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키 리조트 거대기업의 발원지이자 총본산, 그리고 2027 인터스키 써밋 개최 예정지인 베일 마운틴(Vail, CO)을 다녀왔어요.
콜로라도 록키산맥 어딘가의 동네 스키장(?)으로 시작해서 지금은 시총 10조~15조원 사이를 오가는 거대기업 "베일리조트"가 탄생한 그곳이죠. 참고로 이 회사가 소유한 다른 스키장들 중에는 우리가 익히 잘 아는 휘슬러블랙콤이랑 파크시티 같은 곳도 있어요. 그 외에 알프스/호주등에 걸쳐 40여개의 스키장을 소유하고 있고, 이 회사의 시즌권을 구매하면 80개 이상의 리조트에서 스키를 즐길 수 있다고 합니다. 그중에는 한국에서 접근성이 괜찮은 루스츠/하쿠바 같은 일본쪽 리조트도 포함되어 있어요.

(베일리조트가 발행하는 시즌권인 "에픽패스"의 리조트들, 우리에게 익숙한 휘슬러, 파크시티부터 시작해서 유럽이나 호주의 리조트까지.. 정말 네트워크 규모가 엄청납니다)
아무튼 다시 베일 마운틴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곳은 콜로라도 덴버에서 약 2시간 정도 떨어진 록키산맥 한가운데 위치해 있는 스키장이에요. 덴버에서 2-3시간 이내로 접근 가능한 스키장들은 여러군데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베일은 압도적인 규모와 편리한 빌리지 인프라를 자랑하는 곳이에요. 해발 2,500미터~3,500미터의 고지대에 위치한 연평균 적설 9미터에 달하는 곳이에요. 특히 이곳의 "슬로프 면적"은 하이원 외곽면적의 다섯배가 넘는 22km² 에 달하는데, 이는 북미 전체로 따져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어마어마한 규모를 자랑하는 곳이죠, 그레서 이 스키장엔 30개가 넘는 리프트가 상시 가동중이라 합니다. 거기다가 덴버는 북미 대륙의 중간에 위치하기도 하고 항공교통도 괜찮은 곳이라 동부/서부사람 구분없이 모이기도 좋은 곳이었어요. 숫자들만 봐도 꼭 깃발을 찍어보고 싶은 스키장 중 하나이죠. 그래서 24-25시즌의 록키 원정은 베일리조트로 정했습니다.
한편 콜로라도 스키장들은 압도적인 인프라와 어마어마한 방문객 숫자로 인한 댓가를 치루어야 하는 곳이기도 해요. 그만큼 전반적인 물가가 비싼 곳이기도 해서 여행계획을 세울 때 숙소 접근성과 가격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고, 빌리지의 식당들이 주는 멋진 분위기와 마트에서 수급 가능한 물품들의 합리적인 가격 사이에서 고민해야 하는, 정말 예산에 있어서는 머리아픈곳이기도 하죠. 하지만 광활한 설산들이 주는 멋진 감동과 잘 갖추어진 빌리지의 편리함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관광지를 찾으려고 하다보니 선택지가 극히 제한되더라고요. 소규모로 스키여행계획을 세울 때는 비교적 결정이 간단하지만, 여럿이서 모여야 하는 약간 규모있는 여행을 계획하다보면 다양한 취향을 고려해야 하고, 그 벨런스를 찾을 수 있는 몇 안되는 곳 중 하나가 베일이었어요.

(북미대륙 동서부 이곳저곳에서 다 같이 모인 베일 원정 크루들, 전반적으로 원정비용이 상당한 곳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이동시간과 취향을 고려하면 선택지가 몇 안 되더라고요. 베일이 그 중 하나였습니다)

(그 규모와 인프라 만큼이나 물가도 상당합니다, 핫도그 간식 하나에 무슨 2만원이 넘어가네요...)

