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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4명 놓고도 백수였던 양반 인증 ㄱㄱ

경인을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11 14: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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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이씨 판전공파의 지방 양반가 출신으로, 할아버지 때 만석꾼의 집안이 돼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922년 3월 지수공립보통학교에 편입했다가 그해 9월 경성부 수송공립보통학교에 전학하여 졸업하였으며#서울 종로의 중동학교를 졸업하고 이어 와세다대학 정치경제학과에 합격했으나, 건강 때문에 중퇴하고 귀국한다.

고향에서 건강을 회복한 뒤 다시 상경해 2년간 그저 부친의 송금을 받으며 지냈다.[6] 하릴없이 낙향해서도 집안일은 부친과 형이 했고 본인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다. 직접 일본에서 상업 작물 종자를 들여오고, 개량돈(豚)과 씨앗닭도 들여왔으나, 취미 수준이었다고 한다. 결국 이웃 친구들과 골패(도박의 일종)에 빠졌다. 한밤중까지 도박이 계속되어 늘 달그림자를 밟으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이 빈번했다.

그러다가 이미 네 아이[7]의 아버지로서 26세의 그에게 전환기가 찾아온다. 방문을 열고 달빛에 비친 아이들의 자는 모습을 보는 순간, 악몽에서 깨어난 듯한 심정을 받았다고 한다. 허송세월을 자책하고 밤새 독립운동을 할까, 일본 공무원이 될까, 사업을 할까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해 봤다고 한다. 결국 사업으로 정한다. 먼 훗날 인터뷰에서 이 때가 헛된 시간이 아니라 오히려 삼성을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회고했다.
어떠한 인생에도 낭비라는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실업자가 10년 동안 무엇 하나 하는 일 없이 낚시로 소일했다고 칩시다. 그 10년이 낭비였는지 아닌지, 그것은 10년 후에 그 사람이 무엇을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반드시 무엇인가 느낀 것이 있을 것입니다. 실업자 생활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견뎌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내면도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헛되게 세월을 보낸다고 하더라도 무엇인가 남는 것이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헛되게 세월을 보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훗날 소중한 체험으로 그것을 살리느냐에 있습니다.
이후 부친에게 지원받은 쌀 300석분의 토지를 기반으로 사업을 일으켜 1936년 마산에서 협동정미소 창업을 시작[8][9]으로 운수업에도 진출하였으며, 1938년 대구 서문시장에 조홍제허정구 등과 함께 삼성상회를 설립하고, 1942년에는 조선양조를 인수하였다.🔟 초기에는 부동산 투기로 많은 돈을 벌었으나, 태평양 전쟁이 터지며 사업이 몰락하고 부동산 투기를 다시는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다행히 부동산 외의 사업은 건실하게 운영되고 있었고, 경제적 흐름을 통해 일제의 패망을 짐작하는 대국적 안목과 수완으로 재기하기에 이른다.

해방 이후 6.25 전쟁이 벌어지자, 초기엔 전쟁이 금방 끝날 것으로 판단하고 서울에 있었으나, 북한이 서울을 점령하자 90일간 북한군을 피해다니는 신세가 된다. 이때 전시 체제로 점령 지역 시민들의 살림살이를 징발하는 북한을 보며 이들이 겉으로 내세우는 공산주의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삼성물산처럼 물자를 쌓아둔 창고가 있는 경우는 아무래도 더 손해를 봤을 것으로 보인다. 이후 운전기사 위대식의 헌신으로 서울을 간신히 탈출하였으며[11], 대구 과수원과 양조장, 삼성상회의 종잣돈으로 1951년 부산광역시에서 삼성물산을 설립, 전쟁으로 사방에 널리게 된 고철을 수집한다.

그리고 이 고철을 2차 대전의 물자징발(物資徵發) 여파로 쇠가 부족했던 일본[12]에 팔고, 다시 일본에서 벌어들인 달러로 중국에서 설탕과 비료를 수입해 국내 시장에 공급, 사업 6개월 만에 삼성물산은 10억 원이 넘는 이익을 올렸으며 1년 뒤에는 무려 60억 원의 재산을 쌓으면서 단숨에 재기에 성공한다. 고철 수집 사업을 시작할 무렵, 전쟁 전에 중국에 수출한 면실박(棉實粕, 목화씨에서 기름을 짜내고 남은 깻묵) 대금 3만 달러가 도착해 다시 든든한 자본금을 갖춰 사업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호재였다. 게다가,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전국 곳곳에 널려 있던 구리 탄피들을 긁어모아 이를 재수출하는 사업까지 하면서 돈을 갈쿠리로 쓸어담았다고 한다.

이렇게 삼성물산에서 모은 자금으로 1953년에는 제일제당(CJ그룹의 전신), 1954년 제일모직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그룹 규모의 사업을 펼치기 시작하였다. 당시만 해도 손님에게 설탕을 탄 물을 대접할만큼, 시장에서 고급 기호품으로 귀하신 몸 대접을 받는 설탕 값을 낮추는 데[13] 기여했으며, 양복 사업은 품질관리 부족[14]+이미 시장을 선점한 외국제품의 영향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으나 1957년 정부의 모직물 수입 금지조치 수혜 등을 입으며 국내 시장에서 성장하게 된다.

