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7년의 후회 - 2 (완)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75.121) 2024.07.22 19:39:43
조회 308 추천 0 댓글 0

41
"네. 알겠습니다."
박지수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끊는다
"승현아."
"사건입니까?"
"제주도 갔다 와야겠다."
"네. 언제 출발할까요?"
"너 편할 때. 너만 가서 며칠 있다가 오면 돼."
"저만 갑니까?"
김승현은 놀라서 되묻는다
"난 또 갈 데가 있어서. 이미 네 번호 넘겼어. 너라면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거다."
"아 네. 뭐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김승현은 떨떠름하게 대답한 후 탐정 사무소를 나간다
42
"네. 탐정 사무소 김승현입니다."
"···."
"지금 공항입니다. 이제 출발하려고 합니다."
"···."
"아 네. 알겠습니다."
"···."
"괜찮습니다. 네. 비용은 다시 돌려드리겠습니다."
"···."
"네. 알겠습니다."
43
"헛걸음했네."
김승현은 탐정 사무소로 돌아가고 있다
"저건 선배님인데?"
김승현이 박지수가 탐정 사무소에서 나가고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 것을 본다
김승현은 잠깐 고민하더니 박지수의 뒤를 밟기 시작한다
44
"말씀하셨던 거 주시죠."
박지수가 대구 사건 현장 앞에서 경찰에게 말한다
"네. 저기 박스에 보시면 옷이랑 마스크 다 있습니다."
"사이즈는 조절하면 되죠?"
"네. 하시던 대로 옷 입고 누르시면 됩니다."
"과학의 발달은 이렇게 써먹는 거지."
박지수가 혼잣말한다
박지수가 옷을 입고 마스크를 쓴 채 현장에 들어간다
45
"폴로늄이라고 하셨나요?"
박지수가 현장에 있던 경찰에게 말한다
"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구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독극성 물질이라고 합니다. 해외에서는 국가를 배후로 이 물질을 사용하여 암살한 사례도 있고요."
"죽은 상태에서도 방사선이 치사량 수준으로 나오는 겁니까?"
"저희 조사로는 그렇습니다."
"제가 이쪽 생활을 꽤 했지만 국내에서 폴로늄이 실제로 사용된 사건은 처음 봅니다."
박지수가 말한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사의 가닥을 잡는 데 꽤나 어려웠습니다."
"네. 고생하셨습니다. 위험하니까 나가 보시죠. 저도 금방 나가겠습니다."
"문제 있으시면 언제든 말씀해 주십시오."
경찰이 현장 밖으로 나간다
46
"탐문 조사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일가친척이나 이웃 중에 가깝게 지냈던 사람 리스트 있습니까?"
박지수가 현장에서 나와 경찰들에게 말한다
"지금 리스트업 진행하고 있습니다. 완료되는 대로 드리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박지수가 말을 마친 후 주변을 둘러본다
"저는 더 둘러보다가 갈 테니까 먼저 들어가 보시죠. 아 혹시 옷이랑 마스크 바로 반납해야 됩니까?"
"아 아닙니다. 탐정님 쓰시다가 사건 끝나면 주셔도 됩니다."
"감사합니다. 먼저 가보시죠."
박지수는 경찰들을 돌려보낸다
"원래 승현이가 하던 건 데 없으니까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네."
47
"여기도 이거 입어야 됩니까?"
박지수가 울산 사건 현장 앞에서 말한다
"여기도라니요?"
"아 아닙니다. 안에 누구 있습니까?
박지수가 옷을 입으며 말한다
"후배 한 명 들어가 있습니다. 나오라고 할까요?"
"괜찮습니다. 이 옷 제가 좀 가지고 있어도 되겠습니까?"
"아 네. 탐정님 편하게 쓰시고 끝날 때 반납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게 이야기해두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지수가 마스크를 쓰고 현장으로 들어간다
"오셨습니까."
"저를 아십니까?"
"경찰이라면 모를 수 있나요."
"경찰도 저 모르는 사람 많습니다."
"그럼 범죄자들은 다 아나요?"
후배 경찰의 말에 박지수는 후배 경찰을 쳐다본다
"중요합니까?"
"아 아닙니다. 나가 있겠습니다."
후배 경찰이 말한 후 현장을 나간다
48
"주변 의심 가는 사람들 리스트는 있습니까?"
