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곳을 떠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낯선 곳에서의 새로운 도전은 분명 부담스러운 상황이지만, 반대로 자기 자신을 다시금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기 새로운 팀에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이가 있다. 바로 '헤나' 박증환이다. 햇수로 4년간 몸담았던 OK저축은행 브리온의 초록색 유니폼이 아닌, 리브 샌드박스의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박증환을 리브 샌드박스 클럽 하우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처음 보는 노란색의 박증환에 어색했던 것도 잠시, 지난 시즌을 돌아보는 동시에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눈을 반짝이는 그의 모습에 편안한 분위기 속 인터뷰가 진행됐다. 박증환은 새로운 팀에 잘 적응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내년을 바라봤다.
◆아쉬웠던 서머…거듭된 연패에 위축됐던 마음 박증환의 2023년 시즌은 서머 정규 리그 마지막 날 끝났다. 젠지e스포츠라는 '거함'을 격파하며 정규 시즌을 마쳤지만, 끝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면서 조금은 이르게 올 한 해 일정을 마무리했다. 박증환 역시 "마지막 젠지전에 이겨서 기쁜 모습으로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2라운드 때 좀 아쉬운 모습을 자주 보였다"며 2023년에 대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런 아쉬움 속에서도 박증환은 빠르게 재정비에 나섰다. 솔로 랭크를 열심히 돌리면서 점수를 끌어올린 그는 9월 한때 한국 서버 솔로 랭크 순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박증환은 "시즌 종료 후에 솔로 랭크를 좀 많이 했다. 그래서 1등도 한 번 찍어 봤다. 그렇게 열심히 내년 준비를 하고 있었다"고 서머 종료 후의 근황을 전했다.
지난 서머 박증환과 브리온은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2라운드에는 급격히 무너지며 연패를 거듭했고, 특히 플레이오프 순위 경쟁을 펼치는 팀과의 경기에서 좀처럼 승리를 맛보지 못했다. 박증환은 "당시 스크림에 대한 기억이 지금은 잘 나지는 않지만, 시즌 초반에는 중위권 팀과의 스크림도 나름 괜찮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하위권 팀에게도 많이 졌다. 그러면서 긴장을 조금 하게 됐고, 거기서 대회 때 연달아 지니까 많이 위축됐던 것 같다"고 서머 시즌을 돌아봤다.
이렇듯 원하는 바를 이루지는 못했던 서머였지만, 박증환은 배운 것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멘탈적으로 더 좋아졌다고 느낀다"며 "또, 제가 느끼기에 가장 큰 부분은 대회 때 조금 더 과감한 플레이를 많이 하려고 노력했었는데 그쪽에서 성과가 나온 것 같다. 그래서 내년에도 그런 플레이를 위주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숙했던 브리온을 떠나 리브 샌드박스에 튼 새 둥지 시즌 종료 후 박증환은 큰 결단을 내린다. 바로 2020 시즌부터 4년간 몸담은 OK저축은행 브리온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이후 박증환은 리브 샌드박스에 둥지를 틀며 새로운 도전을 준비 중이다. 익숙한 환경이 아닌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상황. 박증환은 이제는 어느 정도 편해졌다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이제 나름 프로게이머도 오래 했으니까 그렇게까지 크게 바뀔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리브 샌드박스에)와 보니까 환경이 많이 바뀐 것이 느껴졌다. 그래서 처음에는 긴장도 많이 하고 적응 역시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잘 적응해서 편해졌다"
이어서 박증환은 리브 샌드박스가 자신을 원하는 게 느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리브 샌드박스에서 테스트도 보고 '류' 유상욱 감독님과 이야기도 많이 해봤는데 저를 좋게 봐주는 게 느껴졌다. 팀에서도 저를 엄청 원하는 게 느껴져서 너무 좋았던 것 같다"고 리브 샌드박스를 선택한 계기를 털어놨다.
