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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 해리포터 시체의 방귀를 추진력으로 무인도를 탈출하는 영화.txt
둘 중 하나다. 인간은 신의 모습에 따라 창조되었고 따라서 신도 창자를 지녔거나, 아니면 신은 창자를 지니지 않았고 인간도 신을 닮지 않았거나.(...)똥을 누는 행위는 창조의 받아들이기 어려운 성질을 일상적으로 증명하는 것이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만 한다. 똥은 수락할 만한 것이라거나 (그렇다면 화장실 문을 잠그고 들어앉지 말아야 한다!) 또는 우리가 창조된 방식은 받아들여질 수 없는것이라는 것 중에서. 그러므로 존재에 대한 확고부동한 동의가 미학적 이상으로 삼는 세계는, 똥이 부정되고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각자가 처신하는 세계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러한 미학적 이상은 키치라고 불린다.키치란 본질적으로 똥에 대한 절대적 부정이다. 키치는 자신의 시야에서 인간 존재가 지닌 것 중 본질적으로 수락할 수 없는 모든 것을 배제한다.-<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에서https://youtu.be/yrK1f4TsQfM<스위스 아미 맨>은 무인도에서 조난당한 남자가 우연히 해안가로 떠밀려온 시체를 발견하는데,그 시체가 말도 안 될정도로 유용하고 또 대화가 가능하여, 서로 힘을 합쳐 문명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다.줄거리와 예고편만 보면 시체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코미디 영화인듯 하고, 또 이는 어느정도 사실이다.그러나 실제로 영화를 보면 시체를 -정말 스위스 군용 나이프처럼- 유용하게 쓰는 장면은 그리 많지 않다. 설령 주인공의 실제 진행과 활약이 그 시체의 만능성에 기인했더라도,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것은 그게 아니다.이 영화는 무엇에 관한 것인가? 의심할 여지 없이, 사회적으로 드러날 수 없는 개인적인 것에 관한 영화다.작중에는 공공장소에서 드러낼 수 없는 부덕 혹은 불법이기까지 한 것들이 많이 등장한다. 방귀, 발기, 자위, 시체훼손, 스토킹, 동성애 등. 이중 많은 것들이 사람이라면 할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사회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못 하는 것들이다. 마치 우리 모두 항문과 성기를 가지고 있고, 모두가 그 사실을 맑고 투명하게 알고 있지만, 그 누구도 그 사실을 드러내지 않는 것처럼.즉 사회적이지는 않지만, 자연적인 것들(시체가 부패하면 안에 가스가 차서 방귀로 나옴은 매우 자연적인 현상이다)이고, 인간은 자연과 사회 사이에 위치하기에, 이러한 개인적인(자연적인) 면은 우리에게 이중적으로 다가온다.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게 매니, 즉 시체다.매니는 시체라고 하기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 마치 반反좀비처럼, 몸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 하는 대신 사고와 대화는 자유롭게 가능하다. 매니는 진짜 시체라기보다는, 시체라고 상정된 존재, 즉 비사람으로써의 인격체에 가깝다. 좀비도 로봇도 아니지만 그것들의 '사람이 아님'만 빌려온 것 같다.