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의 구성요소는 메카닉과 픽션으로 나눠 볼 수 있다
메카닉은 게임의 규칙과 여러 값들
픽션은 메카닉을 감싼 에셋, 즉
hp 바에 붙은 붉은 심장 아이콘, 체력(Health)라는 이름
원시적으로는 체스 기물의 형상부터 디지털 게임에서는 치명타 발생 시 효과음까지
메카닉과 연결되는 모든 표현을 말한다
- 메카닉과 픽션은 서로 작용해서 감정과 감각을 만들어낸다
RPG 게임의 hp 요소에서 메카닉만 분리해서 보자.
'상대가 굴린 주사위의 눈 만큼 감소하는 수치' 라는 메카닉 만으로는 플레이어에게 유의미한 감각을 주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생명'과 연관된 심볼, 그리고 '수치가 0에 도달했을 때 게임에서 패배한다' 라는 메카닉이 합쳐지면
'죽음'이라는 생물에게 가장 원초적인 감각과 그에 따라오는 공포, 긴박함 같은 감정을 만들어낸다.
메카닉과 픽션을 같은 목표로 디자인하면 덧셈이 아니라 곱셈의 효과가 나타난다.
- 19세기 최초로 히트포인트(hp) 개념을 도입한 훈련용 워게임 '크리그스필' 부터
- 긴 세월을 지나 1974년 RPG의 시초이자 현대 RPG에서도 통용되는 시스템을 가진 '던전 앤 드래곤' 까지 이어진다
- 감정과 감각에서 경험으로
그렇다면 실제 예시를 보자
다키스트 던전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최악을 구현한 게임'을 표방하는 하드코어 게임이다
만약 다키스트 던전이 어떤 게임인지 모른다면 잠깐 읽는걸 멈추고 유튜브에서 플레이 영상을 보고 와도 좋고 명작이니 직접 플레이해보는걸 추천한다
게임은 공포스런 아트 스타일과 시놉시스로 분위기를 보여주지만 가장 핵심적이고 차별화된 메카닉을 꼽자면
체력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 스트레스 메카닉이다
게임이 아트와 컨셉으로 제시한 맥락 위에서
'스트레스'라는 이름과 불길한 느낌을 표현하는 픽션
스트레스 메카닉과 연계해서 견디지 못하고 미쳐가는 캐릭터를 표현한 '고통' 메카닉
스트레스 게이지가 100에 도달하면 생존 가능성에 큰 불이익을 주는 디버프를 얻는 고통 메카닉과 그 표현방식이
모두 어우러져 스트레스 게이지는 단지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수치가 아니라
플레이어의 감각에 와닿는 진짜 스트레스가 된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다키스트 던전은 플레이어한테 부정적인 감각만 주는
마조히스트 게임이 됐을수도 있었지만
게임은 여기에 결정적인 킥 하나를 추가한다
부정적인 효과를 주는 '고통' 대신 긍정적인 효과를 주는 '영웅적 기상' 효과를 25% 확률로 가질 수 있는 메카닉이다
메카닉만 놓고 본다면 부정적인 효과가 75%의 확률로 적용된다는 단순한 밸런싱용 구조가 될 수도 있지만
스트레스 메카닉으로 쌓였던 플레이어의 긴장감, 고통의 부정적인 표현과 180도 다른 표현, 캐릭터가 내뱉는 투지있는 대사까지 여러 픽션이 합쳐져
스트레스 메카닉의 수치가 내려감과 동시에 플레이어에게 주입한 긴장감, 스트레스까지 내려보내는
확률 굴림의 내재적인 쾌감과 함께 카타르시스 넘치는 경험을 주게 된 것이다
메카닉과 픽션이라는 용어는
타이난 실베스터가 쓴 게임 디자인 서적에서 명명한 개념이다 (용어를 가져온거지 본문의 내용 핵심은 책 내용이랑 관련 없다)
게임 디자인은 아직 용어도 모호하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정립된 이론도 없지만
특정한 경험과 재미를 주는 게임을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려면
실습과 함께 최소한의 이론이 필요할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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