박지수가 현장 앞에서 경찰들에게 말한다
"리스트업 해놨습니다."
경찰이 파일을 건넨다
"살해 도구가 폴로늄이네요?"
"네. 그거 되게 구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어떻게 구했는지 저희도 모르겠습니다."
"국가 정도는 배후에 있어야 된다고 하죠?"
"아 혹시 잘 아십니까?"
"그냥 어디서 들어본 적 있는 거 같습니다."
박지수가 적당히 둘러댄다
"알겠습니다. 이제 제가 탐문부터 진행할 테니까 가보시면 됩니다."
박지수는 경찰들을 돌려보낸다

49
"어 벌써 왔어?"
박지수가 탐정 사무소에 들어오면서 김승현을 발견한다
"네. 이거 꽤 오래 걸릴 거 같아서 짐 좀 챙겨서 가려고 들렀습니다."
"사건이 좀 어렵나?"
"화재 사건이라 증거 찾기도 어렵고 워낙에 외딴곳이라 사람이 잘 드나들지도 않아서 아무래도 좀 그렇습니다."
"그래. 같이 못 가서 미안하다. 고생해라."
박지수가 사건 파일을 보며 답한다
박지수의 말에 김승현은 박지수를 뻔히 쳐다본다
"왜? 더 물어볼 거 있어?"
"선배님."
"어?"
"사건 끝났습니다."
"끝났다고?"
"공항에서 출발하기도 전에 제주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범인 자수해서 안 와도 된다고."
김승현의 말에 박지수가 아차 한다
"그리고 이번 사건 외딴곳 아닙니다. 번화가 한복판에서 일어났습니다. 화재 사건도 아닙니다. 그냥 칼부림이었습니다."
박지수가 자리에 놓인 사건 파일들 옆에 손을 올려둔 채 검지로 톡톡 치기 시작했다
"이제 말해 주시죠 선배님. 그 연쇄 사건이 뭔데 그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김승현의 말에 박지수가 얕게 한숨을 쉰다
"이게 내가 너를 좋아하는 이유였지."
박지수가 가볍게 웃는다
꽤 긴 침묵이 흐른다
"이건 위험해. 당장 내일 살아있지 못할 수도 있어. 그래서 이 사건에 더 관여시키고 싶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야."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나야 익숙하지. 겪어 봤으니까. 근데 너는 아니잖아. 하지만 내가 이 사건에 대해 너에게 더 말하는 순간 너는 이 사건을 더 깊이 파고들 거고 그땐 무슨 일이 생길지 장담 못 해. 그래도 괜찮아?"
박지수의 말에 김승현은 귀를 귀울인다
"그럼 더욱더 이유가 있습니다."
"그냥 하는 말 아니야."
"그냥 하는 말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박지수가 고민한다
"내일. 내일 와서 얘기해줄게. 일단 들어가 쉬어. 혹시라도 마음 바뀌면 말하고."
"내일 뵙겠습니다."
50
"오셨습니까?"
박지수가 탐정 사무소에 들어오고 김승현이 반긴다
"다시 말하자면 난 너와 이 사건을 같이 할 생각이
아니었다. 지금이라도···"
"이번엔 살해 도구가 뭡니까?"
"···. 폴로늄이라고 알아?"
"폴로늄 홍차의 그 폴로늄입니까?"
"맞아. 대구에서도, 울산에서도 폴로늄이 살해도구인 거 같아. 폴로늄을 이용한 독살인 거지. 알다시피 서울-부산, 광주-인천 사건과 연쇄라고 생각하고.
"생각보다 스케일이 더 큰 사건입니다."
"폴로늄은 잘못 취급하면 신체에 굉장한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박지수가 말한다
"··· 그래서 같이하지 않으려 한 거고."
"그럼 뭐부터 하면 됩니까?"
"일단 경찰 측에서 용의자로 의심할 만한 사람들 리스트가 왔는데 영 못 미더워서 말이지. 네가 다시 좀 리스트업부터 해줘."
"알겠습니다. 바로 출발하면서 정리하겠습니다."
김승현이 말을 마치며 바로 출발한다
박지수는 나가는 김승현을 한참 쳐다본다
51
"폴로늄은 어떻게 구했을까."
