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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내 겐바 방문 이야기와 옛 오시 이야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9.10 10:05:02
조회 7056 추천 19 댓글 26

솔직히 국내에서 지하아이돌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은 거의 모른다


나도 국내에 관심 끊은게 거의 거의 5년이니 아주 초기부터 활동하던 소수와 당시부터 지금까지 타계하지 못하고 남아있는 일부 오타쿠들만 나를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도 오랫만에 국내 겐바 나들이를 한 것은 우선 아래 공연의 주최자가 시간되면 오라고 굳이 초청을 해 주셨기 때문이고,


또한 최근 현장에서 진행되는 씹덕질에 본격적으로 막 관심을 갖기 시작한 친한 여동생 (... 이라고 적는 것도 찜찜하지만 그거 말고 지금 딱히 쓸 단어가 없다)이 이걸 보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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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언제적 48덕질이냐 싶지만 기억을 더듬어 몇 곡의 필수 청취곡을 선별해 알려주고, 늦은밤 출연진에 대해서 간단히 살펴보고 있는데


SEO48에 한야라는 아주 익숙한 친구가 보인다


아주 가끔씩 내 의지와 상관없이 국내 겐바를 가야할 때마다 높은 빈도로 한야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알 수 없는 운명을 느낀다


나한테 한야는 국내 지하아이돌 멤버라기 보다는, 지금은 졸업하고 일반인이 되어 있는 내 옛 오시의 친구일 뿐이다




물판시간, 여동생은 하루리의 루리라는 친구가 맘에 든다고 줄을 섰고 (나중에 알아보니 유비키리라는 팀의 루리란 친구인듯) 나는 한야한테 가서 체키를 찍고 대화를 한다




한야 : 오랫만에 오신거 같은데 이름이 뭐였죠?


나 : B.K.요


한야 : 아...... 우리 1월에 보고 8개월만인거예요?


나 : 벌써 8개월이나 되었나요?


한야 : 그동안 어디서 덕질하셨어요?


나 : ....... (차마 눈앞에서 AV 쪽이요 라고 말을 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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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옛 오시의 이야기를 꺼냈다


지금 얘기하는 옛 오시는 2019년 5월부터 2019년 10월 팀이 해산할때까지 Rilly라는 아이돌 그룹에서 활동하던 사라 (さら)라는 친구이다


내가 처음 사라를 만난 것은 2019년 5월 14일 시부야 O-WEST에서 열린 타이반에서였고, 공연 후반부에 오시 그룹과 유명한 그룹이 줄줄이 나오기 전에 신인급 그룹 물판에서 괜찮아 보이는 애들과 미리 투자성 체키를 찍어두자는 생각에 공연은 아예 복도의 TV로만 보고 조금만 예뻐보이면 다 체키를 찍고 다니고 있었다 (이 날 5시간동안 체키를 8만엔 어치를 찍었다)




그때 사전 지식이 전혀 없던 Rilly란 팀 물판을 지나가는데 손님도 별로 없고 인원도 많지 않으니 멤버들하고 한 장씩 찍고가자는 아주 편한 생각을 한다


저 파란색 멤버가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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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체키를 찍으면서 어머니가 한국분인 혼혈이란 것을 알게된다


막상 외국에 나가서 이런 곳에서 한국하고 어떤 식으로든 엮이면 뭔가 쓸데없는 책임감이 느껴지곤 했는데, 하여튼 앞으로 자주 보자고 하면서 인사를 하고 옆 물판으로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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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사라와 찍고 바로 옆에 엄청 유명한 아이돌과 체키를 찍기 위해 줄을 서야 했다


그 친구의 이름은 READY TO KISS의 아마우 키스미 (天羽希純), 지금 #2i2에 있는 그 유명한 친구 맞다


솔직히 내 순번까지 오기에는 앞 줄이 너무 길었는데, 내가 외국에서 온걸 눈치챈 운영이 조금 빨리 운영을 하면서 나까지 딱 하고 끝날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다


그때 물판을 마치고 대기실로 들어가던 사라와 눈이 딱 마주쳤는데, 사라가 잠시 주저주저 하더니 한국말로




"야! 너 앞으로 내 오시해!"




하고 날 빤히 쳐다보는 것이다


다른 친구 줄서있다 말고 아이돌하고 이런 대화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이건 대체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당황스럽기도 하고......


나도 모르게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말았다


자 이렇게 뜬금없이 오시가 한 명 더 늘고 말았지만, 알 수 없는 책임감을 느끼면서 진짜로 트위터를 통해 본격 오시로 모시며 덕질을 시작하게 된다


참고로 이 날은 사라가 아이돌로 데뷔한지 6일차, 데뷔 후 두 번째 공연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콘카페에서 일은 했어도 아이돌 활동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당시 대체 어쩌다 그렇게 되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디씨 아시아엔터갤러리를 중심으로 몇 명이 사라 덕질을 한다고 떠들어대는 것이 보였다


오시 카부리 어쩌고 논할 상황도 아니었기에 몇 안되는 친구들이라도 사라에게 큰 마음의 안정을 줄것이라 믿으며 그들하고도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그 뒤로 일본에 두 번 더 원정을 갔었고, 갈때마다 사라를 꼭 만나고 왔다