(연 1,500만명에 달하는 스키 원정 관광객들이 오는 덴버 공항엔 이렇게 스키수하물 전용 체크인 카운터도 있어요)
처음에 어딜 둘러볼까 하면서 이곳의 지도를 펼치면 대략 뇌정지가 오게 되는데요, 크게 2개의 메인베이스 + 1개의 간이 베이스 구성으로 설계된 베일은, 동쪽끝 베이스 리프트로부터 서쪽끝 베이스 리프트 사이의 거리가 3.2km에 달하는 좀 어마무시한 곳이에요. 메인 베이스 두개의 거리로만 좁혀도 약 2.5km 라는, '스키장이 이렇게 커야 할 일이야?'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는 규모죠. 다행히 이곳에는 무료대중교통 시스템이 있어서 5-10분 간격으로 항상 버스가 다니고 있었어요. 빌리지를 따라 차 없는 거리(하지만 대중교통만 진입이 허용된)가 형성되어 있는데 버스를 타고 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감상하는게 재미있기도 하더라고요.
그 규모만큼인 다양한 볼거리와 놀거리가 있는 곳이기도 해요. 만만한 가격대의 마트도 빌리지에 있고, 오마카세를 즐길 수 있는 하이엔드 일식당까지 다양한 장르와 가격대의 위락시설들이 있는 곳이죠. 아이스링크도 빌리지 곳곳에서 볼 수 있었고, 재미있는 디스플레이를 한 아이스크림 판매점도 있었고, 독일-오스트리아 테마의 고풍스런 식당도 들러보는 재미가 있었어요. 여기저기 기능성 의류들을 파는 곳들도 있었는데, 역시나 퓨잡/몽클레어 같은 하이엔드 브랜드들의 스토어도 따로 있더라고요.
한편 대부분의 북미 리조트들이 그렇지만, 한식/중식을 찾아보기 힘든게 참 아쉽네요. 특히 스키를 마치고 들이키는 그 국물맛을 이동네 사람들은 알려나 모르겠어요. 덕분에 제대로 된 한식은 나중에 돌아가는 길에 들른 덴버 근처의 한식당에서나 볼 수 있었어요.
다시 빌리지 이야기로 돌아와서, 앞에서 이야기한 인프라 + 접근성으로 인해 역시나 이곳은 부동산업이 발달한 곳이기도 해요. 빌리지에서는 포브스 부동산(?) 간판도 볼 수 있었고, 조금 규모있는 스키장에서는 어김없이 볼 수 있는 브루어리, 그리고 각종 기념품샵들까지, 이것저것 들러볼 수 있었던 재미있는 곳이었네요. 아참 그리고 이곳엔 설상역사 박물관이 있었는데, 이건 다른 글에서 조금 더 자세히 다루어 볼게요.
(베일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베일의 빌리지 중 하나인 케스케이드 빌리지에서 출발하는 리프트, 눈 덮인 하천 위를 지나가는 리프트가 참 운치있어요)

(케스케이드 빌리지의 숙소에서 바라본 스키장과 별장들. 눈덮인 산을 바라볼 수 있는 미온수 수영장이 참 낭만있어 보이네요)

(조금 멀리 도로에서 바라본 베일 마운틴과 빌리지, 규모가 상당합니다)

(베일 빌리지의 한켠에서 마주할 수 있었던 콜로라도 설상스포츠 박물관)

(포브스... 부동산? 뭔가 포브스 선정 별장이 비싼 동네 같은 타이틀을 붙여도 될 거 같네요 ㅋㅋㅋㅋ)

(빌리지에선 몽클레어/퓨잡같은 하이앤드 브랜드 매장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베일 빌리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들)

(라이온스헤드 빌리지의 아이스링크. 밤에 이곳을 보면 참 이쁠 거 같아요)

(베일의 타운 내부를 운영하는 버스는 무료로 운행되고 있습니다! 배차간격도 5-10분 간격으로 짧아서 좋았어요)

(시즌권도 아닌, 주차장 시즌권이... 지금 환율로 치면 대략 700-800만원인가요. 물가 하난 정말 어질어질하네요. 참고로 성수기 일일 주차비는 40달러+세금, 약 6만원 정도였어요)

(야간 조명이 들어온 베일 교통환승센터와 주차장 건물)

(빌리지의 운치있는 야간풍경. 밤 거리를 걸어보는것도 정말 분위기 좋았어요)

(빌리지에서 마주쳤던 아이스크림을 재미있게 진열해 놓은곳)

