\'저런 외부 변수들까지 다 control할 수 있다! 씨발 무조건 하자!\'
\'혹 초반에 품질문제 발생하고 필드에서 물어주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시기에 이거 양산해야 된다. 안그러면 뒤쳐진다!\'
이거 솔직히 깡이거든. 물론 어느 정도는 실력도 있어야 되니까... 좋게 말하면 자신감이고.


난 chassis 엔지니어야. 엔진 등 기타 part에 대해서는 그닥 잘 모르지.
그렇다 하더라도 현대의 직분사엔진 라인업 구축, 하이브리드 양산, ESC>SCC>LDWS 등 신기술들의 빠른 도입 등에 대해 매우 호의적이야.
결국은 빨리 양산한 놈이 앞서나가는 거야. (물론 최초는 아니지만.)

여기서 피보는 사람들은 딱 둘 있지.
실무자들이랑 얼리어답터들.
실무자야 어차피 그짓 하라고 월급 주는 거니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거고.
첨 산 사람들은 병신될 확율 높지만. 어쩔 수 없어. 모든 신기술은 결국 많은 디버깅을 통해 완성되어 가는 건데, 양산을 안하면 이게 잘 안되거든. -_-





ps>
서두에 썼었어야 하는데...
내가 말하는 양산은 그냥 단순히 공장에서 찍어내는 걸 말하는 게 아니라,
system design --> application --> manufacturing --> field warranty 및 feedback --> 제품 안정화 까지의 전체 사이클을 이야기하는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