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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토피아 개발일지 #32 - 주술과 질병

카셀(221.142) 2024.11.02 08:20:02
조회 10138 추천 28 댓글 103



안녕. <래토피아>를 개발 중인 카셀이야.

다음 주면 어느덧 얼리엑세스를 시작한지 벌써 1년이 지나가네.

처음엔 약 1년 정도면 완성도를 다듬는데 충분할 거라 예상했지만,

아직 원하는 분량과 완성도에 이르지 못해 내년 상반기까지 얼리엑세스 기간을 연장해야 될 것 같아ㅠ.


이제는 정식 출시 일정 또한 고려하며 개발을 진행하고 있어,

연말이 다가올수록 조급함과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참가하고 싶었던 전시 활동은 최소화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확장에 대한 욕심이 커서 그런지 시간이 부족하게 느껴지네...


이번 개발일지에서도 주술과 종교 시스템의 기획이 어느정도 마무리되고 상세히 소개할 수 있을거라 예상했는데,

기획이 커지면서 기술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였고, 많은 작업이 진행되지는 못했어.

그래서 이번에는 주술과 종교 시스템의 등장 배경과 개요만 간략히 소개하고,

다음 주에 업데이트 될 예정인 질병 시스템에 대해 소개하도록 할게.



주술과 종교


주술사 테마는 <래토피아> 개발 초기부터 항해사 테마와 함께 핵심 개념을 구상해두었어.

주술사 테마의 경우는 시민과 적의 사망을 활용해 도시 효율을 증가시키는 매커니즘이 핵심이었지.

다만 전력 시스템처럼 큰 규모의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은 한정된 개발 기간 내에서는 위험성이 커서 비현실적인 목표였고,

정식 출시 후 게임이 잘 팔려 여유가 생긴다면 DLC로 추가하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이라 생각했어.

그렇게 주술사 테마는 오랜 시간 동안 기억 저편에서 계획만으로 남아 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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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효율을 늘려주는 주술만 있었다면…!



그러던 중, 저번 개발일지에서 언급했던 적 처치 보상을 논의하던 도중,

주술사 테마를 활용하면 이 보상 체계도 함께 개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번뜩 떠올랐어.

적 처치 보상을 확대하려면 주술사 테마와 연계시키는 것이 자연스럽고 효율적이라며,

팀원들에게 주술사 테마 개발에 대한 개발을 선행하도록 주술을 걸어보았으나 잘 통하지는 않았는데.

주술사 테마는 테마 콘텐츠인 만큼 작은 분량으로 추가하는 것은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었고,

단순히 적 처치 보상을 위해서 개발 시간이 많이 필요한 주술사 테마까지 개발하는 것은 위험한 판단이었기 때문이지.


결국 적 처치 보상과 주술사 테마는 분리하여 진행하기로 결정했지만,

기억 저편에만 있던 주술사 테마가 개발 궤도에 오르게 되며 세부적인 기틀을 잡아갈 수 있기 시작했어.

그 과정 속에서 많은 논의들과 브레인스토밍을 거치며 여러 새로운 아이디어들을 정리할 수 있었지.



시한부 판정을 내리는 주술 아이디어


과거에 유저분들의 의견을 듣고 시민들의 나이와 이에 따른 육아, 번식, 사망 시스템을 구상하여 정리한 문서가 있었어.

하지만 100명이 넘는 시민이 노화하고 사망할 때 발생하는 관리의 번거로움을 해결할 방안을 찾지 못해 고민이 컸지.

시민의 일터를 지정해주는 게임 구조상, 주기적으로 시민들을 하나하나 재배치해야 한다면 플레이어에게 큰 불편을 줄 수 있을 것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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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쥐는 작업을 할 수 없으며, 노년쥐는 작업을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방식


그러나 주술을 활용한다면 어떨가? 특정 시민들의 능률을 상승시키는 주술을 사용하되,

이를 반복할수록 그 시민의 사망 확률이 높아진다면 플레이어의 거부감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지.

이렇게 하면 플레이어가 시민의 능률 상승과 사망 위험을 맞바꾸는 행동을 선택하게 만듦으로써,

시민 관리의 난이도와 불편함의 정도를 플레이어가 조절할 수 있게 개선할 수 있을 것 같았어.