어째서 굳이 이런 복잡한 역할을 배치했고, 이게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말했듯 본 영화는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개인적인 것에 관한 얘기인데, 사람이 둘 이상 모이면 필연적으로 사회가 형성되고, 그 사회에서(즉 타인 앞에서) 나의 개인성은 숨겨진다(혹은 숨겨야 한다). 그러나 매니는 의사소통은 가능하되 사람은 아닌 존재다. 즉 매니와 함께 있는 건, 사회는 아니되 그렇다고 혼자 있는 것도 아닌, 그래서 개인적인 영역이 인식되지만 억압되지는 않는 상황이다.주인공 행크는 그런 -기억상실증(?)에 걸린- 매니에게 이것저것 알려주기 위해 그 개인적인 영역을 하나하나 알려주는데, 동시에 사회화가 덜 된(?) 매니에게 그 개인적인 영역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음도 가르쳐준다. 그렇게 영화는 마치 아이에게 교육을 하듯이, 사회화에 대해 처음부터 하나씩 정의한다. 명백히, 이는 주제를 위한 준비 운동, 즉 관객의 당연한 인식을 먼저 초기화 시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이 과정에서 두 가지 상반된 사실이 드러난다: 매니의 육체가 놀라울 정도로 유용하다는 것과, 행크는 엄마가 생각나서 딸딸이를 못 친다는 것이다.먼저 전자의 경우 개인적 영역의 긍정성을 은유하는 듯 하다. 매니를 활용하는 모든 행동은 -사회적으로 터부시된- 고인을 존중하지 않고 시체를 훼손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비사회적이지만, 동시에 그것은 너무나도 쓸모있고 간편하며 자유롭다. 안전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는 갑옷(사회적 윤리와 규칙)을 벗어던졌을 때처럼 해방감을 느낀다.행크는 다른 사람과 있지만 사회는 아닌 그 상황에서, 마음껏 개인적 면을 드러내고, 거기서 행복을 느낀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지 말고 여기에 있자'고 할 정도로. 이렇게 타인과 개인적인 면을 공유하는 것을 우리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다.반면 엄마가 생각나서 딸딸이를 못 친다는 것은, 그 개인적인 면이 사회화되지 못 함을 의미한다.아무리 비사회적이더라도, 우리 모두 공유하고 있는 개인적인 면들은 사회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가령 누구나 자위를 하니 자위를 한다는 사실 자체는 이상하지 않고, 오히려 드러낼 수 없는 걸 공유한다는 점에서 더욱 더 끈끈한 사회화로 이어진다.그러나 행크의 사정은 공유되기도 공감하기도 힘들다. 남들은 사회화의 시작이 될 수 있는 자위가, 행크에게는 사회와의 단절의 대표이자 시작으로 작용한다.나아가 행크와 행크의 거울상으로써의 매니는 자신이 얼마나 사회에서 얼마나 쓸모없고 도태되었는지를 한탄하며,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못 함을 강조한다.즉 이 두 사실은, 행크가 일반인과는 친구가 되지 못 하지만 매니랑은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인간이란 결국 개인적인 존재고 사회화가 절대적 진리는 아님을 나타낸다.행크는 완전히 혼자인 것도 견딜 수 없지만 그렇다고 사회에 완전히 받아들여질 수도 없다. 그런 행크에게 비인간도 아니고 인간도 아닌 그 사이에 위치한 매니는, 행크의 -무시할 수도 없고 받아들여질 수도 없는- 개인성을 내포한다.그렇게 작품은 인간의 필수불가결하고 소중한 한 부분을 조명한다.그렇다면 영화는 사회성에 반대하고 개인성만을 인정하는 걸까?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면 주인공은 다시 사회로 돌아가려 애쓰는 듯 하다. (애초에 전체 플롯 자체가 무인도에서 인간 사회로의 여정이다.) 자신이 했던 모든 비사회적인 일을 숨기거나 매니에게 뒤집어 씌운다. 