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ㅅㅍ)<순응자>, <대결>: 사슬의 이미지 – 연대와 족쇄의 이중성

북백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7 08:20:01
조회 6581 추천 24 댓글 15

서울올림픽 개막식에서 “손에 손잡고”라는 가사를 전인류 평화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한 것처럼 소위 ‘인간 사슬’의 이미지는 협심과 화합, 연대의 상징으로 사용되고는 한다. 이것은 영화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재미있는 건 이러한 사슬의 이미지는 상기한 연대의 표현으로 사용될 수 있으나 반대로 족쇄의 표현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




먼저 영화 <순응자>를 보자.


무솔리니 파시스트 정권의 비밀경찰인 주인공은 자유를 찾아 정치적 목적으로 프랑스로 망명한 교수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고 프랑스로 떠난다. 이때 교수는 동시에 주인공의 대학 시절 스승이기도 하다. (교수는 주인공이 파시스트가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며 그를 설득하려 한다.)


7cf3da36e2f206a26d81f6e64e80756e

좌측이 주인공이고 우측이 교수이다. 둘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


“내가 자네를 아까 시험해본 거야. 그 편지에는 아무것도 없었네.”


주인공에 대한 신뢰를 드러내는 교수.



7ff3da36e2f206a26d81f6e04588706b

두 인물 앞에서 술집 손님들이 모여 인간 사슬을 만들고는 춤을 추고 있다.



7ef3da36e2f206a26d81f6e74e817d6a


79f3da36e2f206a26d81f6e640867c65


78f3da36e2f206a26d81f6e144807669


7bf3da36e2f206a26d81f6e14f80736a

곧장 인간사슬에 끼어드는 교수와 달리 주인공과 그의 비밀경찰 동료는 고독하게 앉아있을 뿐 인간사슬에 껴들지 않는다. 교수의 기대와 달리 주인공은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지 못하였다. 이들은 연결되지 않은 공간 속의 외로운 개인으로 존재한다.






7af3da36e2f206a26d81f6e044887c6a


75f3da36e2f206a26d81f6e044897764

주인공을 둘러싸는 춤의 행렬.



74f3da36e2f206a26d81f6e34582756f


7ced9e2cf5d518986abce8954587706d80

그들에게 둘러싸인 주인공은 그 사슬에 동참하기는커녕 두려워한다. 여기서 인간사슬은 자유세계 연대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주인공을 억누르는 억압으로 작용한다.


(본인의 경우애는 자유 체제가 일종의 족쇄라 생각하지만 그 견해는 차치하고) 본 장면에서는 민족의 연대를 내세운 파시즘과 달리 오히려 자유세계에서 진정한 연대가 이뤄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로써 파시즘이 말하는 하나된 민족, 하나된 국가의 허황성이 폭로되게 된다.


순응자의 경우 인간 사슬에서 이중성이 관찰되기는 했으나, 저 영화가 만들어졌을 70년대나 지금이나 파시즘이 받는 취급을 생각하면 이러한 묘사가 어떠한 이념(자유세계)의 양면성에 대한 폭로로 이어지는 것이라 보는 사람은 거의 없으리라 본다.





반면 <대결>의 경우에는 인간 사슬의 이중성에 대한 모습이 확장돼 이념과 정치운동의 이중성에 대한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다음은 영화의 도입부의 장면이다.


7cec9e2cf5d518986abce8954582716fa5


7cef9e2cf5d518986abce8954587756eac

빨간 옷을 입은 지도자격의 학생과 사회주의 청년들은 인간사슬을 대형을 취해 경찰을 둘러싼다.



7cee9e2cf5d518986abce895428075691a

청년들의 기습으로 무장해제 상태가 된 경찰들은 그들과 함께 인간사슬의 춤을 춘다. 그들은 위계를 뛰어넘어 연대하고 있다.



신학생들과 토론을 하겠다고 신학교로 쳐들어간 사회주의 청년들.

7ce99e2cf5d518986abce89545857d6bd4


7ce89e2cf5d518986abce8954585726d76

활기찬 모습으로 사슬을 만들어 다니는 사회주의 청년들과 달리 신학생들은 무기력하게 제각각 도망가기 바쁘다. <순응자>에서 그러했듯이 여기서도 사슬은 연대이나 동시에 신학생들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다. 신학생들은 사슬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7ceb9e2cf5d518986abce8954589706806


7cea9e2cf5d518986abce89542817169fb


7ce59e2cf5d518986abce8954587716d8e

신학교 안에서 노래부르고 춤추며 사슬 모양으로 춤을 추는 학생 무리. 이때 몇몇 신학생들이 이들의 무리에 동참했음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앞서 보았던 경찰들과의 춤과 유사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다.



7ce49e2cf5d518986abce8954585716fed

(경찰 등장) 야 이 새끼들아 신학교 쳐들어가라고 한 적 없다.



