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내면세계로서의 게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1 08:30:02
조회 14243 추천 66 댓글 45


0992e319b58376a167b9f68b12d21a1d828f7f1e6b



24b0d121e0c175993c8098bf06d604034fb60cef51357f9f77




사일런트 힐 2나 유메닛키를 더 이전 세대의 게임들

어둠의 씨앗, 어둠 속에 나 홀로 등과 구분짓는 특징은

공간적 배경이 일종의 심상으로 기능한다는 점 같다.

공포 체험이 주가 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이전 세대의 게임들에서 주인공들은 환각이 아니라 실제로 벌어지는 사건을 겪는다.

어둠 속에 나 홀로에서 주인공이 탐정인 것처럼 이런 게임은 진상을 추리하는 어드벤처 요소가 짙다.



38b3c42ff1de3da236f1c6bb11f11a39ee2723198d9d7f82




사일런트 힐 2는 동세대의 바이오하자드와 달리 이런 전통을 빗겨 가는 것처럼 보인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기억을 잃고 정신병동을 탐험하는 Sanitarium이라는 게임도 있다고 하고

전작인 사일런트 힐도 내면이 투영된 공간을 다루었지만

이런 게임에서 사일런트 힐, 사일런트 힐 2로 갈수록

플레이어가 밝혀야 하는 대상은 사태의 배후보다는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로 축소되는 것 같다.

이야기가 펼쳐지는 공간 전체가 실제로는 누군가의 내면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세계의 탐험은 사건의 설명보다는 그 근원에 있는 사람(대체로 주인공)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




7bbf8976b3d06ba76fe881e01285743b71cb3a64559193e41e7ed660f641058ca0c4a23e9a46797b01099b20171131bcc63bb8e6645b72996545fd05fedd86dd7163b48aab67a391212bf9ffb5fce222cdc543996677b45ba76139f1eb0559e7cee8355c43c471690cbd80498ca8caf3bd


24b0d121e0c175993f8098bf06d6040335cae87295b90435




이런 형식은 여러 게임에 영향을 남겼는데,

(여기서부터는 억지가 많지만 그냥 재미로 가정해 보면...) 다음 세대로 갈수록

안개 낀 외딴 휴양지나 폐쇄된 병동보다

인물이 일상적으로 지내는 장소가 더 자주 등장하는 것 같다

이전의 게임에서도 심상과 현실은 여러가지 모습으로 뒤섞여 있었으니 이런 차이는 모호해 보이지만

내면세계가 더 이상 '어딘가 동떨어진 곳'을 방문함으로써 나타나지 않고

현실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들여보낸다는 점에서 분명 다르다



00bcd429daf039aa6db0d8ac29ff2d295efe5ac125afe62e1d043a901246052b24




유메닛키에 이르면 두 곳의 간극은 자기 방의 문 하나 정도로 좁혀져 있고

대강의 줄거리조차 희미해진다.

이제는 거기에 밝힐 수 있는 진상이 존재하는지도 알기 어렵고

몇 가지 단서를 제외하면 순수한 내면세계가 묘사된다.

코즈믹 호러 장르에서는 미지의 공포를 접한다 해도 신화나 로어에서 충분히 그 내적 논리를 찾을 수 있지만

이런 게임에서는 눈앞에 있는 것들이 왜 존재하는지를 좀처럼 알기 어렵다.

어떻든 한 내면을 돌아보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74e4d327e68a3af73fbb8fe612d0216ceb7ef97904d75e8b79566fdf5e12bde25f93afe40dadaa6334994622149b96


29bcc96bb79f37a023bed2b11fdf23701ed2a99727d393ad33660952806977d1ccd231b3319f60eeed3f940cb53df7ee06947ef91786351c06dc5b936b575b32ca3bcaf83ea8d69dffcdd2d986731fa96527d2171487549e



리사: 더 퍼스트나 오모리는 많은 점에서 유메닛키의 영향이 느껴지지만

현실과 내면세계의 간극이 상대적으로 더 좁아 보인다.

유메닛키에서는 적어도 꿈꾸기가 방해받는 일은 없다.

하지만 여기서 망상은 자주 중단되고 위협받는다.

또 현실의 인물들이 상징을 경유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내면세계에 나타난다.

이런 게임들에서는 망상 속에서도 제대로 분리할 수 없을 만큼 현실의 영향력이 커져 있다.



3cefd573f38428a920afd8b236ef203ee23c973cb0aa9a2c



3eb4d728e4de31b523b8d7b813c1283c0c442309f03656770daa2260a62cd5c5f175158109cdd30b071daf40aa3f107385bc





시그널리스에서는 사일런트 힐 시리즈의 명백한 영향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주인공이 겪는 공포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제공하지 않는 Still Wakes the Deep 같은 게임처럼 은유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로어를 쌓아올리고 설득력 있는 세계를 제시하는 데 관심을 보인다.