박지수가 김승현과 현장 수사를 마치고 사무실에서 말한다
"추정할 방법이 정말이지 없습니다."
"치밀하구만."
"다음 사건은 대전일 거야."
"역시 광역시에서 또 살인을 저지르는 겁니까?"
"이자. 지금 대전에 있어. 며칠째."
"네? 선배님이 어떻게 아십니까?"
김승현이 놀라서 물어본다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능력 있는 흥신소가 있어. 이자가 범인으로 추려지고 있던 때부터 부탁해서 위치를 받고 있었지."
"대구랑 울산도 그렇게 간 겁니까?"
"어. 처음부터 이자의 사건이라고 생각하고 갔어."
박지수가 침착하게 말한다
"앞으로도 계획이 있으십니까?"
"먼저 움직이지는 않을 거야. 이자가 낌새를 눈치채고 살인을 멈출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우린 이자를 못 잡아. 절대."
"혹시 저희한테 사건이 안 오면 어떻게 합니까?"
"그럴 일은 없어. 이자가 무조건 우리에게 사건이 오게끔 할 거야."
박지수가 확신에 차서 말한다
"계속 유도하고 있던 겁니까?"
"처음에는 아닐지 몰라도 지금은 맞아."
"우리를 유도하는 이유는 뭡니까?"
"그거는···"
박지수가 말을 흐린다
"모르겠다. 무슨 목적이 있을 텐데."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잡을 수 있겠습니까?"
김승현이 묻는다
"승현아."
"네?"
"내 이력 좀 읊어줄래?"
"형사 시절 검거율이 후대에도 널리 알려질 만큼 높으셨습니다."
"그다음엔?"
"사립 탐정 일을 시작하면서 수사에 참여한 모든 사건은 진범을 잡아냈습니다. 100퍼센트입니다."
52
"네. 바로 가겠습니다."
박지수가 사무실에서 전화를 끊는다
"대전입니까?"
김승현이 바로 묻는다
"가자. 대전."
53
"정리해보자."
박지수가 사무실에서 말한다
"일단 시체가 없었습니다. 사건 자체는 살인 사건으로 들어왔지만 실종사건으로 봐야될 거 같습니다."
"실종자 이름이 인해였나?"
"네."
김승현이 대답한다
"근데 실종자를 알던 사람이 몇 명 없었지?"
"네. 근처 이웃 몇 명만이 알고 있었습니다. 이웃 중에도 모르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그곳에 살던 사람은 아닌데 몇 명 정도가 알고 있었다. 이거는 누군가가 얘기하고 다녔다는 거네."
"그 사람이 아마 신고자인 거 같습니다."
"근데 우리가 신고자 신원을 모르잖아."
박지수가 사건 파일을 넘기며 말한다
"네. 신고할 때도 발신자를 추적할 수 없는 방법으로 왔다고 합니다. 그 방법이 다른 사건에선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방법이었다고 합니다. 요즘 범죄에 많이 쓰이는 꽤나 트렌디한 방법이라고 경찰에서 그랬습니다."
"여태 많은 사건을 수사했지만 이건 정말 오리무중이네. 신고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건이라."
"이자라는 이름의 사람을 본 적도 없다고 했습니다."
"사회적으로는 다른 이름으로 살 수도 있으니까. 대신 이자로 추정되는 사람의 목격담은 확보했잖아?"
"근데 그 사람에 대한 평이 하나같이 너무 좋았습니다. 마치 범인이 아니라는 듯이 말입니다."
"그게 문제지. 하나같이 증언으로 쓸 수 없는 증언들이었어. 우리의 심증과 너무 달라."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이자는 지금 어딨습니까?"
"아직 대전이야. 큰 움직임은 없는 거 같아."
"이자가 노리고 있는 건 뭡니까?"
김승현의 말에 박지수는 잠깐 생각한다
"··· 그러게."
54
"네."
"···."
"지금요?"
"···."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당연하죠. 제가 안 가면 누가 가나요."
"···."
"저도 압니다."
"···."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5
"나갔다 올게."
박지수가 사무실에서 급하게 나오면서 말한다
"어디 가십니까?"
김승현이 묻는다
"중요하게 갈 데가 생겼어."
"같이 가겠습니다."
"아니야. 이건 둘이 움직이면 안 돼."
"네?"