이러한 주술은 시민이나 적의 사망 시 발생하는 영혼을 모아 사용하도록 설계하고,

이를 찬성하는 시민 무리와 반대하는 시민 무리로 나누어,

플레이어가 어떤 방식으로 영혼을 수집할지, 얼마나 주술을 사용할 지 선택을 고민하게 만들면 좋을 것 같았지.



주술보다는 종교에 집중한 아이디어


한편으로는 영혼이나 주술 같은 비현실적인 요소들을 강조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어.

<래트로폴리스>에서는 주술과 영혼이 등장했지만, 경제와 도시 관리를 중점으로 하는 <래토피아>에서

주술로 현실적이거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설정이 적합하지 않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이번에는 ‘주술’보다는 ‘종교’에 가까운 방식으로 기획을 시도해 보았어.

먼저 플레이어가 직접 종교를 창시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교리의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각각 하나씩 선택할 수 있어.

이후 도시 곳곳에 예배당을 지어 시민들이 이를 이용할 시 플레이어가 창시한 교리의 영향을 받도록 설계지.

신도가 증가할수록 교리에 추가적인 효과를 적용할 수 있지만,

추가 신도를 확보하는 것은 도시 설계를 세심하게 다듬지 않으면 점점 어려워지도록 구조화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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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월드>의 이데올로기 DLC나 <크루세이더 킹즈3>의 종교 창시와 유사하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시민들이 도시에 재미 시설이 없어도 불만을 가지지 않는 대신,

채식만 해야 하는 등 플레이어만의 독특한 컨셉플레이를 장려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다만, 시민과 적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많지 않았고,

자유도를 높게 만들수록 파라미터 조정 외에 추가할 수 있는 건조물의 종류나 컨텐츠의 분량에는 한계가 있었지.



2개의 종교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아이디어


이번에는 플레이어에게 기존에는 없던 새로운 메커니즘 위주로 추가하여,

이를 기존 시스템과 응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만드는 방식을 시도해보았어.


게임 내에는 암흑교와 정화교 두 종교가 등장하며, 각 종교는 각기 다른 독특한 전도 방식을 통해 신도를 늘릴 수 있어.

암흑교는 주술과 지식을 숭상하는 집단으로, 시민과 적의 사망 시 발생하는 영혼을 활용하여 도시의 효율을 높여줘.

반면 정화교는 정령을 다루는 호전적인 집단으로, 시민의 희생을 통해 도시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지.

그리고 새로운 기능을 가진 건조물들은 각 종교의 신도가 일정 수를 넘으면 사용할 수 있도록 구상해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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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흑교와 정화교 구상에는 <래트로폴리스>의 카드들과 컨셉들이 큰 도움이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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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테크트리 프로토타입, 아직은 많이 공허하지만 30여 개의 연구 요소들로 채워지는 날을 기대해 보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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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교와 암흑교 건조물의 컨셉 아트, 기존 건조물들도 주술사 테마로 이관하여 테마 색을 높이고자 했어



이를 통해 플레이어가 종교를 확산시키면서 새로운 기능들을 계속해서 경험하게 만들고,

다른 종교의 기능도 활용하기 위해 포용해나아가는 그림을 의도하였는데.

각 종교가 섞였을 때의 장단점을 고려하며 종교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게 하고,

공간 분리와 시민 관리를 통해 도시 효율화를 유도하고자 했어.



이 아이디어는 구현에 필요한 작업량이 많아 가장 개발 비용이 크지만,

그만큼 테마에 잘 맞는 방대한 콘텐츠가 될 것 같아 조금씩 구체화해 나가고 있는 중이야.

아직 기술 검토가 완료되지 않아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공용 침대나 시민 특성 변경 기능 등 유저분들이 제안해주신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으니,

혹시 주술사 테마에 적용하기 좋은 재미있는 아이디어들이 더 있으시다면 댓글로 남겨줘!



질병 시스템


질병은 시민의 위생 상태가 낮은 상태로 오래 지속되거나 특정 이벤트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 상태야.

게임 내 설명에는 오래전부터 포함되어있었지만, 구현은 되어있지 않았던 기능이기도 했지.


시민이 음식을 오랫동안 공급받지 못하면 굶주려 사망하듯,

질병도 방치할 경우 시민이 사망하는 위험을 추가하고자 했어.

특히 주술사 테마에서 시민 사망과 관련된 효과를 다룰 예정이므로,

그전에 질병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시기적으로 적절하다고 판단하였지.


질병과 굶주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상태의 단계가 있다는 부분과 전염이 된다는 부분이야.