(일행들과 저녁을 했던 한 레스토랑. 오스트리아-독일 알프스를 테마로 하는 식당이었어요)

(프렛즐이 어디 뿔 같은 장식에 달려서 나오네요 ㄷㄷ)
빌리지 관련 이야기를 적다보니 이번에도 분량이 좀 많아져서 슬로프 이야기는 못하고 여기서 줄이게 되었네요. 다음 글은 베일의 멋진 슬로프들로 찾아뵐게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636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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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시즌에 들렀던 또 다른 콜로라도 원정글도 시간나시면 재미있게 읽어보세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758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708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27695
- 베일(Vail)의 어마어마한 슬로프 규모 + 광활한 백보울 - 2/3

앞의 글에서도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베일은 북미에서도 다섯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의 스키장이에요. 20km² 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스키장을 하나로 퉁쳐서 설명하긴 힘들고, 보통 크게 3 지역으로 나누더라고요. 일단 빌리지에서 산을 바라보았을 때 보이는 공간을 "프론트사이드"라고 하고, 이제 그 산을 넘어가면 펼쳐지는 광활한 보울 지형의 세상 "백보울", 그리고 거길 또 넘어가야 나오는 외진 곳을 "블루스카이 베이신"이라 하더군요.

(베일의 슬로프 면적은 하이원 외곽면적의 다섯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시즌 내내 스키를 타도 다 둘러보기엔 부족할거 같아요)

(규모가 너무 커서 이렇게 3개의 큰 지역으로 나누더라고요)

(그래서 슬로프맵도 이렇게 세장에 걸쳐서 안내하고 있어요)
프론트사이드는 말 그대로 빌리지에서 바로 바라볼 수 있는 곳이라 제일 문명적인 인프라들이 많이 보이는 곳이기도 해요. 숙소들이 내려다 보이기도 하고, 슬로프 중간엔 각종 쉼터와 식당들이 위치해 있는 곳이기도 하죠. 거기다가 간이 전망대 등 스키나 보드를 타지 않은 일반 관광객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있기도 해요. 전반적으로 정설도 잘 되어있고 어마어마한 트래픽을 잘 감당하는 곳이기도 하더라고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야외 식당이나 간이 놀이터 같은 장소들을 들러보는 재미가 있는 곳이에요.

(프론트 사이드의 전경, 저 멀리 보이는 시설이 Mid-Vail 산 중턱에 위치한 레스토랑이에요. 스키를 타지 않는 일반 관광객들이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산 중턱의 한 야외 쉼터에서 일행들이랑 다같이 찰칵)

(레스토랑 창 밖으로 보이는 눈 덮인 록키산맥의 풍경이 참 멋드러지네요)

(신나게 스키를 타다가 일행들이랑 잠시 쉬면서 찍은 사진)

(눈 덮인 나무 사이를 지나는 트리런들도 참 낭만적이에요)
(프론트사이드 산 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 버팔로스. 이렇게 화창한 날에 야외에서 맥주 한잔하기 참 좋은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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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우리가 용평을 이야기할 때 레인보우를 빼 놓을 수 없듯이, 베일 마운틴도 "백 보울"(Back Bowl)을 빼 놓고 이야기할 수 없죠! 문명이 가득한(?) 프론트사이드의 정상을 너머 이 곳 입구에 가면 "The Legendary Back Bowls"라는 간판이 맞아주면서 그 너머로는 전혀 다른 새하얀 세상이 펼쳐지는, 정말 다른 차원의 입구같은 곳이에요. 나무가 많고 각종 문명시설이 보이는 프론트와는 다르게, 이곳은 끝없이 펼쳐진 새하얀 설산과 듬섬듬성 있는 나무, 그리고 리프트만이 보이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세상이었어요.
나무 하나 없는 수목 한계선 위의 광활한 설원위에 서 보신 분들은 그 느낌 아실거에요. 풍경에 압도당하면서도 동시에 감동을 받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죠, 그런곳을 신나게 돌아다니면서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정말 멋진 지역이에요. 때로는 잘 정설된 캣트랙 슬로프들을 따라 느린템포로 즐길수도 있고, 보울을 가로질르는 슬로프를 따라 빠른 템포로 즐기기도 하고, 하단부 트리런 구역의 나무 사이사이를 낭만있게 돌아다니며 자연을 즐길수도 있는 곳이죠. 정말 말 그대로 "The Legendary"라는 수식어가 너무 잘 어울리는 그런 지역이었어요.
한편 이곳은 프론트사이드 같은 문명과 살짝 떨어진 지역 답게 일부 정상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휴대폰 전파가 잘 닫지 않는 곳이기도 하더라고요. 덕분에 중간에 트리런 좀 타 보겠다고 한번 갈라진 일행을 다시 찾기까지 고생했던 에피소드가 생각나기도 하네요 😅

