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패착은 사랑에도 값을 매긴다는 점에 있다. 사실 이 세상에서 소중한 건 전부 공짜라는 사실을, 공짜만이 진짜 사랑을 의미한다는 걸 간과한다는 점에 있다. 그러다보니 연애도 '연애시장'이 되고 결혼도 '결혼시장'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사랑은 시장에서 살 수 없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 돈 받고 사랑에 빠지는 사람은 없다. 사랑이란 본래 ‘내 모든 걸 공짜로 줄게’라는 마음을 갖는 것이고 상대방도 똑같은 마음일 때 그 사랑은 이루어진다. 그래서 부부간에는 절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네 것이 내 것이고 내 것이 네 것이기 때문이다.

자라면서 우리는 친구의 값 없는 우정을 배우고,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도 배우고, 값 없이 이웃을 위하는 마음도 배운다. 우리 삶을 가치롭게 하는 것들이란 진실로 이런 값 없이 베푸는 것들 뿐이다.

선물이 소중한 이유도 값을 내지 않고 받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공짜’로 쓸모있는 것을 얻었기 때문에 ‘이득’을 봐서 좋아하는 게 아니다. 값 없이 주어진 것만이 ‘의미’가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서 하찮은 것들은 모두 돈을 주고 사야 하지만 소중한 것들은 모두 공짜다. 값 없이 우리에게 주어진다. 엄마 자궁 안에서 잉태될 때 부모나 우리 자신이 누구에게 돈 주고 생명을 얻지 않았다. 태어나보면 숨 쉴 공기가 값 없이 주어지고, 공기를 덥혀주는 따사로운 햇빛도, 마실 물도, 발 디딜 흙도, 음식을 익히고 목욕물을 덥힐 불도, 꿈을 꾸게 하는 달빛과 별빛도, 모두 값 없이 인간에게 주어진다. (자본주의는 이제 물과 공기까지 값을 매겨 판매하기에 이르렀고 언젠가는 햇빛과 달빛에도 값을 매겨 사라고 할 지 모른다. 그 다음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쿠폰을 팔 수도 있다.)

소중한 것들은 값 없이 주어진다. 그리고 그것들은 사랑의 원천이 된다. 값 없는 사랑이 아닌 사랑은 ‘매매’가 된다. 우린 더 늦기 전에 이 사실을 깨달아야 사랑을 할 수 있다. 값 없는, 그래서 감사하고 소중하고 의미있는, 마치 눈부신 아침 햇살처럼 벅찬 사랑을.

- 하늘나무 에세이집 '읽는 약' 中 -

출처 : 사랑은 값 없는 것 (skytreemagazi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