이를 위해 아버지와 완전히 단절될 뻔 하는데, 이는 사회적 정상성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개인적인 연결고리까지 포기하는 것처럼 보인다.그러나 결국 모든 걸 드러낸다. 자신이 스토킹했다는 걸 드러내고, 시체를 매우 아낀다는 걸 드러내고, 방귀를 뀐다. 물론 이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경멸, 실망, 황당일 뿐이다. 심지어는 수갑까지 채워진다. 어쨌거나 불법은 불법이니까.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꿈같은 소리나 해대는 이상주의적 작품은 아니다.하지만, 마지막에 매니는 -그가 등장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방귀를 뀌다가 그걸 추진력 삼아 저 먼 바다 너머로 사라진다. '행크의, 그리고 우리 모두의 개인성'을 은유하고 상징하는 매니가, 안치소(사회)에 구속당하지 않고 자유롭게 남는다는 것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를 보여준다.개인성이 아무리 사회에 억압당하고 교정되거나 숨겨지더라도, 개인성은 분명히 존재하고 완전히 부정할 수 없으며 그것은 매우 좋다라는 주제 말이다.꽤나 뻔한 엔딩이고 뻔한 주제긴 하지만, 그래도 또 한편으론 다행스럽고 내심 바랬던 결말이다.특히 매니가 웃으면서 사라져가는 그 모습은, 행크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기괴하게 보이고 또 우리도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징그럽게 느꼈겠지만, 지금까지 매니를 봐온 관객에겐 오히려 친숙하고 정다우며 반갑기까지 하다.친구, 연인, 가족이란 그런 게 아닐까? 타인은 징그럽고 기괴하게 느끼는 것조차, 얼마든지 받아주고 공유할 수 있는 그런 존재.사람은 개인(자연)과 집단(사회) 가운데에 위치한 존재다.완전히 사회화되면 자신의 고유함을 모두 상실하고 보편성과 객관성에 흡수되어 자기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지만, 반대로 사회에서 완전히 동떨어지면 스스로와 세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불가능해지고 그렇게 자신을 모르게 되어 마찬가지로 자기자신을 잃어버릴 수 있다.따라서 줄타기를 하듯이 그 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현대 사회가 되고 문명화될 수록, 사람들은 더 도덕적이게 되고 규범적이게 됐지만, 그만큼 개인성은 배제되었다. 개인이란 개념의 탄생과 개인 공간의 건설은 역설적으로 개인성을 한 곳에 격리시켰고, 우리는 개인성을 공유하지도 드러내지도 못하게 되었다. 마치 로봇처럼, 우리는 덜 무해해지고 덜 위험해졌으며 덜 불확정적이게 되었으나, 그만큼 우리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게 됐다.<스위스 아미 맨>은 현대에서 점점 보이지 않게 되는 개인성과 그것의 소중함에 대해 다룬 영화다.그런데 왜 스위스 아미 맨일까? 단순히 가제트처럼 매니가 기능이 많아서 그런 걸까? 아마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사회화 될 때 우리는 대체로 어떤 역할이나 직업을 갖고 사회화되는데, 그 하나의 개념(역할이나 직업)이 우리를 대표하고 나아가 우리를 대신하여 결국은 우리를 소외시킨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하나의 개념으로 막연히 환산될 수 없는, 깊고 입체적이며 불가해한 존재다. 영화는 그걸 말하기 위해서 -단 하나의 기능만을 가지지 않고 여러가지 면을- 가진 스위스 군용 나이프를 모티브로 한 게 아닐까? 하나의 대상을 하나의 이름과 의미로 규정짓는 관념의 세계에서 벗어나, 한 존재가 여러가지로 해석될 수 있고 기능될 수 있는 물질의 세계 곧 실재적 현실을 보여주려 한 것이 아닐까?끝.
