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과 결과가 달랐지만 결코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작부터 생각하던 구호였다.
아마 패배를 먼저 생각했기에 30분 안에 들어오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 조갤러들을 만나고 나면 오히려 시합때문에 생기는 긴장이 사라진다. 오늘도 그랬다.
짐 맡길때까지 분명 3명이서 갔는데 맡기고 나니 혼자남아있었다. 두리번거려봤으나 말그대로 서울광장에서 김서방찾기다.
덕수궁 대한문을 찍었다.
그리고 충무로 쪽으로 한 없이 걸었다. 내가 기억하던 길과 많이 변했다. 사진에 미쳐있을때 다녔던 중간중간의 나를 살려주던 화장실 건물들이 다 사라졌다.
그래도 다행이 파출소를 지나 스타벅스 건물의 화장실에 갔다 혼자 썼다.
출발이 대충 10분정도 남아서 워밍업 겸 살짝 달렸다.
솔찍히 판단 미스라고 지금은 생각한다. 분명 골반이 뻣뻣해서 이미 이때 장경인대를 살짝 걱정하긴 했었으니까.
출발준비하러 가는동안 스트레칭을 못한게 지금은 너무 아쉽다
차츰차츰 출발하고 출발했다.
2019년 서울 달리기가 생각이 났다.
코스는 다르니까 코스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내 앞으로 나아간다’ 라는 감각이 다가왔다.
1-3km
이순신 장군님과 세종대왕님을 지나 경복궁 둘래길을 돈다.
웨딩사진 알바라던가 개인적으로 몇번이고 찾아온 경복궁… 20대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시야가 좁고 더 여유가 없는 사람이었기에 아 이런길도 있구나.. 하고 천천히 돌려고 노력했다.
오르막에서 일부러 한번 멈췄다 다시 뛰었다. 주변 속도에 휩쓸리고 싶지 않았다. 진심으로 그렇게 느꼈다.
아니 사람들을 멈추게 하라고 내가 저리 간다니까!를 우주방어하시는 경찰 형님
4-7km
아니나 다를까 상당히 오래되고 선진시민이라면 어느정도 용납할만한 서울달리기에 차량으로 왜 못가게 하냐며 경찰형님들께 욕만 안했지 진상을 피우는 민원이 벌써 시작 되고 있었다. 그래도 차도를 내어준 대부분의 운전자분들께 감사했고 저런민원들 행사때문에 감당하는 경찰형님들도 감사했다.
결국 그래도 수십명씩 다수로 활동하는 러닝크루때문에 달리는 사람들이 욕먹는건 다를바가 없을테지만...
첫번째 코너를 돌기 바로 직전 정말 많이 다니던 곳이 나타났다. 카메라에 빠져있는 사람들이라면 익숙한 그거리…
20대의 나는 여유가 없엇다. 늘 지쳐잇었고 왜 그런지 몰랐다. 남들따라 사진을 찍는 사람은 가야하니까 많이 다녔던 기억으로 다가왔다. 소심하고 멍청하고 아집만 가득한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은 아니길 바래본다. 힘차게 여기를 달리고 있다. 라고 생각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때의 나는 힘도 없고 능력도 없이 하악질이나하는 새끼고양이같은 무능력한 남자라니…
이제는 안녕이다. 그런 나는 없다. 그런 나를 버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돌아가진 않겠다. 숭례문을 돌았다.
여기서 처음으로 눈물이 핑 났다. 뭐 내가 대단한척을 하고 싶어서 그렇게 꺼드럭대면서 속빈강정이었는지… 내가 낭비한 무례하고 바보같이 소모한 젊은 날의 방황이여 이제는 안녕. 정말 안녕.
맞은편을 보며 조갤러 형님들은 벌써 여기 지나갔겠다 대단하다.. 나도 꼭 해내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첫번째 반환...
그 출발할때 핸드폰이랑 붙여두면 안찍힐 수 있다 그래서 괜히 티셔츠를 좀 위로 들었다.
11k주자들은 여력을 지금 쓴다... 따라가보려했으나 나는 아직 멀었다.
7-11km
1차적인 통증들이 나타났다. 왼쪽 발목이 아파왔다. 잘 신경쓰며 충격을 배분해주고 싶은데 쉽지 않다. 뚱뚱하니까.