(백 보울의 입구를 여는 진입문, 유명한 포토존이라 많은 사람들이 이 곳 앞에서 사진을 찍더라고요)

(앞으로 보이는 능선을 기준으로 왼쪽이 프론트사이드, 그리고 새하얀 풍경의 오른쪽이 백보울 입니다. 그리고 산 너머 저 멀리 다른 산에 위치한 지역이 블루스카이 베이신이에요. 진짜 어마어마한 규모가 느껴지는 풍경이죠)

(리프트를 타고 올라갈때 보이는 백 보울의 풍경, 광활하고 새하얀 설원이 무얼 이야기 하는지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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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백보울을 지나 한번 더 깊숙한 곳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세상 "블루스카이 베이신"(Blue Sky Basin)이 있습니다. 백보울로 넘어가는 그 과정도 상당히 길었는데 거기서 한걸음 더 들어가야 한다니, 정말 어마어마한 규모가 느껴지는 곳이에요. 참고로 빌리지부터 블루스카이 베이신 정상부의 직선거리를 찍어보면 10km (!!!) 라는 엄청난 숫자가 나오는 곳입니다. 그 규모와 외짐 때문인지 이 지역은 보통 스키장 개장 후 1시간반~두시간 정도가 지나셔야 이 지역으로 가는 리프트가 오픈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이 지역은 하이원(외곽선 기준) 1.5배 정도 크기의 슬로프 면적에 3개의 리프트가 가동하는 곳인데, 길게 펼쳐진 정설 슬로프 옆으로 아찔한 급사면들이 펼쳐진 곳이에요. 그만큼 리프트 하나하나가 정말 길더라고요. 고속리프트인데도 불구하고 의자 번호가 190번까지 붙어있는걸 볼 수 있었던 곳이었어요. 전반적으로 상급자 위주의 험준한 지역이긴 하지만, 정말 길게 뻗은 "정설 트리런"을 즐길 수 있는 중급 스키어 친화적인 곳이기도 해요. 오픈런을 한번 해 봤는데, 거진 3km 정도의 거리에 듬성듬성 심어진 나무들을 따라 방금 정설된 슬로프를 신나게 가르는 그 짜릿함은 정말 여행이 끝나고나서도 한동안 잊기 힘들더라고요.
(블루 스카이 베이신 패트롤 하우스 스티커)

(오전에 너무 일찍 블루스카이로 진입하려고 하면 이렇게 아직 내려가지 않은 팬스 앞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어요)

(블루스카이의 정상에 있는 슬로프 안내문)

(메인 베이스에서 10km 정도 떨어진 외진 곳이긴 하지만 이곳도 엄연한 관리구역 내 슬로프인지라, 이렇게 패트롤 하우스가 위치해 있어요)

(이곳은 급사면 + 중장거리 정설 슬로프가 있는 곳이에요. 특히 3km 정도 길이로 펼쳐진 정설 트리런은 아직 비정설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 나무 사이를 가르는 낭만을 체험할 수 있는 아름다운 슬로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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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어마한 규모 만큼이나 각 지역이 정말 특색있었던 베일의 슬로프였어요. 처음에는 세장으로 구성된 슬로프 지도에 뇌정지가 오기도 했지만, 한곳 한곳을 차근차근 돌아다니면서 점점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더라고요. 특히 산을 넘어가면서 펼쳐지던 백보울의 그 광활한 풍경은 한동안 잊지 못할 것 같아요.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ski&no=635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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