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게 피어오른 불은 급하게 꺼진다.

더이상 타 버릴것이 없을때까지 태우고 또 태워

주변 모든것을 집어 삼키고 집어삼키면 삼킬수록 더 거대해져 거침없이 뒤덮어버린다.

자신의 온 힘을 쏟아 모든것을 다 태워버려 더이상 태울것이 남지 않을때까지.

결국엔 자기 자신마저 잡아먹어버린다.

모든게 불타버려 원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는듯

혹여 아주작은 불씨가 살아있어 바람이 불어오더라도

더이상 태울게 없어 그 작은불씨는 다시는 되살아 날 일조차 없을정도로.

휑하게 황량하게 모든 흔적들을 태워 그을림만을 남긴다.

밝은 불꽃과 너무나도 상반되는 아주 어두운 그을림만을.

하지만

아주 작은 불씨로부터 서서히 피어오른 불꽃은

조심스럽게 그 주위를 아주 조금씩

타고있는지 조차모르게 야금야금 갉아먹는다.

잔잔하게 하지만 오랫동안 그 불은 붙은줄도 모르게 피어오른다.

그 작은 불씨로부터의 불꽃을 알아챘을땐 이미 늦었다.

이미 겉잡을 수 없을만큼 넓은곳을 이곳저곳 태워버리고 있으니까.

나의 모든신경을 그 불꽃에 빼앗겨 다른것은 눈에도 들어오지않을만큼.

급하게 피어오른 불과는 다르게 꺼지고 나서도 그 불씨가 살아있어

언제든 다시 피어오를수 있게 준비된 채로 바람만을 기다리고있다.

아니, 사실 기대하고있다.

아직 장작이 충분하기때문에. 그을림조차 태울수있기에.

이 불씨가 꺼지지 않기를 나조차 바라고있기에.

나는 바란다.

나의 모든 불꽃은 항상 급한 불꽃이기를.

온힘을 쏟아 모든것을 태워 미련한줌 남기지 않는 불꽃이기를.

아주작은 아쉬움조차 남기지않는 후련함의 불꽃이기를.

나의 불씨를 피워준 감사의 불꽃이기를.

짙은 그을림만큼 진심이었다는 영광의 불꽃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