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너무 불공평하다.

뚱뚱했을 때는 누구도 나에게 따뜻한 시선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내게 더 많은 짐을 지우려 했고, 무거운 걸 들고 있어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지하철에서 자리라도 차지하면 눈치를 줬고, 조금만 친해지면 "살 좀 빼야지~" 같은 듣기 싫은 조언을 아무렇지 않게 내뱉었다.

그 말들이 나를 얼마나 아프게 했는지, 아무도 몰랐다.

그런데, 날씬해진 지금은 모든 것이 달라졌다.

무거운 짐을 들고 있으면 누군가가 나서서 들어주려 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도 더 부드러워졌다.

같은 사람이지만, 몸 하나 바뀌었다고 이렇게 다를 수 있는 걸까?

예전에도 나를 도와줬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허탈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변했지만, 세상이 나를 대하는 방식이 바뀌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실이 너무 서글프다.

내가 노력해서 변했는데, 그 변화를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내 건강이나 내 자존감이 아니라, 남들이 나를 대하는 태도라는 게 씁쓸하다.

마치, 나는 이제서야 ‘대접받을 자격’을 얻은 것처럼.

나는 그 시절의 나도 나라고 생각하는데,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예전의 나는 보이지 않는 존재였고, 조롱의 대상이었으며,

배려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이제 와서야 사람들이 친절하게 대하는 걸 보며, 마냥 기쁠 수가 없다.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허탈함을, 이 서글픔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내가 이뤄낸 변화가 자랑스럽지만, 동시에 너무나 씁쓸하다.

나는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만, 존중받을 수 있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