내면세계나 환각이 아닌 답으로도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을 듯한 인상을 주지만

어느 쪽도 분명하지 않고, 상호 배타적이지 않은 듯하다.

정석적으로 고립된 장소를 방문하는가 싶더니 시점이 자주 바뀌고

실제와 내면세계, 내면세계의 주체를 구분하기 어렵게 하는데

안개처럼 경계를 알려주는 명확한 표지가 존재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여러 개의 진상이 물감처럼 섞이고 서로 침범한다.





0eb5d136f1d72a993af1c1b014c104030f7779f5df84012c11




더 비기너스 가이드는 공포 게임은 아니지만

플레이어가 탐험하는 공간 전체가 누군가의 내면세계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같은 계통으로 볼 수 있겠다.

여기서 내면세계는 친구의 습작이라는 또 다른 게임으로 나타나고, 개발자 본인이 주인공이므로 일종의 모큐멘터리 형식으로 현실에 끼어든다.

플레이어는 제3자의 내면을 주인공의 안내를 따라 읽어나가야 한다.

이 과정은 결국 주인공의 내면 읽기로 돌아온다.

다층적인 구조와 실명 사용, 내래이션으로 자꾸만 이야기의 경계를 흐리는 이유는

마찬가지로 주인공이 처한 현실이 그만큼 무겁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 어느 정도는 논픽션일 테니) 이야기를 흥미롭게 하려고 복잡하게 만들었다기보다는

개발자 스스로가 어려운 고백을 주저하고, 에두르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a65614aa1f06b3679234254958db343a2c50ae84a41f92f7148260



사일런트 힐 2, 그리고 유메닛키 이후로 내면세계를 다루는 게임에서는

어드벤처 요소가 다시 강화되고

현실이 내면세계에 더 간섭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잘은 모르겠지만 어떤 시대상이나 개발 환경의 반영일 수도 (사일런트 힐 시리즈와 유메닛키는 일본, 이후의 예시는 전부 서양의 게임이다)

그저 익숙해진 형식을 새롭게 변용하려는 시도일 수도 있다.

내면세계 게임은 단순히 밝혀내야 할 목표가 인물의 사연으로 좁혀질 뿐 유사한 게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한 마음을 걸어서 돌아본다는 건 여전히 특별한 체험이다.




출처: 인디게임 갤러리 [원본 보기]

