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면서 부여받은것은 공포. 선생님께 이르되 사람이 살면서 "살려주세요" 라는말을 몇 번이나 하겠습니까. 저는 매일 했던 것 같아요.

그런말을 하면서는 조금도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 늘상있는 일상에 일희일비하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다만 창 밖에는 새가 날았고 머릿속에 번잡하던 생각이 점점 묽어졌다. 왜 내가 여기에있는가. 왜 나는 생면부지의 남에게 나의 아픔을 털어놓고 알약을 구걸하는가. 모든게 질리는 맛이었다.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고 짬뽕을 한 그릇 먹었다. 보름즈음부터 엉긴 피로가 가시지 않아 휘청이며 걸었다. 버스에서 아이들을 보았다. 움틘생명력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적당한 소란과 제 눈앞의 있는것 이외에는 걱정이 없는나이. 아, 저맘때로 돌아갈 수 있다면 본래삶의 반을 주어도 괜찮겠다.

창밖엔 낙옆이 몇 개 떨어졌다. 앙상하게 제 살 떨어내는 나무는 생존을 도모하고있다. 나도 친구를 몇 버렸다. 나도 사랑을 몇 번 버렸다. 나도 삶을 몇 번 버렸다.

살아남기위해서. 누군가 말하길 살아있는것과 살아가는것은 엄연히 다르다고 하였다. 목적을 위해 지속하는 삶이냐 생존욕구에 떠밀린 삶이냐에 대한 차이일까.

집으로 돌아와 홍차를 우리고 인센스 스틱을 피웠다. 모락모락 피어오른 연기는 바람에 의해 방 안으로 돌아와 이내 사라졌다.

나도 연기가 되고 싶다고.. 그런 생각을하니 흠씬 녹아버리고만 싶어 조금 슬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