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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문)황정민한테 질문한 누붕이의 액터스 하우스 후기

ㅇㅇ(113.130) 2024.10.05 18:25:01
조회 15011 추천 47 댓글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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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비회원은 왜 당분간 09시~18시에만 영상 업로드 되는 건데 영상도 있는데)

(프레스 포토 타임을 준수하여 기자들 다 나간 이후로는 사진 찍지 않았습니다)


아까 다른 아이피로 중계글 같지도 않은 중계글 올렸던 누붕이입니다


지금 이렇게 모텔로 들어오고 나니까 아니나다를까

염려했던 상황이네요. 기억이 조금씩 안 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여기 최대한 남겨봅니다


누갤에서도 그동안 부국제 시즌이면 당연히 영화 상영과 GV 글은 많이 올라오는데

저는 오랜만에(한 5년만에) 다시 찾은 부국제이기도 하고

마침 황정민과의 토크 프로그램이 있다길래 어찌저찌 예매를 성공해서 오늘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시작하니까 갑자기 '그동안 GV후기글은 많이 본 것 같은데 이런 프로그램 참여했다는 누갤글은 왜 못 본 것 같지

내가 한번 복기를 최대한 하거나 실시간으로 올려봐야겠다' 싶어서 중계를 조금씩 했습니다


나중에 부국제 공계나 연합뉴스 같은데에서 풀버전을 공개할 것 같지만

여하튼 액터스 하우스 자체는 황정민 배우님을 저렇게 앉혀놓고

1시간(+ 황정민 재량으로 인저리 타임 10분 정도) 동안 황정민과 연기에 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오고가는 시간이었습니다

황정민이 처음에는 '나는 연기자로서는, 연극 배우로서는 여러분 앞에 서는 게 익숙한데

지금 이렇게 황정민으로서는 여러분 앞에 서는 게 부끄럽다'라고 운을 뗐습니다

(근데 제가 이 시점쯤에 갑자기 질문 하나가 떠올라서 거기에 좀 집중을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담화 내용이 정확하게까진 기억이 안납니다)


그러면서 한 45분 정도를 황정민과 MC가 황정민이 배우로서 걸어온 길을 톺아보기도 하고

(MC 분이 확실히 말을 잘했습니다. 황정민도 말하다 중간에 '와 MC님 제가 말한 거 정리 잘해주시네요'하고 감탄하기도 했습니다)

중간에 부국제 측에서 준비한 '황정민의 영화배우로서의 전성시대의 신호탄을 쏜' 작품,

<너는 내 운명>과 <달콤한 인생>의 명연기 클립을 잠시 보기도 했습니다


MC와 황정민과의 대담 중에는

'(황정민) 나는 솔직히 아직도 공항에서 공항 직원이 내 직업 물어보면 '액터'라고 하기 뭔가 꺼려진다'

'(황정민) 곡성 찍을 때는 무당 연습을 나름 했는데 무당 옷을 입은 순간... 진짜 오더라'

라고 말한 것이 기억에 남고

황정민 본인 입으로 '아우 나 근데 말실수를 많이 해서...',

'MC님 말 진짜 잘하네요. 미사...어구? 미사어구가 좋으세요'(미사여구인데 순간 혼동한 것 같았습니다)

'짜친다'

뭐 이렇게 말한 것도 엄청 웃겼습니다

그리고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 역을 맡은 데 대해서는 굉장히 진중하고도 조심스럽게

자신이 맡은 '전두광'의 본래 실존인물에 대해 자신 또한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떻게 느끼는 지 말하기도 했고

'서울의 봄'을 10~20대들한테서 많은 반응을 얻은 것에 대해 놀랐고 그런 반응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는 식으로 말했습니다


그러다가 관객과의 질문으로 넘어갔는데

총 3개 받고 끝내려고 했는데 MC가 하나 더 받자고 하고

황정민 배우가 한술 더 떠서 '시설 관계자님 한 15분? 좀 안되겠습니까?'라고 양해를 구하는 서비스까지 해줬습니다

그래서 두개 더 받아서 총 5개를 받았고


첫번째 질문이 아리까리한데 아마 '배우님은 인생 마지막 순간에 하고 싶은 연기가 뭡니까' 같은 질문이었고

거기에 '인생 마지막 순간이면 놀거에요~그때 힘들어서 연기 어떻게 해'라고 대답하셔서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인생에서 (연기를 할 수 있는 중) 마지막으로 남길 연기면... 나는 코미디를 좋아해서 코믹한 거 남기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두번째 질문이 좀 감동적이었는데 '배우님은 지금까지 했던 모든 영화 캐릭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연기가 뭡니까'란 질문이었고

거기에 '난 <슈퍼맨이었던 사나이>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매미인가? 태풍이 있었을 때 강원도 쪽이 엄청 침수됐던 게 기억난다

그때 태풍 피해가 엄청난 강원도에 도움의 손길을 건넸다는 뉴스를 보는데 그 뉴스에 보도되는 의인들이

높으신 분들이 아니었다. 높으신 분들은 거기 가서 사진 찍고 얼굴 비추기 바쁘다.

