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한옥집 앞은 지난 30년간 동네주민들 합의하에 집 앞에 주차(도로소통 문제 x, 이면도로 끝)를 해왔다. 

빼달라면 빼주고, 앞으로 들어가달라면 들어가주며 배려하고 서로 인사를 건네오던 동네인데 얼마전 허벅지에 큰 문신을한, 덩치가 나보다 큰 이상한 여자가 근처 빌라 반지하에 이사를 오며 트러블이 시작됐다.

앞에 차들을 막아두고 도대체가 전화를 받지 않으며 설령 수십통 끝에 전화를 받는다고 해도 두세시간이 지나 차를 빼는 것이다. 나에게 연락온 마지막 문자는 "경찰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해서 불가피하게 차를 가져왔습니다. 주차 배려 부탁해요."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6개월에 2개월 정도만 갑자기 나타나 주차를 하던 빌런이었으므로 차주들은 불안에 떨었으나 어느 날 갑자기 사건이 발생했다. 이면도로 모든 차들에 불법주차 과태료 딱지가 붙기 시작한 것이다. 본인은 일주일간 칩거생활을 하여 무려 7개가 중복부과되었다.

주차행정과 공무원은 "원래 그곳은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단속 나가는 곳이 아니"라고 한다. 불법 여부도 따지기 어렵다고. 누군가가 지속적으로 민원을 넣고 있고 (매일 두번) 어쩔 수 없이 단속 해야 한다는 말을 끝으로 모든 주민들은 황당해하며 차를 뺐다. 잠시라도 주차를 하는 차가 있으면 과태료가 붙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돼녀의 은색 K5가 주차를 시작했고... 주민들의 이목은 집중됐다. "혹시 저 문돼녀가 복귀했을 때 과태료가 붙는지 보자"는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이상하게 문돼녀의 K5가 주차한 날엔 민원이 들어오지 않았고 과태료를 물지 않는다. 

그렇다. 문돼녀는 이사 온지 반년이 안되어 30년 동안 서로 배려하며 주차하고 살아오던 골목을 진상 민원으로 박살 내고 홀로 그 거리를 독차지했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주 지독한 놈이다. 문돼녀가 주차한 2주가 조금 넘는 시간 사진자료를 취합하여 상습 불법주차 신고를 총 14번 넣었다. 과태료 중복 부과는 안되지만 이에 대해 디테일한 해명을 해야 중복부과는 철회된다.

과연 문돼녀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