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제철이 영일만의 모래밭을 다지며 막 공사를 시작한 1968년도, 그해 포항시 주택보급율은 60%에 못 미쳤다.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불러들이려 해도 마땅한 집이 없었다. 당시 공채 1기생으로 뽑혀 서울에서 내려간 현 이구택 회장의 말을 빌면, “가난한 외지 출신 신입사원들 대다수가 여인숙에서 출퇴근하는 형편”이었다. 그때까지도 포철은 외자 제공을 약속한 미국 차관단으로부터 한 푼도 받지 못한 상태여서, 한 채의 공장도 없는 그야 말로 허허벌판에 사람만 모아둔 회사였다.

그런 상황에서 은행 대출이 이루어지자 회사는 사원주택단지부터 지었다. 국회는 연일 포철 경영진을 질타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 회사는 장기저리 대출을 포함한 일종의 내집마련 제도를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조성된 44만평의 ‘자가주택’ 부지에는 기존 자연환경을 최대한 살린 가운데 산책로와 단독주택, 아파트, 쇼핑센터 그리고 유치원에서 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사원 자녀를 위한 학교가 차례로 세워졌다.

이러한 초창기 복지 정신은 꾸준히 이어져 오늘날 포항공과대학, 산업과학연구원, 방사광가속기 등 첨단 학술연구단지가 들어서는 밑거름이 됐다. 1991년 포철의 사원단지를 방문한 빅토르 사도브니치 모스크바 대학 총장은 박태준 전 회장에게 자가주택이 회사가 아닌 개인 소유라는 말을 듣고 “우리(구 소련)가 꿈꾸고 추구한 이상을 이곳에서 보는 것 같다”며 놀라워했다. 포스코 상생 정신이 여기서 발원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