작성자 : ㅇㅇ고정닉
15세기의 체스 대격변 패치, "여왕의 체스"
[시리즈] 체스 옛날 이야기 · 인디언 오프닝과 어느 시골 브라만의 이야기 · 미국체스협회 레이팅 2위를 달성한 살인범의 이야기 · 1000년 전의 이슬람 체스 퍼즐, 만수바(مَنصوبة) · 에반스 갬빗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 · ㅋㅋㅋㅋ 이건 진짜 체스 성유물이네 우리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들은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달 간격으로 패치가 이루어지고는 한다.그렇다면 체스는 어땠을까?체스의 초기 역사를 살펴보면, 체스는 정말 지독하게 오랜 세월 동안 패치가 없었던 게임임을 알 수 있다.오늘날 인도의 체스에 대해서는 정확한 기록이 남겨져 있지 않아 알기 어렵지만, 적어도 이슬람 전래 시기(9세기경)부터 15세기까지, 체스는 그 형태를 거의 온전히 유지해온 게임이었다.특히 페르시아 - 아랍 - 유럽에 이르기까지 넓은 지역에서 거의 동일한 체스가 500년 가까이 플레이되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운 일이다.이는 상당 부분 무슬림들의 영향력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들이 체스를 페르시아로부터 도입한 뒤 별도의 변형 없이 상당 기간 동안 원형을 유지하며 플레이하였고,이 체스가 그대로 10세기, 11세기경에 유럽으로 넘어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무슬림들이 원작 리스펙에 어찌나 충실했던지, 이들은 대부분의 체스 용어를 번역도 하지 않은 채 페르시아어를 그대로 갖다 쓰고는 했는데,이로 인해 오늘날의 일부 체스 용어들(룩, 체크메이트)은 여전히 페르시아어에 그 어원을 두고 있다.이슬람 세계에서는 체스를 거의 변형시키지 않은 반면,유럽인들은 12세기경 일부 마이너 패치를 단행하였는데, 이를테면 이런 패치들이었다.패치 1.유럽 전용 스킨이 추가됩니다.앞으로 코끼리는 비숍, 재상은 퀸의 스킨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기물의 성능 변화는 없습니다.)패치 2.폰이 첫 이동에 2칸 이동할 수 있게 됩니다.패치 3.킹과 퀸(재상)은 첫 이동에 기물을 뛰어넘어 두 칸 이동할 수 있습니다. (King's leap)(주로 룩을 킹 옆에 배치한 뒤 다음 수에 킹으로 뛰어넘는 방식으로 활용했고, 이것이 이후 캐슬링으로 발전하였음.)물론, 이것들은 특수룰 수준이었으니 없는 셈 치고 플레이해도 그만이었고,체스는 이때까지만 해도 페르시아와 유럽 사람이 만나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으로 여전히 남아있었다.그러나, 15세기 말,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체스의 1500년 역사상 가장 큰 대규모 패치가 유럽에서 진행되는데...바로 퀸과 비숍의 상향 패치였다.처음에는 그저 로컬룰에 불과했다.폰 정도의 가치 밖에 지니지 않던 쓰레기 기물 퀸과 비숍이 미친듯이 강화되는 개초딩 로컬룰.대각선으로 두 칸씩만 이동할 수 있었던 비숍은 대각선 끝까지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받았고,대각선으로 한 칸씩만 움직일 수 있던 퀸은 아예 직선과 대각선 끝까지 이동할 수 있는 최강의 능력을 부여받았다.당대 사람들은 이 변형체스를 가리켜 이렇게 불렀다.프랑스어로, "ésches de la dame"스페인어로, "axedrez de la dama"여왕의 체스, 라는 뜻이다.이 변형룰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ésches de la dame enragée", 미친 여왕의 체스 라고 경멸적으로 칭하기도 했던 모양.이 로컬룰의 정확한 발명자는 알려져 있지 않으며,당대 유럽에서 체스를 플레이한 주요 지역이었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중 어디 한 곳에서 시작됐다고 추정할 뿐이다.다만, 그 시기는 어느 정도 좁혀질 수 있는데, 1460년들까지의 자료에서는 '여왕의 체스'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는 반면,1490년부터 이 새로운 변형 체스에 대한 언급이 여러 차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1470년-1490년 사이 나타났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그런데 이 변형룰은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퍼져나갔다.