7fed9e2cf5d518986abce895458772685b

신학교로 들어와서 해산을 명령하는 경찰. 경찰은 서있는 학생들과 달리 자동차라는 높은 위치에 있다. 여기서 학생들과 자동차 위에 선 경찰 간의 권력의 차이가 드러나며 이것은 굉장히 권위적인 광경이기도 하다.


사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나 뒷부분과 흥미롭게 연결되는 장면이라 언급하였다.





7fec9e2cf5d518986abce89545847c6b3a


7fef9e2cf5d518986abce89545857d6500

빨간 학생의 방식대로는 더 이상 안되겠다며 그 지도자의 자리에 쫓아내는 사회주의 청년들. 사회주의 청년들이 빨간 학생을 둘러싸고 있다. 이것은 소수자에 위치에 선 빨간 학생에게는 소외됨으로 작동한다.


새로운 지도자를 뽑고 다시 신학교로 들어간 학생들.


7fee9e2cf5d518986abce89544887d6820


7fe99e2cf5d518986abce8954588716fa5

새로운 지도자의 행동은 빨간 옷과는 다르다. 수평적인 위치에서 그들과 대화를 나누었던 빨간 옷과 달리 새로운 우두머리는 신학생들보다 높은 곳에 위치한다. 아까 경찰이 명령을 내리던 모습과 흡사하게 지도자는 신학생들에게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설교를 하고 있다.



7fe89e2cf5d518986abce8954588716a5f


7feb9e2cf5d518986abce8954284736a2e

또다시 등장한 인간 사슬.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연대의 이미지가 강했던 초반과 달리 후반의 인간 사슬은 신학생들에게 통제하는 족쇄의 이미지로 작용하게 된다.



7fea9e2cf5d518986abce8954283746b4c


7fe59e2cf5d518986abce8954286726425

사슬을 만든다! 그리고는



7fe49e2cf5d518986abce89542807c6bb6


7eed9e2cf5d518986abce89545897464e1

(선생들을 저기로 가시죠)

사회주의 청년들이 사슬로 보여줬던 연대는 사람들을 억누르는 통제 수단이 됐다.



7eec9e2cf5d518986abce8954280716916


7eef9e2cf5d518986abce895428173644f

그들은 신학생들을 통제해 책을 불태우는 반달리즘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대결>(1968년, 미클로시 얀초 감독作)은 인간 사슬이 가지는 상호평등의 연대의 이미지를 제시하고 그것을 반전시켜 그들이 가지게 되는 폭력적인 족쇄의 이미지를 보여준다. 이상적인 목적을 가진 운동이 타인을 억압하는 운동으로 변하는 과정을 매우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연출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사슬의 이미지는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관찰되며 카메라는 롱 테이크로 이것을 계속해 쫓아간다. 감탄할만한 부분은 이 영화가 화면을 구성하는 인원을 계속 쫓아가며 카메라를 계속 이리저리 옮김에도 흐름과 이미지가 잘 무너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연출은 시시각각 변하며 양면성을 띄기도 하는 권력의 흐름을 매우 성공적으로 표현해냈다.


<순응자>가 그러하듯 어떠한 이미지는 한 개 이상의 성질을 지니기도 하며(사실 그러한 경우는 매우 많다.) <대결>이 그러하듯 그것에 집중해 두 가지 이상의 함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24