인터뷰 당일 숙소에 들어온 지 일주일 정도 됐다는 박증환은 팀원들의 첫인상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제가 리브 샌드박스 선수들에 대해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느낌은 묵묵하고 좀 기가 세다는 이미지였다. 그런데 막상 보니까 아기 같은 느낌이다"라며 "그래서 그 부분이 조금 귀여웠고, 오히려 반전이라서 조금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하며 미소 지었다.
◆'딜라이트'와 '정훈' 2021 시즌부터 브리온이 LCK 프랜차이즈에 합류하며 최상위 리그에서 뛰게 된 박증환의 첫 파트너는 '딜라이트' 유환중이었다. 둘은 2022년까지 2년간 호흡을 맞추며 좋은 경기력을 선뵀다. 그리고 유환중은 올해 젠지e스포츠로 팀을 옮기며 활약했고 LCK 우승에 이어 LoL 월드 챔피언십 무대까지 밟으며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보였다. 옛 파트너의 이런 맹활약은 박증환에게는 자극이 됐다고 한다.
"원래도 유환중 선수가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했지만, 함께 팀에 있을 때는 '이 정도인가?' 싶기도 했다"며 웃으며 말한 박증환은 "나가서 잘하는 거 보니까 신기하고 정말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런 잘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좀 자극받았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박증환의 올해 파트너는 '정훈' 이정훈이다. 박증환은 이정훈을 유환중과 비슷한 스타일이라고 소개하며 공격적인 선수라고 평가했다. 그는 "아직 스크림을 많이 해본 건 아닌데 일단 매우 공격적이다. 라인전 부분에서 조금만 더 디테일하게 감독님과 이야기 잘하면 더 강해질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서 박증환은 "이정훈은 다재다능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제가 그 친구한테 좀 맞추는 스타일로 하면 될 것 같다. 아직 저희 바텀의 색깔이 딱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맞춰나가면 여러 방향에서 좋아질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일단 제가 느끼기에는 공격적인 선수인 동시에, 플레이할 때 근거를 가지고 한다. 그래서 저는 약간 유환중 선수와 비슷한 느낌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합을 맞추기가 그렇게까지 어려울 것 같지는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로운 팀에서의 새로운 도전…목표는 'LCK 1등 바텀' 바쁘게 움직였던 LCK 스토브리그도 거의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그런 만큼 저마다의 팀들은 아직 한 해가 가지는 않았지만, 벌써 2024년을 바라보고 있는 상황이다. 로스터 구성을 어느 정도 마친 팀들도 등장하고 있는 가운데, 박증환은 T1과 한화생명e스포츠를 경계했다.
박증환은 "한화생명 바텀 같은 경우는 이제 합을 맞춘 적은 없지만, '바이퍼' 박도현, 유환중 두 선수 모두 잘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제가 느끼기에는 둘이 엄청 잘 맞을 것 같다. 또, T1 바텀 역시 정말 잘한다고 생각한다. T1은 특이한 픽들도 잘하고 약간 유동적으로 밴픽을 하는 부분도 훌륭하다. 라인전 디테일 역시 매우 좋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래서 T1과 한화생명의 바텀이 강하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좀 다른 의미로 좀 잘하는 느낌이다. T1은 라인전 강한 픽을 잘하는 느낌이라면, 한화생명은 약간 받는 픽도 좀 잘하고, 혼자 하는 것 역시 좀 잘하는 것 같은 느낌이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강력한 선수들을 상대해야 하지만 박증환은 목표를 크게 잡았다. 그는 목표를 묻는 질문에 "롤드컵을 가보고 싶다. 그리고 개인적인 목표로는 바텀에서 (이)정훈이와 합을 잘 맞춰서 1등 바텀이 되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제가 다른 팀에 오래 있어서 팬분들이 아직은 좀 어색할 수 있는데, 앞으로 리브 샌드박스에 잘 적응해서 좋은 모습 자주 보여드리도록 하겠다"는 말을 남기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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