"혹시 오늘 안에 여기로 안 오면 신고해라. 갔다 올게."
박지수가 급하게 탐정 사무소를 나간다
"이건 또 뭐야···."
김승현이 급하게 뒤를 쫒는다
56
"제가 말했던 거 좀 주십시오."
박지수가 대전 경찰서에서 말한다
"여깄습니다."
박지수는 경찰청 마크가 들어간 에코백을 받고 바로 나간다
57
딸깍
박지수가 문을 딴다
'증거가 필요해.'
박지수가 낮게 읊조린다
박지수는 집 이곳저곳을 조사한다
철컥
문소리가 난다
박지수는 긴장하고 안주머니의 핸드폰을 잡는다
박지수는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다
'사람이 들어온 게 아닌가?'
박지수는 여전히 경계하며 증거를 찾는다
58
철컥
"뭐야?"
박지수는 의문의 목소리를 듣는다
"문을 안 잠갔나?"
박지수는 방문 뒤에 숨는다
의문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오려다 멈춘다
박지수가 숨을 잠시 멈춘다
의문의 남성이 방으로 들어오는 척 문을 확 연다
"억."
박지수와 문이 부딪혀 큰소리가 난다
"용일권. 너지?"
문을 사이에 두고 박지수와 남성은 대치한다
"이자. 이제 그만 좀 죽여. 괴물 같은 새끼야."
59



밖에서 무언가 내려치는 소리가 들린다
"너 죽인다."
남성이 말하며 방으로 단숨에 들어온다
그때 남성이 미끄러져 몸을 휘청이며 벽을 짚는다
'그렇지.'
박지수가 문 뒤에서 나와 핸드폰으로 머리를 세게 내려친다
남성이 완전히 넘어진다

박지수가 발로 남성의 오른손에 든 칼을 찼지만 칼은 떨어지지 않았다
넘어진 남성이 그 자세에서 박지수의 복부에 칼을 찌른다
칼은 박지수의 복부에 꽂혔다
그때 또 다른 사람이 방으로 달려와 몸을 날린다
"선배님 괜찮으십니까?"
김승현이 말한다
"빨리 제압해."
박지수가 남성에게 손짓한다
김승현이 넘어져 있는 남성을 빠르게 제압한다
박지수가 뒤로 넘어지듯이 앉는다
"칼 찔리셨습니까?"
김승현의 말에 박지수가 꽂혀있는 칼을 스윽 뺀다
"선배님 그거 빼시면···"
칼에 피가 하나도 묻지 않은 것을 본 김승현이 말을 멈춘다
"이런 것도 대비 안 했을까봐. 빨리 연계해."
타다다다닥
다수의 발걸음이 들린다
"경찰입니다."
61
"방검복은 언제 준비하셨습니까?"
남성을 경찰에 데려간 후 김승현이 말한다
"다 생각하고 있었지. 머리를 안 찔러준 게 다행일 뿐이지."
"근데 바닥이 왜 이렇게 미끄럽습니까?"
"내가 기름 뿌렸어."
"와."
김승현이 감탄한다
"역시 검거율 100% 아무나 하는 게 아닙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아직 숨기는 거 있으십니까?"
62
"승현아"
박지수가 탐정 사무소에 돌아와 말한다
"네?"
"내 이름이 뭐야?"
"무슨 말씀이십니까?"
"말 그대로. 네가 아는 내 이름이 뭐냐고."
"박지수입니다."
김승현이 떨떠름하게 말한다
"그거 사실 우리 엄마 이름이다."
"네?"
"이자는 살인이 처음이 아니야.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박지수의 덤덤한 말투에 김승현은 조용히 듣는다
"십몇 년 됐나. 우리 엄마가 죽었대. 연고도 없는 먼 곳에서. 그땐 내가 형사였으니까 이 악물고 잡고 싶었지. 근데 내가 뭘 할 수가 없었어. 우리 관할이 아니었거든."
박지수는 계속 덤덤한 말투로 말한다
"아마 지금 서장님 빼고는 그 당시 동료들도 모를 거야. 티를 안 냈으니까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때 대수 선배가 힘 많이 써주긴 했지만 관할서에서 수사를 흐지부지 진행했고 이자는 집행유예 받았어."
"대충 초범에 이것저것 감형하고 조사 제대로 안 해서 증거 없고 하면 그럴 만합니다."
