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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종(亡終) - 1

1241(210.98) 2024.11.08 00:09:40
조회 34 추천 0 댓글 0

살아있음을 자각하는 순간은 몇 없다. 따듯한 체온이 내 곁에 존재하고 있을 때, 목구멍 너머로 알코올이 흘러 들어갈 때. 가열차게 제 자신에게 상처줄 때. 작은 창 밖으로 보이는 황망한 풍경을 흐리게 바라보며 담배를 피울 때. 비로소 나는 존재한다. 그 외에는 살아있던 적이 없다. 살아있다고 믿었을 뿐. 그런적은 한 번도.

없다고 생각하는건 청승일까. 물으려다 말았다. 모텔 403호안에는 어둠이 내렸고 그녀는 어느순간 잠들었고 나만 깨었다. 칠흑을 더듬다 휴대폰을 찾아내어 시간을 확인해보니 5시 55분이었다. 이미 지평선이 불게 물들 시간. 아침이 일찍 찾아오는 여름의 5시 55분. 나는 얼마간 침대 머리맡에 우두커니 서 있다 창가로 향해 유리창에 얼굴을 대었다. 차가웠다. 비록 밖은 반대편건물로 꽉 막혀있다고 하더라도 선명한 감각이었다.

나는 얼마간을 그러다 커피포트의 물을 끓여 차를 우렸다. 인스턴트 녹차 두개를 한번에 종이컵에 담고 물을 부었다. 혀 끝에 비린맛이 감돌았고 담배를 몇 개비 피우다 그녀가 일어 날 일은 없겠지. 막연히 생각했다. 우린어제 술을 아주 많이 마셨으니까. 아마도 그녀는 점심이 온 이후에도 잠들어있을지도 몰랐다. 일회용 용품을 챙겨 욕실에서 이빨을 닦았다. 거울을 보니 내가 있어서. 한참 눈싸움을하듯 뚫여저라 나를 응시하면서 이빨을 벅벅 닦았다. 내뱉을대 피가 섞여있었다. 샤워를 했다. 머리를 감도 몸을 닦았다. 묽은정신이 물러났고 어둠이 완전히 눈에 익었다. 옷가지를 챙겨입고 외투를 걸쳤다.

밖은 선선했다. 1층 편의점에서 숙취해소제를 사며 젤리를 한 봉 샀다. 담배를 피울 요량으로 아무런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웠고, 담배를 피우면서 군대 선임 생각이 났다. 뭐 먹으면서 담배 피우는거 보기 싫다고 했었는데. 이제 없으니까. 젤리를 우적우적 씹으면서, 담배를 피우면서 거리를 보았다. 토사물, 낙옆, 아스팔트에 달라붙은 신발자국이 남은 전단지, 음식물 쓰레기, 삐잉-삐잉- 소리를 내면서 쓰레기 봉투와 쓰레기를 수거하는 환경미화원. 습윤한 냄새. 좋았으나 허무했다.

다리를 절며 걷는다고 착각한채로 택시를 잡아탔다. 음료수도 살걸. 입이 버석하게 마른것이 느껴졌다. 혀로 핥으니 피 맛이 났다. 부르텄나. 겨울도 아닌데 어쩌다. 가만히 눈을 감았다가, 눈을 떠서 풍경을 보았다가 문득 상상했다.

철길위에 가만히 서 있던 순간을. 허리가 잘린 경부선은 이미 폐철이 되었지만 언제인가 오지 않을까. 기차는. 난 철로를 하염없이 걷다가 박살나지 않을까.

이유없는 불안과 우울이 성마르게 들어차는것이 느껴져 쿡쿡 웃었으나 기사는 입을 꾹 다문채로 묵묵히 택시를 운전했다. 이내 집에 도착하여 공동현관의 창문을 열고 담배를 피웠다. 여기는 담배 피우지마세요. 몇년 전 인가 붙여져 지금은 빗물에 젖고 상해 너덜너덜해진 경고문을 읽고 또 읽었다. 누가 붙였더라. 옆 집에 살던 조선족 부부였던가. 그들은 떠났다. 더 큰 집으로 갔을까. 난 이곳에 13년이나 살고있는데. 붙잡 힌 것 같애.. 아냐. 노력하지 않았던거야.

생각이 들어차면.

옆으로,옆으로.

넘기면서 "좋아요","좋아요". 얼굴을 확인하는 법도 없이 이름도 모른채로 "좋아요" 하다보면 누군가는 걸린다. 위로도 다섯살과 아래로도 한참어린 사람과도 만났다.

9452 번호를 입력하고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몸을 내던졌다. 옥상은 높고 살아있고. 천장도 높고 살아있고. 히잉히잉 웃다가 겁이 나 필요시약과 처방약을 한 봉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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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 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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