새로운 변형룰 '여왕의 체스'를 언급하는 15세기 말, 16세기 초의 문헌들은 전통적 체스와 여왕의 체스를 구분하여 다루고 있는데,16세기 중엽쯤 되면 아예 문헌들이 전통적 체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체스'라는 단어를 '여왕의 체스'를 가리키는 단어로 사용하기 시작한다.이렇게 '여왕의 체스'는 유럽 체스의 주요 세계,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를 50년 만에 휩쓸고, 16세기 중엽부터는 영국·독일 등 체스 세계의 변방에도 전파되기 시작한다.말하자면 우르프 모드가 너무 인기를 끈 나머지, 아예 소환사의 협곡을 대체해버린 격이다.이는 매우 오랜 세월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던 게임 치고는 너무나도 빠른 변화 속도였는데,특히 당대의 상황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게임사에서 알아서 패치를 진행하고 패치노트를 올리면 뚝딱인 오늘날의 온라인게임들과는 달리,15세기에는 중앙집권적으로 패치를 진행할 방도가 없었다.FIDE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어떤 미친 사람이 나서서 전 유럽에 패치노트를 뿌려댈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지역간 교류가 오늘날처럼 쉬웠던 것도 아니고.그런데 이 근본없는 로컬룰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퍼져나갈 수가 있었을까?당연한 결론이지만,이는 많은 사람들이 기존의 체스보다 여왕의 체스를 더 재밌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원래, 체스는 끔찍하게 느린 게임이었다.노패치 기준의 체스 1.0 바닐라를 상상해보자.폰은 한칸씩 찔끔찔끔 움직이고, 비숍은 적을 치려면 한세월을 뛰어가야 하며, 퀸은 사실상 수비 전용 기물이다.그때나 지금이나 룩은 폰 장벽에 막혀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한참 걸리는 기물.그나마 날렵하게 뛰어다닌다고 할만한 기물이 나이트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놈이 괜히 혼자 말을 타고 다녔던 것이 아니다.)심지어 폰을 끝까지 밀어 승급을 시킨다 해도, 이 당시 폰은 똥쓰레기 기물인 퀸으로만 변신할 수 있었다.이 때문에 당시의 체스는 한참동안 서로 폰 구조를 쌓아올리다가 기물들이 한꺼번에 맞붙기 시작하는 형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으며,게임 속도도 매우 느렸고 무승부 비율도 현재보다 훨씬 높았다.체크메이트도 몹시 힘들었는데, 비숍과 퀸 없이 체크메이트를 내야 한다고 상상해보면 된다.이 때문에, 대부분의 게임은 체크메이트 이외의 별개 승리조건인 bare king으로 판가름 났는데,이는 킹을 제외한 상대방의 기물을 한마리도 남기지 않고 전멸시켜 승리하는 것이다.당연히 그 과정은 몹시 지루하고 오래 걸릴 수밖에 없었다.앞서 언급한 12세기 유럽에서의 부분적인 룰 개정, 즉 폰의 2칸 이동과 king's leap는 당대 유럽인들이 원하고 있었던 게임의 변화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유럽인들은 줄곧 더 빠른 게임, 더 빠른 체스를 원하고 있었고, 새롭게 등장한 '여왕의 체스'는 그들의 수요를 완벽하게 충족시켜주었던 것이다.여왕의 체스는 체스 메타에 극명한 변화를 가져왔다.제일 쓸모 없는 기물이었던 비숍과 퀸이 전장에서 가장 공격적인 기물들로 돌변했다.오늘날의 체스에서 가장 빠르게 상대 진영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이 두 기물이 추가되면서,체스는 훨씬 더 빠르고, 더 공격적이고, 더 정교한 플레이가 요구되는 게임으로 급격하게 변화하였다.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무엇이었냐면...바로, 스콜라메이트다.새롭게 변화한 두 기물 '퀸'과 '비숍'에 의해 단 4수만에 가능해진 체크메이트.스콜라메이트는 여왕의 체스를 다루는 초기 문헌들에서부터 매우 빠르게 주목을 모았다.여왕의 체스에 대해 언급한 최초의 텍스트 중 하나인 Le Jeu des esches de la dame moralisé(15세기 말 저술 추정)는 벌써부터 스콜라메이트에 대해 언급하며, 놀라워하고 있다."비숍에 의해 보호를 받는 퀸에 의해 4번째 차례에 킹이 메이트 당할 수 있다... 설령 킹이 자기 진영에 있더라도."오늘날에는 너무나도 당연해진 양학원툴의 스콜라메이트가, 당시로서는, 공격적이고 스피디한 새로운 체스의 탄생을 보여주는, 오늘날 '여왕의 체스'의 역사적인 상징이었던 것이다.
작성자 : 김첨G고정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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