"이자를 제일 집중적으로 수사하던 경찰이 있었어. 이름이 뭐더라? 기억도 잘 안 나네. 나한테도 와서 말도 많이 했었는데. 그 친구가 옆에 동료들 다 흐지부지할 때 혼자 열심히 수사했어. 근데 이자가 집행유예 받고서는 나오자마자 그 친구를 죽였어. 그러고서 형사 그만둔 거야. 이 집단에 더 있어봤자 뭐하나 싶어서. 너 데리고 나와서 사립 탐정 시작한 거고. 그때 넌 되게 놀랐었어. 들어온 지도 얼마 안 돼서 나랑 말도 한 번 안 해봤거든."
"그랬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럼 형사 시절 이름은 지금 이름이 아닙니까?"
"용일권. 내 진짜 이름이야. 엄마를 잊고 싶지 않아서 이름을 빌려 쓰고 있었지. 엄마한테는 미안하지만 말이야."
박지수의 말에 김승현은 조용히 놀란다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너를 데리고 나온 데는 이런저런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두 가지는 '너는 항상 일에 진심이었다', 그리고 '내 안목은 틀리지 않는다'."
"선배님답습니다."
잠깐의 침묵이 흐른다
"그래서 이자가 범인인 걸 알았을 때 절 말리신 겁니까?"
"그래. 위험하니까."
"그래도 그렇지 그 호랑이 굴에 혼자 들어가시면 어쩌십니까."
"혼자 가야만 했어. 처음부터 두 명이 있으면 이자가 집에 들어오려다 도망갔을 거야. 아무리 이자여도 한 번에 건장한 남성 둘을 상대하기는 쉽지 않으니까. 그럼 앞으로 이자를 언제 또 잡을 기회가 있을지 몰라."
"제가 따라갈 거 알고 계셨습니까?"
"어렴풋이. 일부로 몰래 따라오라고 말을 흘린 것도 있고."
"제가 경찰 부를 것도 알고 있었습니까?"
"혼자 오진 않을 거라 생각했지."
"와. 저를 이용하셨습니까?"
김승현이 옅게 경악한다
"이제는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사건을 정리해야 돼. 우리가 심문하러 갈 거야."
63
"이자 씨"
박지수와 김승현은 수사실에서 이자를 대면한다
다른 경찰들이 옆 방에서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자는 말이 없다
"그 쪽이 저지른 6번의 살인 다 파헤칠 겁니다. 언제든 죄를 인정하고 싶으면 인정하시죠."
박지수가 말한다
"당신은 석방되고 나서 곧바로 두 개의 살인을 저지릅니다. 서울에서, 부산에서. 하루 간격으로 똑같은 방법의 두 살인을 저지른 건 연쇄 살인임을 인지시키려는 것일 겁니다."
김승현이 말한다
"성공했습니다. 연쇄 살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쇄 살인은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광주에서, 인천에서. 두 번 다 밧줄을 이용한 교살이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집에서 그 밧줄이 발견되었죠. 손가락도 혀도 단추가 뜯어진 셔츠도 마찬가지입니다."
김승현이 이자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 시점에도 근처에 있었죠? 창문으로 나가 밸브를 타고 내려갔을 겁니다. 거긴 어떻게 들어갔죠?"
이자는 표정 변화가 없다
"도어락 숫자패드를 눌러보니까 숫자마다 소리가 다르게 나는 걸 확인했을 겁니다. 옆에서 들으면서 비밀번호 알아냈죠."
김승현은 막힘없이 말을 이어간다
"그 이전에도 이미 한 번 몰래 들어가셨습니다. 피해자가 주말마다 모임을 나갔다죠? 단추와 실 뭉텅이를 뽑아내야 했을 겁니다. 그 사람으로 위장시키고 다른 곳에서 살인을 준비하려고 했으니까요. 맞죠? 그래서 살인 전과가 있는 사람 옆으로 이사 간 거죠?"
이자는 여전히 말이 없다
"바로 대구로 향했습니다. 폴로늄을 이용한 독살. 피해자가 죽은 후에도 처리하기 어렵게, 조사에 시간이 더 끌리도록 폴로늄을 썼을 겁니다. 울산에서도 마찬가지인 건 더 잘 아실 겁니다. 대전 실종 사건 신고한 거 당신이죠?"
