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과 개발론에 떠밀린 도시계획으로 대구 도심 전역이 고층 아파트로 뒤덮이고 있다. 2종 일반주거지역의 층수 제한 해제 움직임에 대해 학계는 “되돌릴 수 없는 난개발이 될 것”이라며 걱정하고 있다. 이지용기자 sajahu@yeongnam.com

대구시의회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일부 주거지역 층수제한 폐지에 대해 학계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엄격해야 할 도시계획에 정치논리가 개입돼 대구도시계획의 근간을 붕괴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학계는 5일 긴급 토론회를 열고 시민여론 수렴에 착수키로 했다.

대구시의회와 대구시는 올들어 평균 층수 18층 또는 7층 이하로 제한돼 있는 대구의 제2종 일반주거지역에 대한 층수 제한을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낙후된 도심을 재개발하고, 지역간 형평성을 유지한다는 취지에서다. 지나친 층수 제한으로 사업성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층수 제한이 없는 3종지역(용적률 250%)에 비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판단도 그 배경이 되고 있다.

변경안은 18층 제한지역은 아예 층수제한을 풀고, 현재 7층으로 제한된 지역의 경우도 일부 지역만 12층으로 하고 나머지는 모두 높이 제한을 해제한다는 것.

시는 이에 따라 지난달 22일부터 6일까지 ‘제2종일반주거지역(7층) 정비 등 도시관리계획안’을 공고하고 주민열람을 받고 있다.

대구의 2종지역은 46.7㎢로 전체 일반주거지역의 44.9%를 차지한다. 이중 7층 이하 지역은 23.1㎢(22.2%) 로 대구 최도심을 둘러싼 광범위 주거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어설픈 판단으로 대구 도시계획을 자칫 망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김타열 교수(영남대 도시공학과)는 “도시계획중에서도 층수 제한 같은 부분은 재산권제한의 법적 구속력을 따지는 굉장히 중요한 사안으로, 변경하기 위해서는 정당하고도 충분한 논거가 있어야 한다”며 “정치인(시의원)들이 개입해 민원을 들어주는 식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곧 대구 도시계획의 붕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4일 밝혔다. 김 교수는 최근 이같은 도시계획 변경 기류에 반발해 대구시 도시계획위원을 공식 사퇴했다.

김 교수는 “대구의 경우 부산 혹은 인천과 같은 국내 다른 대도시와 달리 그나마 비교적 도시공간과 스카이라인, 도시중심을 기반으로 한 동선(動線)이 잘된 편에 속하는데, 이를 보전하지 않고 마구잡이 개발로 나가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도시계획은 도시공간에 대한 확실한 질서를 만드는 것으로 모조리 재개발토록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관련 학계 전문가들은 사안의 긴박성을 감안, 5일 오후 7시 대구흥사단 강당에서 긴급 세미나를 개최한다.

김타열 교수가 세미나 준비대표위원으로 김재익(계명대 도시공학과)· 윤대식 (영남대 도시공학과)·이재하(경북대 지리학과)·조덕호 교수(대구대 행정학과) 등이 토론자로 나선다.

공람기간이 끝나가고 있지만 시민사회의 의견수렴이 되지 않은 만큼, 이날 토론회를 통해 도시계획 변경에 대한 합리적인 방향을 정리해 대구시에 공식 제출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