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에 내글에 달린 리플을 보니 전체적으로 백갤러라고 자칭하기에는 상식 수준이 너무 처참한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어디서 줏어먹은 글들 짜집기한 자기 뇌피셜을 무슨 정론으로 알고 있는 애들이 많아서 두 가지만 알려준다.
1. 평직과 홉색
평직 Plain weave와 홉색Hopsack은 동일한 개념으로 오인되지만 사실은 약간 다르다. 평직은 홉색의 상위개념이며 단단하지만 매트하고 밋밋한 질감, 즉
수트 원단에서 가장 자주 애용되는 원단 조직이고 홉색은 평직을 기반으로 좀 더 성글게 짠 조직이다. 그래서
홉색이 자켓감으로는 좋지만 성글게 짜인 만큼 쉽게 닳기에 바짓감으로는 부적합하고 그렇기에 홉색
수트라는 건 원래는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평직대신 홉색이라는 말을 구분없이 사용하는 게 사실이다. 심지어 새빌로의 앤더슨 앤 셰퍼드의 상무이사도 평직 원단을 홉색이라고 일컫는 것도 봤다.
사진: 앤더슨 앤 셰퍼드의 매니저 콜린 헤이우드가 전화로 고객에게
평직 원단(스미스 앤 울른의 수트용 평직 Botany 원단)을 설명하면서 Hopsack(인공지능 자막의 한계로 Snake 라고 나오지만)이라고 한다. 그러나 저 사람이 평직과 홉색의 차이를 모르고 그랬겠냐?
문제는 테일러들은 그 차이점을 알고 고객에서 쉽게 설명하기 위해 홉색이라고 하지만 백갤러들은 그 차이를 모르고
하는 거니 알고 말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그리고 대부분의 자켓 원단은 메리노 울 (더구나 100수 이상이라면) 원사를 사용한 이상 윤기나는 건 당연한 건데 무슨 홉색이라고 윤기가 없다고 하는 건 도대체 자켓을 입어나 보고
하는 소리인지 심히 의심스럽다.
아마도 자켓용 홉색으로 만든 자켓이란 이런 자켓을 의미하는
걸 텐데 이 자켓을 소유한 사이먼 크롬턴 조차 치노와 이런 네이비 자켓의 조화를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다. 자켓이
반들거리면 군복에서 유래한 아주 매트하다 못해 캐주얼한 치노와는 당연히 따로 놀 수 밖에 없다. Smart한
옷에는 Smart한 바지가 매치가 되어야 하는 게 기본이고 치노는
40~50년대 군에서 제대한 미국 대학생들이 당시 대학 드레스 코드상 자켓은 입어야겠고 거기에 매치할 멋진 바지 살 돈은 없고(쉽게 해지기도 하고) 군대에서 얻어온 치노를 대충 입고 나간게 그나마
좋게 보여 아이비 스타일로 박힌거지 그 자체는 전혀 우아하지 않다. 어차피 니들은 내 말은
듣지 않을테니 사이먼 크롬턴의 말을 인용한다. 니들이 사이먼보다 더 클래식에 잘 알면 인정인데 일개
방구석 찐따의 뇌피셜로 박박 우길게 눈에 선 하다. 물론 치노와의 조합은 너무 보편적이긴 하다. 그러나 보편적이라고 해서 최선이라는 건 아니다.
"I haven’t really included chinos
because even when smart, I don’t think they’re the best with jackets. (Even if
a smart chino such as this is a great office option with just
knitwear.)"
그리고 부시 대통령의 보좌관이었던 Micheal Anton의 코멘트도
달아 둔다. 애초에 가장 옷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이 맞지 않는다고 했음에도 방구석 백수 백갤러들은 걍 자신의 뇌피셜이 맞다고 우길테니 헨리풀의
매니저를 데려와도 못 이길 걸 나는 안다.
2. 블레이저
혹자가 블레이저는 자켓용 원단으로만 만들어져야 하고 아웃포켓이 달려야 있다고 하는데 이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근거 없는 개소리인지 알 수가 없다. 근거가 애초부터 있겠나. 어디
공식 만들어 내기 좋아하는 일본 잡지 번역 몇 개 보고 떠올린 자기 뇌피셜이겠지. 여기에는 너무나 많은 반례가 있고 그 반례들은
영국 귀족들의 사진만 검색해봐도 쉽게 나온다. 복식의 원조인
영국 귀족들을 백갤러가 반박한다?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다. 블레이저는 수트용 원단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재킷이다.
새빌로의 캐드 앤 더 댄디에서 일했던 김동현 테일러는 당시 주영대사에게 수트 원단으로(여기서 김동현 테일로도 이 평직 원단을 홉색이라고 지칭한다) 블레이저를
만들어 줬다. 참고로 레서 원단에는 별도의 자켓용 홉색이 없다. 새빌로에서
직접 일하고 배운 사람이 수트원단으로 블레이저를 만들었는데 일개 백갤러따위가 부정하는 건 참 웃긴 일이다.
그리고 아웃포켓. 블레이저에서 중요한 건 네이비색 원단에 금속 버튼이지
그 외 다른 것(라펠 스티치라던가)은 부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당장 영국 귀족들의 블레이저 착장만 봐도 아웃포켓을 찾기 힘들다.
플랩도 아니고 무려 가장 포멀한 제티드 포켓을 하신 고 필립공. 아웃포켓만
허용되는 블레이저라면 필립공은 옷의 옷 자도 모르는 사람인건가?
아, 더블 브레스트는 다르다고?
퇴위하고 아들에게 왕위 물려준 벨기에의 왕 알베르 2세가 싱글브레스트
블레이저를 입고 있다. 포켓모양을 보자. 내가 여러 유럽/미국 상류층의 블레이저 착장 사진을 봤지만 오히려 아웃포켓이 훨씬 드물다. 일부러
찾아봐야 할 지경.
유럽의 예만 들면 좀 불공평하니 미국 최고의 클래식 패셔니스타인 프레드 아스테어를 보자.
금인지 놋쇠인지는 모르겠지만 티켓포켓 까지 달린 블레이저를 입고 있다. 으아
패알못 클알못 프레드 아스테어! 방구석 백갤러들에 따르면 우리는 클래식 착장의 역사를 다시 써야한다.
글도 못읽어 세줄요약 바라는 디씨에서 여기까지 읽은 것만 해도 대단하다고 해야 할지. 당연 반박도 환영한다. 그러나
니들 개인 뇌피셜 말고 적어도 내가 들고 온 사진과 의견들보다 더 명망 있고 믿을만한 걸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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