맞은편은 이미 11k 주자들조차 휙휙 달려나가고 있었다. 여유감을 빼앗기는 느낌이 들어서 괜히 파워젤을 일찍이라면 일찍 먹어본다. 3개 종류를 다 다르게 가져와서 랜덤가차처럼 먹었다. 이번 대회선물로 받은 빨간 제품이었다. 10k 페매들조차 휙휙 지나간다. 슬슬 고1독하게 뛸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로 나만 늦게 뛴다는 느낌을 받았었기 때문이다. 계속 모든 사람이 나를 앞서간다.
우회전을 했다. 이제는 뒤로 못간다. 나는 하프를 달리겠다고 결정했다. 그럼 달릴 것이다. 반만 더 가면 된다.
시간은 어느세 1시간을 넘어있었다. 상당한 집중력일지 아니면 딴생각을 정리를 잘하고 있는 것인지… 미쳐 몰랐다.
그러나 나는 우회전을 했고 하프코스를 선택했다. 그럼 나는 그걸 한다. 선택했으니까.
다시한번 말하지만 조깅갤러리 10월 사자성어는 ‘기호지세’ 이다.
정신만 차리면 호랑이를 잡는다. 호랑이 등에 탓으니 이제 잡아야지.
예전 문구갤 닉네임 '조식' 선생의 글씨. 나는 이분글씨를 참 좋아한다.
반대편에 수많은 하프 주자들이 힘차게 달린다. 생각보다 이쪽에도 사람이 있어서 위안을 받았다.
13km가 넘어가려는때에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정신을 전환할겸 파워젤을 또 하나 먹는다. 실력이 없으니 뭐라도 한다는 위안거리로 먹어본다. 세렌디피티 조갤러가 준 아이스블라스트맛이었나? 그 파워젤이었다. 생각보다 이게 나랑 잘맞는거 같다. 맛은 강렬했는데 이때 힘이 확 올라왔다. 플라시보일 수도 있고 그래도 내가 먹고 오… 뭔가 힘이 올라오네?라고 생각이 뛰면서 점점 들었다. 이거 한박스 살까한다.
커플 주자들을 뒤 따랐다. 7개월만의 13k 이상이다보니 내가 내속도로를 조절하기 어려웠다. 215페매가 왜 이 후미에 있나 생각해봤는데 11k에서 뛰던 사람인 것 같았다. 살짝 따라가볼까했는데 벅차서 아까 커플을 기준점으로 잡았다
655정도의 속도였기때문이었는데
점차 느려지더니 755까지 내려간다 덩달아 나까지 속도가 처지려는데 다른 그룹하나가 지나간다. 700으로 꾸준히 밀길래 따라붙었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하면 안되는 실수를 한다. 6년간의 달리기 경험상 이걸 따라가면 2시간28분은 찍는 속도였다.
그런데 중간에 730으로 살짝 쳐지길래 파워젤 효과 덕에 힘이 붙은 나는 640정도로 속도를 높히며 앞서 나갔다.
경찰아조씨가 아니라 모범아저씨라 만만하게 보고 내려서 싸우는 차량주인...
화내는 이유 - 아니 아저씨 말투가 기분나빠!
15k에 조붕이가 응원해주니까 티나게 화이팅 해봐야지했는데 실패했다.
힘들어서 정확히 기억은 안나는데 여기서 바나나는 바로 먹고 초코파이를 챙겼다.
여기서 나눠준게 맞던가? 아무튼 챙겼다
마지막 반환이다... 미지의 영역이다.. 장경인대가 올라오기 시작한다.
반대편에서 벌써 도로 정리를 시작한다. 괜히 조급해진다. 인도로 가라는 경찰차의 스피커가 마음을 후벼판다.
걷는 사람들도 다수가 보인다. 사람 마음이라는게 정말 특이하다. 10k를 죽어라 뛸땐 저 걷는사람들을 보면 나도 걷고 싶어져서 화가났는데
너무 힘들고 여태 뛰어본적 없는 거리를 뛰어보니 신경조차 안쓰인다. 장경인대가 슬슬 입질을 한다.