이자는 무표정이다
"사실 실종된 사람은 없습니다. 실종자 유인해는 당신이 지어낸 사람입니다. 주변 이웃들에게 말하고 다녔겠죠. 오히려 실체가 없는 사건은 우리를 끌어들이기 쉽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나갔다 돌아오니 문이 안 잠겨있었습니다. 분명 잠갔는데 말이죠. '드디어 때가 왔구나' 하고 칼을 들고 오셨습니다. 미리 뿌려둔 기름에 미끄러져서 제대로 찌르지는 못했지만요."
이자는 말이 없다
"말씀해 보시죠. 할 말이 있을 텐데."
꽤나 긴 침묵이 흐른다
"승현아."
지켜보던 박지수가 김승현에게 귓속말로 말한다
"잠깐 나가줄래?"
"네?"
"잠깐이면 돼."
"··· 알겠습니다."
김승현이 나간다

박지수가 조사실의 녹화 카메라를 끈다
64
"이자 씨."
이자는 용일권을 쳐다본다
"처음부터 내가 끌려 들어오기를 바란 건 아닙니다. 맞죠? 일이 너무 커진 거 같죠? 내가 수사하는 걸 안 순간 죽여야겠다고 생각했죠?"
이자는 다시 고개를 내린다
이자는 흥미롭다는 듯 무표정이 조금씩 풀린다
"과거 살인들도, 날 찌르려고 할 때도 오른손에 칼을 쥐고 있었습니다. 근데 왜 이번 연쇄 살인은 왼손으로 했죠? 그 전의 허무하게 잡혀 들어간 이자와는 다른 사람이고 싶었습니까?"
박지수는 이자의 입가에서 아주 희미한 웃음을 봤다
"감옥은 이자에게 정말 좋은 곳이었습니다. 현실에선 전기세 못 내서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운데 감옥에선 여름에 춥게 겨울에 덥게 지냈죠? 또 무기징역이라고 특별히
독방 쓰게 해줬을 겁니다."
이자는 조용히 듣고 있다
"폴로늄 어디서 구했습니까? 감옥에서 구했죠?"
이자는 잠깐 눈만 치켜올려 용일권을 바라보고는 다시 시선을 내렸다
"이자 씨는 원래 그렇게 살가운 성격이 아닙니다. 근데 유독 주변인들이 이자 씨를 좋게 말하더군요. 소셜 스킬도 감옥에서 배웠죠? 그렇게 배운 소셜 스킬로 친해진 사람들 불러다가 죽였죠? 이자 씨는 그 사람들 눈에 범죄자로 분류되지 않았던 겁니다. 분류되지 않아서 다른 범죄자 후보와 경쟁하지도 않았죠."
"아깝다."
이자가 나지막이 말한다
박지수가 이자를 지켜본다
"죽여 버렸어야 했는데. 그 입 못 나불거리게."

서 있던 용일권이 책상을 크게 내리친다
"왜? 시발 지금도 죽여보지?"
용일권이 분노에 차서 말한다
이자는 인상 쓴 채 용일권을 바라본다
"넌 이제 흑돌고래 교도소로 갈 거야. 거기 범죄자들 사이에서도 유명하다며? 거기서 조용히 썩어. 쓰레기 새끼야."
용일권이 말을 마치고 문으로 성큼성큼 다가가 문을 연다
박지수가 조사실을 나온다
65
"캬. 역시 선배님. 다 계획이 있으셨습니까?"
탐정 사무소로 돌아가는 길에 김승현이 말한다
"그거 아무나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난 이제 이 탐정 사무소 그만할 거다."
"네? 무슨 일 있었습니까? 이자가 무슨 짓 했습니까?"
김승현이 놀라서 말한다
"그런 거 아니야. 이제 그만 해야지. 박지수는."
66
"네. 용일권 탐정 사무소 김승현입니다."
"···."
"예?"
"···."
"Okay. I'll be right there."