그리고 나도 저기 가면 얼굴 비춰야 하나 뭐 그런 생각 때문에 가기 꺼려졌는데

그날 벌어 그날 먹고 사는 그런 분들이 '피해 현장을 돕는 의인'으로 뉴스에 보도되고 있었다.

순간 '내가 저길 대체 왜 못 가고 있지?'란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런 생각을 어느날 술 먹다가 동료 영화인들에게 말했는데

한 영화 관계자가 '내가 그런 내용의 영화 각본 구상 중이다'(...)라고 하길래 그렇게 제작되고 내가 참여한 영화가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다'

라고 했습니다.

세번째 질문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두 손을 번쩍 들었기 때문에' 선택된 분이 뭐라뭐라 질문했고

(이 순간 저는 '와 어떻게 해야 저런 식으로 눈에 띌 수 있지'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대해서 황정민 배우가 '더 헌트' 얘기를 하며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MC랑 황정민 배우 재량으로 15분 추가됐는데

그 직후 네번째 질문을 황정민 배우에게 '저기 겨드랑이 매너손 하신 분'이라고 지목되며 제가 했습니다

저는 그래서 앞선 40분 동안 틈틈이 폰으로 정리했던


"예. 우선 실물로 만나뵙게 되서 영화 팬 중 하나로서 영광입니다.(황정민: 아 감사합니다)
이 질문은 제가 원래 준비한 건 아닌데 아까 프레스 포토 시간에 갑자기 떠올라 버렸습니다. 아까 프레스 포토 시간에 배우님께서는 '나는 배우로서, 연기자로서 여러분과 만나는 건 익숙하지만 아직도 인간 황정민으로서 이렇게 대화하는 자리는 긴장되고 어색하다'라고 하셨는데, 한편으로 저를 포함해 한국 영화를 사랑하는 모두는, 황 배우님께서 '인간 황정민'으로서 스크린에 나와준 영화를 이미 만나본 바 있습니다. 그 영화 이름이 아마 '인질'일텐데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조금 괜찮을는지 어떨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다른 배우들도 많은데, 그렇다 해도 송강호 배우는 송강호 자신을 연기한 바는 없고, 최민식 배우나 전도연 배우도 그렇게 해보지 못했는데, 황 배우님은 그 배우들도 못해본 걸 해보신 거지 않습니까? 그런 흔치 않은 배역을, 황정민이 '명배우 황정민'을 연기하는 것은, 그 영화를 관람하는 저희 팬 입장에서도 정말 색다른 경험이었는데, 배우 본인께서는, '명배우 황정민'을 연기할 수 있던 순간이 어떤 의미였고, 어떤 느낌으로 연기하셨는지 한번 여쭙고 싶습니다."


란 질문을 던졌습니다.

근데 지금 좀 이불킥하고 싶은 게, 이날 질문 통틀어서 제가 느끼기에 '황정민 본인이 제일 덜 마음에 들어한 질문'이 제 질문이었습니다

황정민 배우께서 바로 '사실 그 영화는 본인이 더 잘아시겠지만 내가 온전한 나를 연기한 게 아니다. 아시지 않느냐'라고 일축했고

(사실 저도 '인질 황정민'='실제 황정민'이라고 여기고 있던 건 당연히 아니지만 약간 제 질문이 그렇게 전달될 여지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예 제 본모습이 하나도 안 반영됐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인질의 '황정민'은 제 본모습이 아닌 또다른 제 영화 캐릭터다'

'그러면 뭐 제가 실제로 납치당해야 되겠습니까(드립)'

라고 말하더라고요

'근데 그래도... 이름이 황정민이고 배우를 연기하는 거라 그런 지 내가 기존에 연기한 다른 영화 캐릭터들과 같은 느낌일 수 없긴 했다

솔직히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막상 하니까 좀 어려웠다. 가공의 영화 등장인물이면 차라리 연기하기 쉬웠을 텐데'라고 마무리해줬습니다


그리고 제 다음 질문을 마지막으로 받았는데 그 내용은 진짜 기억이 안납니다

그렇게 황정민 액터스 하우스는 마무리되었습니다


세줄 요약

1) 황정민 말하는 거 들어보니까 엄청 진솔하고 꾸밈없는 사람인 것 같다

2) 내 딴엔 기발하답시고 어떻게 질문 기회까지 오길래 용기내 던져봤는데 조금 바보같았을지도 모르겠다

3) 그래도 대배우를 현장에서 실물로 보고 많은 얘기 들을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상입니다



출처: 누벨바그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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