왠 숏컷의 여성분 한분이 16k 쯤 아 나는 할 수 있다라며 스스로를 채찍질한다. 사실 그대 멍하니 쭉달려지고 있어서 그대로만 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번뜩 정신이 돌아와 또 복잡한 혼자만의 생각을 막 시작해버렸다.
힘들면 멈추고 쉬고싶다라며 그렇게 안이하게 살아왔다. 끝을 보는게 없었다. 그러니까 그런 상태가 또왔으니 잘되었다. 이걸 이겨내보면 되겠네. 게으름아 덤벼라.라며 꾸준히 갔다.
대충 시간을 게산해보니 2시간 27분쯤 들어가질거같았다.
자~ 5k!! 40분남았다!!! 목청은 좋은편이니 외쳐보았다.그리고 스스로를 속여봤다. 힘들다면 이 목소리가 나올까?
그와중에 2.7k 촬영으로는 여기가 한계다라며 고프로도 꺼진다.
슬슬 한계에 다가온다.
18-21k
어느정도 뛰었을까? 기분전환겸 고프로를 만져 1080화질로 바꾸고 다시 작동시켜본다.
아까 숏컷 여성분이 결국 걷는다. 730으로 가면 여유있게 들어가지는 시간이라 힘내라고 말해본다.
나도 18k 진입 페이스는 700이라 걱정을 안했다. 심박은 185정도였지만 190이 아니니까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때부터는 미친듯 시간 계산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29분. 29분30초 30분 직전… 이대로만 가자 제발 제발…
이때 아까 앞에서 쓴 그룹에게 잡혔다. 설마 잡힐까 했었기에 생각보다 충격이었다. 시계를 봤다 745페이스로 쭉쳐져있던 것이었다. 따라 붙었다. 힘들어서 여기서 초코파이를 한입 물었는데… 먹은게 잘못이 아니고 이걸 들고 뛰는게 스트레스가 되어버렸다. 버릴 곳이 없다.
아마 찍힌 사진마다 돼지가 초코파이 들고 뛰면서 따봉날리는 사진들만 건질거 같다..
버릴 곳이 진짜 없다...
결국 이때 30초씩 두번 걸었다. 심박이 195가까이 가는데 무슨 소심줄이라고 내가 버티겠는가.
심박을 딱 180까지만 두번 떨어트리면 바로 뛰었다. 걷고싶지 않으니까. 이미 그룹은 코너를 돌고 있다.
이미 완주한 사람들이 다왔다며 응원을 한다.
18k부근에선 그게 별로 느껴지는게 없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진짜 코앞이 맞다. 심장이 아프다 몸에서 통제를 벗어나 따로 노는게 느껴진다.
21k -finish
사이버 포뮬러에서 아스라다와 오거의 마지막 코너를 다들 기억하는가?
늘 그래왔듯 나는 여기서 질주를 해야겠다 마음먹고 있었다.
다시 달리기를 시작하고 처음으로 능력이 안되서 달리지 못했다.
중간에 인도로 가라고 하는 바람에 속도를 줄일 수 밖에 없었는데 바로 다시 차도로 가라고 하더라. 그럴거면 그냥 뛰게 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분통이 터진다.
분명히 30분 안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들어왔다.
시계는 이미 30분을 19초나 넘어 있었고. 30분 안으로 들어오면 소리지르고 싶었던 것이 있었다.
장경인대! 교통사고! 왼쪽발목내외측인대3도파열! 코로나! 신스! 다 이겨내고 나는 하프를 뛰었다! 라고
그러나 30분을 넘긴 내가 무슨 염치로 그걸 외친단 말인가.
눈을 질끈 감고 이 달리기를 마감했다.
그렇게 내 첫하프마라톤은 지구가 태양을 6바퀴를 도는 여정이 걸린 시간만큼 지나고서야 처음 시작했고 첫번째 매듭을 지었다.
생각과 결과는 달랐다. 6초. 나는 6초로 제한 시간을 넘긴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사연없는 사람 없듯 나는 그 6초만큼 긴 6년의 부상과 좌절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걸음마다 그 이야기들을 내려두며 하프를 뛴 것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다.
정말로 결코 틀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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