추천 비추천

0

고정닉 0

3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지금 결혼하면 스타 하객 많이 올 것 같은 '인맥왕' 스타는? 운영자 24/10/28 - -
694395 카츄샤의 성 2화 [5] Baphomet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827 21
694394 급똥용사 하(下)편 [4] 카갤러(116.124) 09.26 297 11
694393 급똥용사 중(中)편 [2] 카갤러(116.124) 09.26 208 6
694392 급똥용사 상(上)편 [2] 카갤러(116.124) 09.26 469 15
694390 만화 연습 [6] 콘치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361 10
694389 내 엘든링 만화 -1- 빅파이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284 4
694388 옆집에 마왕이 사는 만화.manhwa 2화 [21] 곧두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3427 112
694386 염전노예걸 11~12화 [2] 개듣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344 4
694385 번뇌를 잊는.manhwa -82 [14] 도S헨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1960 41
694383 나나니와 A의 일그러진 청춘 14.manhwa [93] 나나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6287 87
694382 끈적한 ♡ 여름.manhwa [6] F.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852 18
694380 마 쓰벌 니가 제일 쎈 오크라며? [3] 파란늑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744 11
694378 음침걸로 그릴거추천받는 짧만화 [58] 낙서빌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4032 48
694376 4컷백수 27 치킨머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208 5
694375 뿔에 관한 고찰 [49] akrm51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3396 43
694373 너무 싫은 너와의 연애.manhwa [8] 민초중독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803 6
694372 쥬지스 뷰지스 대입법 [30] 저니c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9194 161
694371 도깨비가 너무 강함 2 [32] 김다리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2793 92
694370 벌레 1화 [2] 카갤러(219.254) 09.26 361 5
694367 세상이 억까하는 만화 [2] 써리쎄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436 4
694365 지최대 [파이널 퀘스트] 홍보 나왔습니다! 달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6 305 6
694362 알버스 낙윤 스토리 4화 [2] 카코오(175.211) 09.25 326 10
694361 지최대용 진호의 순수한 연애몽마들 2화(미완성) + 후기 [27] pot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088 65
694360 (후방)로봇을 괴롭히던 소년이 눈나에게 참교육 당하는 만화 ㅗㅜㅑ;; [51] 은색의하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7044 196
694359 우마무스메) 말딸 키워보는 만화 [13] 낙망이(118.37) 09.25 667 12
694358 용사 하렘 파티 정실 정하는 만화 [43] 아이오에우(220.120) 09.25 6739 160
694357 납치되는 만화 [1] 테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387 2
694356 수녀님께 고해성사 하는 만화 [5] 드로잉정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549 36
694354 (이터널 리턴)루미아섬 실험체의 성행위에 관한 리포트 3화(完) [22] 메시에7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902 29
694353 그애와의 첫 만남 [23] 발랑토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3507 33
694352 찔찔이 돌아오길 바라면 개추 ㅋㅋㅋ [23] 카갤러(106.101) 09.25 2760 74
694350 후타 천사 만화 0.7화 (전면 김 수정완료) [4] 미니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393 5
694349 망할 아가씨ㄴ이 괴롭히는 만화 1 비단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84 7
694348 종탑과 소년.manhwa [10] 카갤러(115.138) 09.25 610 28
694347 잘 키운 한꿈이가 꿈돌이 우주 보내는 만화 [1] 꿈돌이(221.158) 09.25 176 4
694346 여자아이 봉득칠과 기회,후기.manhwa [82] 냐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5760 192
694344 미1친년이 앵기는 만화 1+2화 [25] KH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946 56
694343 남고긱사에서 처녀귀신과 동거하는.manhwa 2 [16] 차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217 60
694340 여자가 되버린 여장남자만화 3 [1] 사랑해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652 16
694339 우주개새끼 철민이 71 [24] 수지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2718 63
694338 염전노예걸 9~10화 개듣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300 3
694337 꼬마사신메러 2화 [1] 생각버리기연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177 1
694336 나이들어서 NTR 못보는 만화! [86] 피타라텔레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4848 83
694335 번뇌를 잊는.manhwa -80 81 [15] 도S헨타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1617 36
694334 카갤러 미래 모습 ㅇㅇ(104.28) 09.25 211 1
694333 미믹에 대한 편견.manhwa [51] 위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8648 171
694332 헛소리 하는 만화.... [14] 만화가좋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1325 23
694329 저출산대책 XX다이어트 [7] HeLio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730 11
694326 새로운 전략겜을 찾아나서는 만화 [93] 김다리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5831 111
694324 4컷백수 26 치킨머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5 174 5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