1940~1950년대에 갖은 시행착오를 거쳐오다 50년대 후반부터 뒤늦게 성장가도에 오른 정주영 회장과 달리, 상술했듯 40년대 광복 전후부터 목돈을 벌어 50년대 한국전쟁 시기엔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고, 덕분에 이승만 정권 시기엔 이미 국내 제1의 재벌로 성장한 기업인이 되었다. 선친(先親)이 독립협회 활동을 하면서 이승만과 친분이 있었던 것도 도움이 되었는데, 이 회장이 내세운 '사업보국(事業報國)'의 기치가 생필품의 국산화를 고민하던 당시 정권의 이해관계와도 맞물려 기세를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제일모직 완공식 땐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방문해 '의피창생(衣被創生, 옷이 새로운 삶을 만든다)'이라는 휘호를 써주기도 했다. 또 당시 국내에서 필요로 하는 한 해 비료 양은 40만 톤이었지만, 충주와 나주에서[15] 생산되는 비료는 6만 톤에 불과해 당시 정부로부터 달러 지원을 약속받으며 비료 공장 설립 계획을 세우기도 하였다.[16]

그러나 1960년 4.19 혁명으로 이승만 정권이 몰락하며 비료공장 설립은 수포로 돌아간다. 이후 부정축재와 탈세 혐의로 검찰에 연행되어 벌금 50억을 내며 한숨을 돌리려던 찰나, 엎친 데 덮친 격으로 1961년 5.16 군사정변이 일어난다. 당시 쿠데타의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식으로 경제인 11명이 부정축재자로 구속되었는데, 재계 1위 기업인인 이병철은 당연히 '부정축재자 1호'로 불렸다. 군사정권은 이병철 등을 부패 혐의로 몰았으나 경제 운용과 성장을 위해 이들과 타협하였고, 이 회장도 "전시세금이(1,000환을 벌면, 1,200환을 세금으로) 지금도 유지되는 상황"을 설명하며, "사업 투자로 나라에 기여하게 해달라"고 요구, -> 군사정권과 주고-받는 형태의 거래적 협력 관계를 맺기 시작했으며, 비료공장 설립도 재개하였다. 다만 지방의 명망 있는 양반가 출신으로 유교적인 소양을 중시했던 이 회장은, 초창기까지만 해도 反기득권적 성향이 강했던 박정희와 사이가 그다지 좋진 않았다고 한다. 화폐개혁 당시 일화도 있고 해서 이를 "불가근 불가원(不可近 不可遠)"[17]의 관계에 가까웠다고 평하는 이도 있다.

하여튼 10년의 곡절 끝에 울산에 백만평 부지를 매입해 비료 공장이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연 36만 톤[18] 생산이 가능한 사업장으로 완공된 즈음 삼성에 또 한번의 시련이 닥친다. 이른바 사카린 밀수 사건이 터진 것. 이 일로 국민적 공분이 일자, 이병철은 책임을 진다는 명목하에 자신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한국비료공장(현 롯데정밀화학)과 경주 최씨 가문에게 기증(寄贈) 받았던 대구대학교(영남대학교 전신)를 정부에 넘기게 된다.[19] 그렇게 한동안 삼성그룹 경영은 장남 이맹희가 이끌게 되지만, 1968년 다시 복귀한다. 그리고 이때 밉보였는지 장남 이맹희와 차남 이창희는 후계 구도에서 밀려나고, 막내아들(삼남이건희가 삼성그룹의 차기 수장으로 지명된다.[20][21]

이런 과정 속에서 정권에 부정축재자로 몰려 조사를 받고 대중에 일방적으로 비난받는 일을 겪은 후, 정계에 진출하려는 뜻을 품고 몇몇 명망 있는 인사들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으나 이내 포기했다고 한다. 대신 그에 대한 대안 확보의 차원에서 언론사를 설립했는데, 이때 만들어진 것이 TBC 동양방송(1964년)과 중앙일보(1965년)다.[22] 중앙일보는 현재까지 남아있지만 TBC는 1980년 전두환이 등장하면서 KBS로 통폐합돼 KBS 2TVKBS 2FM 등으로 전환된다.[23] 신군부에 의해 동양방송이 강제적으로 통폐합되었을 때 당시 방송계에선 이 회장이 분해서 눈물을 흘렸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지만, 이맹희의 회고록에 따르면 이병철은 한국비료 헌납 때도, 언론통폐합 때도 기복(起伏)을 드러내지 않고 다음날 출근해 집무실에서 일을 봤다고 한다. 다만 언론통폐합 땐 이미 두 사람의 사이가 틀어졌을 때라 신빙성에 의문이 가는 회고긴 하다. 아들 안 보는데서 울었을 수도 있고... 하여튼 그 와중에도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을 위해 정보를 수집하고 공부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일찍이 한일은행·한국상업은행·조흥은행 등과 안국화재·동방생명 등을 인수하였고, 1961년 초대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을 역임하였다.[24] 1966년 대한암협회 회장으로 있으면서 고려병원을 설립하였다. 삼성장학회를 설립하고 대구대학[25] 및 성균관대학교 이사장을 지냈다. 이후 삼성전자·삼성전기 등을 통해 첨단 전자통신 및 반도체 기술 발전에 영향을 끼쳤으며 삼성종합건설주식회사를 설립하는 등 삼성그룹을 성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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