고정닉 10

6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연예인 안됐으면 어쩔 뻔, 누가 봐도 천상 연예인은? 운영자 24/06/17 - -
231851
썸네일
[야갤] [단독]‘갓뚜기’의 눈속임…“면이 줄었는데 20% 증량?”
[47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7790 361
231848
썸네일
[싱갤] 성심당은 빵 말고 주먹밥이 맛있다는 대전 토박이
[384]
ㅇㅇ(118.91) 05.17 39044 351
231847
썸네일
[부갤] 국가소멸 부르는 위험한 연금 개혁, 청년에게 빚더미만 떠넘기나?
[624]
테클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3940 464
231846
썸네일
[미갤] 시그니엘 결혼식장 갔다가 축의금 두 번 낸 침착맨.jpg
[58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1450 155
23184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전세계 학교 점심 식사
[215]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2246 47
231843
썸네일
[야갤] 민희진 “어도어 인수해달라”며 네이버·두나무 만났다
[482]
ㅇㅇ(106.101) 05.17 23929 456
231842
썸네일
[싱갤] 내용추가)싱글벙글 직구떡밥 관련해서 브리핑실 해명 떴냐????
[64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7106 457
231840
썸네일
[카연] 직구규제요약만화.manhwa
[607]
kain_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6918 990
231839
썸네일
[새갤] [채널A] 보폭 넓히는 한동훈…커지는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
[170]
정치마갤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10220 46
231838
썸네일
[야갤] 이번 여시 N번방 폭로한 기자가 받은 악플수위
[957]
야갤러(106.101) 05.17 53630 1504
231835
썸네일
[싱갤] 퍼거퍼거 각국의 가장 큰 역들
[158]
마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12313 58
231834
썸네일
[야갤] BTS 지민 • 하트시그널 '송다은' 열애설 떴다.jpg
[38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5682 264
231832
썸네일
[대갤] 대만-중국, 한국에 와인 위장 마약 유통하려다 적발! 인터폴 적색 수배
[136]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11651 208
231831
썸네일
[야갤] 술 안마셨단 김호중, 유흥주점 나와 휘청이던 모습 공개.gif
[24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2427 174
23183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의외로 직구 금지 스플뎀 맞는 인싸들
[730]
ㅇㅇ(175.113) 05.17 54833 480
231828
썸네일
[카연] 이스가리옷의 십자가 1화(재업)
[22]
오탈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4765 15
23182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어벤져스 명장면
[274]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1914 161
231823
썸네일
[디갤] 건물 장노출 할 때 구름 방향 컨트롤 하는 방법 알려드립니다~
[26]
스앟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8287 28
231821
썸네일
[메갤] 일본의 후쿠시마 제염노예
[211]
ㅇㅇ(106.101) 05.17 13605 137
231820
썸네일
[로갤] 패미컴판 장풍2 조사 중간보고
[47]
유카링은17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7985 24
231817
썸네일
[상갤] 초장문) 악마와의 토크쑈 ㄹㅇ 실화 기반이긴 함..jpg
[300]
ㅇㅇ(61.82) 05.17 19864 82
231815
썸네일
[카연] 생태 박물관에서 동물관리 했던 썰 -1-
[73]
악역.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8753 104
23181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백종원 20년 전 TV나와서 했던 일
[215]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6143 382
231811
썸네일
[멍갤] 이경규한테 화난 이유
[670]
ㅇㅇ(106.102) 05.17 28720 56
231809
썸네일
[헌갤] 우라도 일본 헌혈마냥 콜라보 하자..
[395]
헌붕이(222.107) 05.17 20562 150
231805
썸네일
[그갤] 한달동안 그린거 모아봄
[69]
오십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10659 52
23180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3년간 층간전쟁을 일으킨 냄새.jpg
[285]
딸근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46060 533
231801
썸네일
[보갤] 한국 넘버원 보디빌더 이승철이 추천하는 10가지 운동
[229]
ㅇㅇ(118.235) 05.17 26520 93
231799
썸네일
[이갤] 상상을 초월하는 페티시의 세계...jpg
[196]
설윤아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7372 134
231797
썸네일
[싱갤] 흥미진진 레딧 1문단 소설...jpg
[23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9576 271
231795
썸네일
[일갤] 홋카이도 여행기(1) - 출발~하코다테
[20]
여자아이는싸우면안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7052 21
231793
썸네일
[야갤] 김호중 사건으로 회자되는, 김상혁 자숙 10년 사건.jpg
[23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4626 428
231792
썸네일
[카연] 24시간내로 안하면 죽는 만화...上
[270]
기계인간양가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7695 70
231790
썸네일
[야갤] 관 어깨에 메고 둠칫둠칫.. 축제같은 장례식.jpg
[15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6958 109
23178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국에서 한 번쯤 가볼만하다는 곳
[337]
ㅇㅇ(122.38) 05.17 42675 60
231784
썸네일
[상갤] 할리우드 레전드 동양계 배우가 말하는 인종차별썰
[393]
ㅇㅇ(211.234) 05.17 38966 325
231782
썸네일
[이갤] 에도시대 일본의 밤문화...jpg
[254]
설윤아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53143 234
231778
썸네일
[싱갤] 잡어에 대해 알아보자.
[164]
수산물학살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0186 116
231776
썸네일
[주갤] 주한미군, 여성시대 법적대응 검토
[1319]
주갤러(106.242) 05.17 65699 2202
23177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온천으로 만드는 천둥빵
[147]
따아아아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26948 126
23177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추억의 90년대 커피숍.jpg
[262]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7 37275 101
231768
썸네일
[이갤] 체키 정리하면서 꺼내본 24장의 지하아이돌 체키
[5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7065 26
231766
썸네일
[해갤] (이번 주 최고의 빅매치) 퓨리 vs 우식 승자 예측
[111]
해복갤러(106.101) 05.16 19464 113
23176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90년대 19금 게임 스토리 레전드...jpg
[180]
빠요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46340 207
23176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국 사극 역사상 최고의 충신.jpg
[215]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44763 483
231760
썸네일
[디갤] 후지+블랙미스트+그레인 보고가
[31]
dancin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0784 19
231758
썸네일
[야갤] 김호중 광신도 할마시들 어질어질하노
[348]
ㅇㅇ(58.150) 05.16 32948 314
231756
썸네일
[기갤] 블라인드) 갑론을박 중인 "잔소리하니까 퇴사한다는 후임".jpg
[63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34550 283
23175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파스텔로 그린 바다.jpg
[169]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36451 178
231750
썸네일
[카연] 신이 역사 바꾸는 만화 외전 (10) (이영과 빅토리아)
[37]
브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6 12120 78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