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과정에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 수사팀에 조직적으로 부당한 외압이 가해졌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관세청이 '용산 대통령실에 협조를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국회 질의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관 직원들이 경찰 수사팀을 직접 찾아간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팀장을 찾아가 만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5일 관세청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진 의원실(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세관 직원 마약 밀반입 연루 의혹 사건 관련 답변서'를 보면 관세청은 '고광효 관세청장 등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용산 대통령실을 포함 타 기관에 협조 요청한 사실이 있는지'를 묻는 질의에 "답변이 곤란하다"고 답했다. 관세청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및 영등포경찰서에서 세관 직원 마약범죄 연루 의혹 등과 관련해 수사가 진행 중"이란 것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 관세청은 경찰의 세관 마약 수사에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에 휘말린 상태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조직의 필로폰 밀반입 범행에 인천공항 세관 직원들이 연루됐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수사에 나섰다. 당시 영등포서 형사과장으로 수사팀을 이끌던 백해룡 경정은 이 과정에서 관세청과 서울경찰청 수뇌부의 부당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특히 당시 영등포서장이었던 A총경이 '용산에서 사건 내용을 알고 있다.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하며 언론 브리핑 연기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황이다.
앞서 백 경정은 세관 직원들이 언론 브리핑 직전이었던 10월 6일 아침에 직접 영등포서로 찾아와 브리핑 연기를 요구했다고도 폭로했는데, 관세청은 영등포서를 찾아간 사실을 인정했다.
관세청은 김영진 의원실의 질의에 "인천공항세관 소속 국장 등이 영등포서를 방문해 오전 9시부터 약 30여분 간 형사과장을 면담했다"고 답했다. 수사를 받는 기관 관계자가 수사팀장을 찾아간 것이 사실로 드러난 것으로 부적절한 만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김영진 의원은 "관세청이 전방위적이고 조직적으로 세관 범죄 사실을 은폐·축소하려 했다"고 지적하며 "관세청장은 스스로 진실을 밝히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한다"고 밝혔다.
백 경정은 지난달 16일 고광효 관세청장과 서울청 수사 지휘부 등 9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이에 공수처는 지난달 24일 백 경정을 불러 10시간가량 고발인 조사하고 31일에는 다시 백 경정을 불러 휴대전화를 임의제출받았다.
공수처는 제출받은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백 경정의 통화기록과 녹음파일 등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의 고발 내용을 뒷받침하는 물증이다. 공수처는 특히 고발장에 포함된 '용산(대통령실)' 발언과 관련된 통화기록을 확보해 전후 맥락 등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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