질병은 단계별로 초기, 중기, 말기로 나뉘며, 초기 단계에서는 큰 문제가 없지만,

일정 시간동안 위생을 관리하지 않거나 치료를 받지 못하면 질병 중기로 전환되지.

질병 중기에 도달한 시민부터는 건조물을 이용할 시 해당 건조물이 감염되며,

이를 이용한 다른 시민들이 낮은 확률로 질병 초기에 걸리게 되는 방식이야.

그리고 질병 말기에 도달했음에도 치료를 받지 못한 시민은 높은 확률로 사망하게 되어,

빠르게 치료하거나 격리하지 않으면 도시의 상황이 급속히 악화될 수도 있게 만들고자 했어.


다만, 시민이 방문한 건조물에 질병을 남기는 기능은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어.

건조물의 종류와 형태가 다양해 전염된 상태를 일일이 추가하려면 작업량이 상당했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에 개발된 시민 간 대화 시스템을 활용해 보았는데.

질병에 감염된 시민은 대화 대신 주변 시민들에게 질병을 전염시키게 시스템을 변경하는 방식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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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작을 따라하게 만드는 병인가..?



그러나 <래토피아>의 시민들은 더 이상 할 작업이 없는 상태에서만 주변 시민들과 대화를 나누도록 설계되어 있었어.

바쁘디바쁜 현대사회처럼 언제나 할 일이 밀려있는 시민들은 대화를 할 일이 거의 없었지.

때문에 감염된 시민이 다른 시민과 대화를 시도하려 하면 땅을 파도록 명령을 내려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었어.

정말 기막히면서도 사실적인 예방 방법이었지.


테스트 결과, 기대했던 질병의 위기감은 잘 느껴지지 않았고, 전염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킬 다른 방법이 필요했어.

그러던 중, 최근 추가된 달팽이 AI가 이동할 때 맵에 점액을 남기는 방식이 떠올랐어.

이를 응용해, 질병에 걸린 시민이 수면, 식사, 여가 활동 등의 특정 행동을 마친 후 분비물을 남기고,

그 분비물에 닿은 다른 시민이 일정 확률로 감염되도록 시스템을 변경할 수 있을 것 같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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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병균이 가득한 분비물을 남기는 시민들



질병에 걸린 시민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거나 비누와 같은 생필품을 공급받아 전염을 100% 예방할 수 있어.

그러나 이렇게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은 너무 단순하고 획일적이라는 아쉬움이 들었지.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질병에 걸릴 확률을 결정하는 ‘면역력’ 같은 값을 추가하여,

도시가 발전할수록 면역력을 높이는 요소들이 늘어나 질병을 쉽게 예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변경하고 싶었어.


다만, 신규 능력치를 설명하고 표시하는 데에 있어 튜토리얼과 UI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았고,

질병 외에도 개발해야 할 작업들이 쌓여 있어 당장은 이러한 변화를 적용하기 어려웠어서 아쉬움이 남네.



게임에 질병 개념이 추가된 만큼, 기존 이벤트에도 질병과 관련된 효과를 추가하고,

이정표에서도 질병을 예방하거나 활용하는 효과들도 넣어 보았는데.

유저분들이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경험하고 활용할지 기대가 돼.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은, 질병으로 평화롭던 도시가 위기에 빠지는 시나리오를 의도했으나,

기초적인 위생 관리를 해주는 플레이어에게는 질병이 발생할 일이 많지 않아,

많은 분들이 이를 경험할 수 있을지, 초보자분들에게 너무 가혹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 되는데.

질병이 도시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지속적으로 관찰하고 조정해 봐야 될 것 같아.

다음 주에 적용될 업데이트 이후 질병을 체험하게 된다면 많은 의견들을 부탁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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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이븐하게 퍼진 질병들, 쥐들이 배변 활동을 잘 할 수 있도록 화장실을 충분히 지어주자



이번 개발일지에서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새로운 전력 건조물들과 할로윈 이벤트도 작업했어.

다음 주에 질병 시스템과 함께 업데이트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할게.

그리고 주변에 아직 게임을 구매하지 않은신 분들이 계시다면,

11월 10일부터 할인이 예정되어 있으니 이번 기회에 추천해 주시면 고맙겠어!

날씨가 쌀쌀해지는데 질병 조심하고, 건강한 한 달이 되길 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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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디 게임 개발 갤러리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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