다만 그 해 10월에 갑작스러 Rilly가 해산하고 잠시 후에 그 소속사가 완전히 회사를 문닫아버렸다는 것이 문제일 뿐








그리고 다들 기억하듯이 갑자기 코로나가 터졌고, 한일 양국에서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다가 어느 순간 오시는 그 전에 일하던 콘카페로 복귀했다


그 콘카페는 유명한 마법학교 컨셉의 카페 아필리아 크로니클S (アフィリア・クロニクルS)였다


아직 일본에 갈 수는 없지만 언제부터인가 OnlyFive라든지 Marche 같은 사인생사진을 판매하는 플랫폼들이 늘어났고, 2년이 채 안되는 기간동안 우리는 50차례가 넘는 사인생사진 구매를 통해 많은 정보를 교환했다


(주문시 비고란에 내 이야기를 적고, 사라는 메시지를 적어서 보내주는 방식으로)


아래 두번째 사진에서 돈없어서 이거 많이 팔아야 한다는 내용이 왜 그리 웃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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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기간동안 사라(아필리아에서 이름은 사랑)는 대학을 졸업했고, 평일에 출근하는 직장을 갖게 되었으며, 아필리아에는 주말에만 아르바이트로 출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2022년 하반기에 일본 여행이 슬슬 가능해지면서 나는 곧장 도쿄로 날아간다


그리고 사라의 출근일에 맞춰 아필리아에 방문을 한다


그때 방문한 이야기를 나는 디씨에 후기로 썼었다


지금 이 context 없이 저 후기만으로도 의미가 없지는 않겠지만, 이 이야기를 읽는 도중에 저 후기를 다시 읽는 것은 새로운 재미가 있을 것이다




https://m.dcinside.com/board/dcbest/101399

 






사라의 출근일 자체가 많지 않고, 또 워낙 인기 업소이기 때문에 갈때마다 보기는 힘들었지만 그래도 계속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만으로도 초조하지 않았다


그 와중에 나는 지하아이돌씹덕 이미지를 거쳐 AV씹덕의 이미지를 공고히 해가고 있었고, 그러던 중 사라가 갑자기 8월말로 아필리아도 영원히 졸업한다는 선언을 한다


졸업에 맞춰 일본에 다시 오는 것이 만만치 않았던 나는 7월말에 조금 이른 작별인사를 하러 아필리아를 찾아간다




글자수 제한으로 마무리를 깔끔하게 하지 못한 글인데, 이 후기 맨 마지막에 방문한 아필리아는 그런 이유로 방문하게 된 것이다




https://gall.dcinside.com/dcbest/155289

 







그리고 저 후기에는 적지 않았지만 영업종료시간에 가게를 나와 지하철을 타고 호텔로 가는 중에 사라의 완전 개인계정으로 다음과 같은 DM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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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게에서도 눈물은 흘리지 않았는데, 그 DM에 답변을 보내는 동안에는 이상하게 시야가 흐려지는 것이었다


우리가 실제로 얼굴을 마주친 횟수는 아직 두자리수가 채 안되지만, 우리는 꽤 오랜 시간동안 아이돌과 오타쿠로서 서사를 빌드업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 재수없는 오타쿠는 맞지만 이 정도면 나름 덕질 잘하고 있는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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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또 일상에 매몰되어 있었고, 8월말에 사라는 무사히 졸업을 했으며, 졸업 후에 아이돌로서 마지막 marche를 이틀 연속 판매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당연히 알람까지 설정해 두고 그 두 장을 다 주문했고 그 결과 마지막으로 사라에게 받은 메시지는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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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사라의 목소리를 간접적으로나마 들은 마지막이다


지금도 SNS의 개인계정을 통해서 열심히 사회생활하는 이야기, 직장동료들과 즐거운 한때를 보내는 이야기를 보고 있지만 맘찍 이상의 액션은 전혀 하고 있지 않다




그리고 오늘 한야가 해주는 말 (내가 이해한 내용으로 조금 매끄럽게 정리를 하면)


사라는 엄마와 함께 자주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데, 지금 남동생이 꽤나 유명한 한국 기획사에서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에 나 만난 이야기를 사라에게 했더니 내 얘기를 오랫동안 하며 보고싶어 했다고......


사라는 어쩌면 한국팬들이 많이 찾아와서 공연 중에 한국어 MIX를 해주기를 바랬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아이돌 시절 트윗에 한국어로 호랑이 불 인조 섬유 ~ 하는 한국어 MIX를 종종 올렸던 것은 그런 의미였구나)




"솔직히 저도 사라 많이 보고싶은데요....... 이렇게 기다리다보면 언젠가는 아필리아에서 스페셜 공연이라도 하는 날이 올거라고 믿으면서 살고 있어요. 그때는 한야씨도 함께가서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맘에드는 아이돌이 자기 보고 예쁘다고 했다고 좋아하며 체키를 들고 나오는 동생을 흐뭇하고 바라보며 물판 시간이 한참 남았지만 함께 공연장을 나온다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며 오랫만에 사라의 SNS 사진들과 예전에 찍은 추억의 사진들을 다시 한 번 정주행했다


그리고 졸업 이후 처음으로 SNS에 짧게 흔적을 남긴다




"보고싶어"



출처: 이치카와 마나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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