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 회사 000 부사장과 절친한 친구인데 이미 다 이야기해 두었으니 다음주까지 주문한 차 집으로 보내줘요." "2주 전 예약번호 C1378SFxxx으로 계약한 신차는 저희 국장님께서 급히 사용하실 차량이니 올해가 지나기 전에 보내주셔야 합니다. 반드시 연말까지입니다."

올해로 예정된 노후차 교체 세제혜택 종료를 앞두고 하루라도 빨리 차를 인도받으려는 고객들의 등쌀에 국내 자동차영업소 직원들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회사 고위층과의 친분을 내세우는 것은 그나마 애교에 속한다. 심한 경우 국가 기관 고위 관료를 사칭하거나 영업소를 직접 찾아와 돌출행동을 하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주문이 많이 밀려있는 신차를 주문한 고객이 연말까지 차를 인도받는 것이 어려워지자 매장을 방문해 전시장에 진열된 차량에 흠집을 낸 후 그 차를 자신이 인수하겠다고 우기다 담당직원에게 제지당한 일이 있었다"면서 "앞다퉈 차를 달라는 고객들의 협박아닌 협박(?)에 영업직원들의 마음고생이 심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문한 자동차 출시를 앞당겨달라는 고객들의 요구가 거세지자 자동차업체들의 마음도 바빠지고 있다. 주문과 동시에 인도 가능한 날짜를 고객들에게 일일이 알려주기는 했지만 며칠 차이로 세제혜택을 놓칠 처지에 놓인 고객들의 사정을 모른 체 할 수 없어서다. 때문에 주문이 많이 밀린 자동차업체들은 올 크리스마스 휴가를 반납하고 차를 생산하기로 하는가 하면 일부 수입차는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차량을 들여와 고객들에게 인도하고 있다.

다양한 신차 출시로 주문이 쌓여 있는 현대ㆍ기아차는 전 공장에서 거의 매주 특근을 실시하고 있다. 특히 신형 <U>쏘나타</U>, 투싼ix, 신형 <U>에쿠스</U>, 쏘렌토R, K7 등 신차를 생산하는 라인은 주말 외에 크리스마스 휴일에도 특근을 실시해 대기수요를 출고로 연결시키려는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 관계자는 "청탁에 의해 출고 순서를 바꾸면 누군가는 피해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떠한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보다는 가능한 한도 내에서 차량 생산을 늘려 고객에게 도움을 주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U>한국도요타</U>는 일본 공장의 차량 여유분을 \'싹쓸이\'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도요타 브랜드 론칭 당시 한국도요타는 올 연말까지는 매월 500대 안팎의 차량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노후차 세제혜택 때문에 지난달 840대를 들여온 데 이어 12월에도 비슷한 수량의 차를 고객에게 전달할 방침이다.

한국도요타 관계자는 "올해까지는 월 500대, 내년에는 월 700대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목표였고 지금도 변함이 없지만 지난달과 이번달은 노후차 교체 세제지원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어서 본사에 양해를 구하고 가능한 많은 차량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