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에 알중이라는 단어를 알게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알중이라고 했기에 나는 알중을 알게되었다. 알콜중독자. 마시고 또 마시고. 그녀는 대중이 없어졌다. 길고 짧은걸 아는법도 말하는법도. 오로지 애교와 사랑만 남게되면 자기자신을 더 깊은곳까지 밀어넣을 수 있는 기분에 사로잡혀 그제야 아가미로 숨을 쉬는 기분이든다고했다.

 아가미?

나는 물었다. 구강내 호흡기를 통해서 숨 쉬고 있으면서 아가미는 무슨 아가미. 개소리하고 자빠졌네 우울증 환자들이 대게 이렇지뭐. 그런 생각으로 되물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심해에서 살고있다고 했다. 고래를 만나고싶다고도 덧붙였다. 나는 고래라는 단어에 성기를 말하는건가 우스웠으나 맥락상 무리수는 두는 개그는 하고싶지 않았으며, 그런말을 하는 닳고닳은 아저씨가 되고싶지도 않았다. 그렇구나하고 한잔을 더 마셨다. 잔을 몇 번 깨먹어 몇번 치웠다. 조도가 낮았다. 키스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옆에 앉을까 하였으나 성급했고 그러기엔 너무 슬펐다. 하여 나와 그녀는 껌벅껌벅 숨쉬었고 냄새를 몇 번 맡았고 외로웠고. 손끝이 차가웠다. 어쩌다 잡았는지 만졌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다한증 환자같이 빳빳하고 차가워 외로운 사람이라 슬펐다. 과거력이 싫었다.

자꾸 무언갈 부르니까.

나는 그러면서 졸업이란 단어도 몇 번 운운했다. 아니면 '철'이라는 한글자나 '이제'나 '앞으로'같은 말들도 몇 번 운운했다가. 얼른감추었다 부끄럽고 그림자가 길어서. 동틀녁에. 낚시하는 상상을 하면서 훌쩍훌쩍 울까했지만 초저녁이었고 사실 그리 취하지도 않아. 자꾸 무언갈 부르는 과거력이 부른 감정이니만큼 잘 도닥이자고.

그런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