추천 비추천

66

고정닉 28

14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축의금 적게 내면 눈치 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11 - -
273066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레전드
[76]
노인복지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2452 77
273064
썸네일
[바갤] 스쿠터 타보고 싶어서 200만원어치 교육받은 썰
[235]
국밥너무비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1863 232
273063
썸네일
[야갤] "이자 감당 가능하신지?"...180도 돌아선 한국은행의 경고
[254]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38700 142
273061
썸네일
[중갤] 보배드림에서 터진 우동집 사건
[662]
정치병자(61.76) 10.16 47525 492
27306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강 20대 시절
[73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56003 163
273058
썸네일
[해갤] 실시간 사람들이 빨던 축구감독들 근황 ㅋㅋㅋㅋ
[51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31952 536
273055
썸네일
[의갤] "1년이면 충분" vs "누가 가르치냐" '한의사 의사化' 놓고 난타전
[283]
ㅇㅇ(172.225) 10.16 21803 216
273054
썸네일
[카연] 흑백요리사 요약 만화
[92]
낙망이(118.37) 10.16 27704 151
273052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구치소 생활에 대해 알려주겠다 ....txt
[514]
강력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50767 236
273051
썸네일
[스갤] 삼성전자 메모리 사업 박살난 팩트 떴다
[603]
ㅇㅇ(118.235) 10.16 44985 653
273050
썸네일
[기갤] 갑자기 쩍 갈라지는 도로, 고속도로 위 운전자 '기겁'.jpg
[5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8670 15
273048
썸네일
[교갤] 소방관이 만든거 맞냐…아파트 화재 대피 노래 화제
[182]
ㅇㅇ(45.14) 10.16 22961 114
273046
썸네일
[대갤] 中, 광장무 둘러싸고 세대갈등... 취업난 젊은 세대는 혐오감까지 느껴
[202]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7716 245
273045
썸네일
[부갤] 아버지뻘 경비원 욕설, 폭행한 '갑질' 입주민
[228]
ㅇㅇ(106.101) 10.16 14643 57
273042
썸네일
[야갤] 충주맨보다 1년 더 빠르게 승진한 공무원 9급->6급
[472]
마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41295 434
273040
썸네일
[싱갤] 훌쩍훌쩍 월급 500으로 기만하려한 만갤러 최후
[40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43138 484
273039
썸네일
[중갤] [단독] 또 응급실 ‘뺑뺑이’ 7시간 만에 수술했지만 사망
[53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7561 99
273037
썸네일
[미갤] 퍼프 대디가 ‘베이비 오일’ 1000개를 보관한 이유
[368]
ㅇㅇ(172.98) 10.16 39136 394
273036
썸네일
[국갤] 김여사가 국악인 공연 간거 이런 내막이 있었네
[168]
ㅇㅇ(61.32) 10.16 16741 304
273034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군대에서 총기 부품 잃어버리는 만화.manhwa
[249]
코드치기귀찮아서만든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34949 204
273033
썸네일
[중갤] 엔씨소프트 사전예약 광고 근황......jpg
[354]
ㅇㅇ(14.34) 10.16 32660 254
273031
썸네일
[대갤] 日 유명 속옷회사의 새로운 LGBTQ 지침 논란... 불안의 목소리도
[305]
난징대파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9110 155
273028
썸네일
[해갤] 이라크 감독 홍명보 샷아웃 ㄷㄷ
[184]
ㅇㅇ(59.20) 10.16 22178 184
273027
썸네일
[싱갤] 틀딱틀딱 남극 근황.jpg
[257]
printe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55887 213
27302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메이플하는 여자 아이돌
[312]
산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35327 146
273024
썸네일
[걸갤] "52억 버는 외국인이 왜?"…뉴진스 하니 국감 등장에 '분노'
[785]
ㅇㅇ(118.235) 10.16 42918 1038
273022
썸네일
[기갤] 한소희 비계악플사건 여기 정리잘해놧네 ㅋㅋㅋㅋ
[281]
ㅇㅇ(118.235) 10.16 43466 260
273021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일양국의 소고기 문화
[497]
코드치기귀찮아서만든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30015 164
273019
썸네일
[미갤] 10월 16일 시황
[37]
우졍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9778 25
273018
썸네일
[주갤] 한강작가님 이혼소식에 축제중인 트페미 근황
[439]
ㅇㅇ(37.120) 10.16 33000 198
273016
썸네일
[이갤] 내가 운전했습니다..음주운전 흑기사 자처 20대 남성 거짓말 들통나
[194]
산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1140 81
273015
썸네일
[싱갤] 조선시대 호랑이 사냥법.JPG
[358]
ㅇㅇ (39.112) 10.16 29536 146
273012
썸네일
[자갤] "앉기 전 움직인 버스, 다리 마비"…버스기사는 "억울"
[306]
ㅇㅇ(149.88) 10.16 20352 78
273011
썸네일
[야갤] 여자들이 화장실 더럽게 쓴다고 화난 감동란
[611]
야갤러(124.51) 10.16 66189 799
273010
썸네일
[싱갤] 네덜란드 최고 수문장 반데사르가 푸는 한국 방문썰
[87]
배달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9080 115
273008
썸네일
[치갤] "이딴 식으로 장사할래?" 외부 음식 제지에 행패 부린 진상들
[367]
ㅇㅇ(154.47) 10.16 24706 154
273007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한국의 노벨화학상 수상자에 대해 알아보자
[37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3362 50
273006
썸네일
[리갤] 오피셜) 페이커 스킨 제작자 해고당함 ㅋㅋ..jpg
[56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51848 432
273004
썸네일
[야갤] 고비 오면 '폭파 쇼'?...北 '폭파' 의도는?
[90]
마스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2368 60
273003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나이지리아 K-드라마
[234]
ㅇㅇ(221.157) 10.16 22394 87
273002
썸네일
[미갤] 북, 청년 동원해 '입대 캠페인'…"전쟁 나면 대한민국 멸살"
[554]
비트(168.126) 10.16 19383 155
273000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연평도 때 부대 분위기 웹소인줄 알았음
[196]
라면타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9948 376
272998
썸네일
[디갤] (장문, 주절주절, 야구주의) 올해 카메라를 사게 된 이유
[42]
펠리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7835 18
272996
썸네일
[여갤] 베트남 택시 기사 때문에 빡친 여행 유튜버
[299]
ㅇㅇ(149.88) 10.16 25163 176
272995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2024 김정은 뻘짓 요약.jpg
[36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47039 774
272994
썸네일
[새갤] 황의조 "불법 촬영 혐의 인정..선처 구한다"
[317]
스트라차텔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9997 52
272992
썸네일
[야갤] 어제자 동네스타K) '장카설'에 대해 말하는 '유나'.jpg
[36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7658 198
272991
썸네일
[한갤] [단독] 개성공단 폭파 두달 뒤…文정부 '대북제재 회피' 연구했다
[30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19600 348
272990
썸네일
[기갤] 충격.. 이번주에 터진다는 핵폭탄 ㄷㄷㄷ.JPG
[67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51593 1092
272988
썸네일
[싱갤] 싱글벙글 20년간 방치된 폐아파트 4층에만 불빛이 들어오길래 찾아가봤더니
[212]
수인갤러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0.16 28797 15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