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만원을 적어놓던 엄마의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문득 돌이켜보면 크림에서 산 한정판 신발의 가격이 그보다 몇 십만원은 더 비쌋더라는 생각이나서 미안해진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제 몫만큼 자꾸간다. 채내의 세포 또한 제 몫만큼 시간을 살다 명을 다해 죽고 노화가 뒤를 따르고 이건 당연한 수순이다. 씨발. 마음엔 왜 당연한게 없을까. 마음엔 왜 정해진 수순이나 절차같은것이 없을까. 왜 마음은 이리뛰고 저리 날뒬까.

경로를 정해 둘 수 있었더라면 우는 날 보다는 웃는 날이 많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몹시 슬퍼서 한 밤에 산책을 나가 울었다.

무엇이 되고싶다. 무엇이 되고 싶느냐고 하면 좋아하는것을 하면서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마음으로 살다 좋아하는 미소를 머금고 죽는 인간이 되고싶다. 근데 지금의 나는 무엇일까. 가을이 몹시 깊어진 산 속에, 사람 발 닿지 않는 어디쯤 있는 노송이 자꾸 생각난다. 겉부터 삭아간다. 혐오를 벗 삼고 우울을 배게삼아 과거를 이불처럼 두른다. 이끼 끼는 곳. 손을 넣으면 습윤하게 끈적이는 무엇인가가 묻어나오는 곳이 원래 나의 집은 아니었을까.

아냐 그러면. 주워섬겨야한다. 청승,주책,나약함을 도구삼아 깊고 어두운 묘를 파고 나를 다시 밀어넣어야만한다.

그만하자.

가끔은 비 오는것을 오래 보거나 한 겨울 창문의 볼을 붙이고 큼큼 숨을 쉬곤했다.

선명히 살아있다. 죽은것은 어저께고 앞으로도 살아있을테니. 그만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