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과거 제도와 현대 시험과의 관계.txt

ㅇㅇ(119.202) 2022.02.19 12:39:58
조회 2593 추천 50 댓글 11

과거 시험의 난이도를 보면 현재 시행되는 어떤 시험보다도 난이도가 높다. 현대 한국 기준으로 가장 어려운 입직시험이라면 국회행정처 5급 공무원을 채용하는 입법고시, 행정부 5급 공무원을 채용하는 행정고시, 과거에 외무고시로 불렸던 외교관후보자시험 및 지금은 폐지되고 법학전문대학원 및 변호사시험으로 대체된 사법시험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과거 시험은 이 시험들보다도 수준이 높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서삼경은 암기하고 있어야 한다. 게다가 역대 역사의 내용도 전거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자치통감 수준의 역사서의 내용도 알고 있어야 했다. 거기에 답안을 작성하는 언어도 우리말이 아닌 한문이다. 이 정도가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는 능력이다. 최종적으로 전시에서 나오는 문제를 답하고 자신의 논리로 서술해야 하기 때문에 종합 논술의 성격도 가진다. 그리고 과거의 답안은 절대로 길면 안 됐다. 종합 논술의 답안을 단 한 문장으로 담아내는 능력까지 있어야 한다.

기본으로 장착해야 하는 능력인 한문은 자국어가 아니기 때문에 생각보다 만만한 장벽이 아니다[76]. 만약 사법시험을 치르는데 6법전서가 한글이 아닌 순 한문이거나 순 영어로 작성되어 있고, 답안도 작성된 언어로 작성한다고 상상해보자. 안 그래도 어려운 난이도가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현재 시행되는 구술 시험도 어렵다고 하지만 과거시험보다 분명히 난이도는 낮다. 왜냐하면 구술 시험이라 해도 일단은 프랑스어로 답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렵게 시험을 통과한 조선시대 관리들은 기본적으로 한문구사 능력과 유학적 소양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능력은 중국이나 일본으로 사신으로 갔을 경우에 잘 드러난다. 중국어나 일본어를 한마디도 못 하지만 한문으로 필담을 나눌 수 있고 과거 시험을 준비하면서 얻은 역사 지식과 경전의 이해는 물론 한시를 주고받는 광경은 조선시대 기행문을 보면 매우 흔하게 관찰된다. 그래서 조선통신사를 파견할 때 에도 막부는 전문적으로 한시와 한문을 작성할 수 있는 제술관(製述官)을 요청했고, 당대 일본의 지식인들은 파견된 통신사 일행을 만나기 위해 천금도 아끼지 않고 문집의 발문과 서문을 지어 달라고 청하고 자신이 지은 한시와 문장을 비평해달라고 청했던 것이다. 자기 능력을 검증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던 것.
과거시험이 실무능력보다는 공자왈 맹자왈 암기만 본다는 단점도 있지만, 노력이건 재능이건 사서삼경 암송할 능력을 가진 사람은 어지간한 자리에 던져두면 금방 배운다. 수능시험은 실무적이라서 보겠는가?

실제로 당나라 이전에는 문벌귀족 가문이 왕조보다도 훨~씬 더 길게 존재했다. 당나라 시절에는 관롱집단이라 해서 당나라를 구성한 선비족과 한족 혼혈집단 출신이거나, 한족 고유 가문은 최소 한나라(!!!) 이전은 되어야 인정해주는 수준이었다고 하니, 문벌귀족이 어느 정도로 세습되고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반해 북송 이후의 문벌 가문은 그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었다. 과거 제도가 존재한다면 문벌은 스승과 제자가 여러 대에 걸쳐서 과거에 합격해야 형성이 되는데 아무리 뛰어난 스승이 있다고 하더라도 제자가 100% 과거에 합격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리고 시험관 - 합격자가 문벌을 형성한다고 해도 동아시아권에서 정쟁이 벌어지면 관료들이 죽거나 좌천당하는 일이 부지기수인데 이러한 상황에서 문벌이 형성되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경우 고려시대 때 문벌귀족과 권문세족이 판쳤지만, 조선시대로 가면 과거제 합격유무에 따라 양인의 신분이 좌지우지되면서 양인과 노비의 제도가 자리잡히게 된다. 양반 집안이 3대를 넘어가도 과거를 통과하지 못하면 상민으로 신분이 추락했다. 그리고 조선시대에 상민이 양반으로 출세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있기는 있었다. 대표적으로 정충신. 이쪽은 아예 노비 출신이었는데, 임진왜란 당시 공을 세워 양인이 되고, 그 후 과거에 합격해서 양반이 되었다.

또 과거 제도는 당시 조선 지식인들에게 장원 급제의 꿈을 안겨주었다. 경쟁률이 하늘의 별따기라는 것은 무시하자 이것이 근대로 오면서 신분제가 무너진 사회에서 누구나 공부만 열심히 하면 신분상승으로 사회에 지도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 주었고,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의 폐허 속에서 나는 힘들게 살아도 자식만은 나아지길 바라며 교육에 온갖 정성을 쏟는 사회 분위기를 형성하게 되었다. 학생 입장에선 욕나오겠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결과적으론 근대화에 발판이 되고 높은 과학기술의 기반이 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도 전 세계에서 공무원은 물론 대기업에서 직장인을 뽑는 방식은 과거 제도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않다. 관료제처럼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지금까지도 과거 제도와 비슷한 시험 제도가 존속해 올 수 있던 것은, 인간이 만들어낸 방식 중에서 그나마 가장 공정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추천 비추천

50

고정닉 1

1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인터넷 트랜드를 가장 빠르게 알고 있을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11/25 - -
AD 보험상담은 디시공식설계사에게 받으세요! 운영자 24/08/28 - -
1272127 사주는 갑진이 탑이다 [1] ㅇㅇ(39.7) 22.02.19 204 4
1272125 진짜 초코브라운♡(223.38) 22.02.19 13 0
1272124 괴롭힌애 돈과 법으로 족친사주 ㅋㄹㅇ [1] ㅇㅇ(117.111) 22.02.19 39 0
1272121 내가싫어하는 여자 칫솔 변기에 몇번 담궜는데 [3] ㅇㅇ(106.101) 22.02.19 99 0
1272120 미접종자 혈액 뜩상조짐 에르메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63 0
1272119 짭딩동 깐족거려 [3] dorongy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40 0
1272117 근데 아마 초코브라운♡(223.38) 22.02.19 17 0
1272115 병오일간 남자는 사기꾼 많다 조심해라 [1] ㅇㅇ(121.133) 22.02.19 91 4
1272114 입춘에서 우수까지 원래 ㅈㄴ 춥당 ㅇㅇ(175.209) 22.02.19 42 1
1272112 전생 다 까발려지고 고닉 ㅋㅋㅋ 애송이(219.255) 22.02.19 21 0
1272111 사회살다보니 역갤이 왜 비정상인지 알겠더라 ㅇㅇ(110.11) 22.02.19 48 2
1272110 내가 본 상관다자들은 [1] ㅇㅇ(1.232) 22.02.19 174 0
1272109 선넘지 말란 말 쉽게 하는 사람들이 자기는 선 잘 넘습디다. [1] 귀격아우라(117.111) 22.02.19 33 1
1272108 사주 통변 80%에 공통적으로 나오는 말 [4] ㅇㅇ(14.39) 22.02.19 156 2
1272105 찐따들이 욕쳐먹는 이유도 같음 분위기를 정색하게만듬 ㅇㅇ(106.101) 22.02.19 33 0
1272102 내 사주 대충봐줄사람..?? [2] 융단(106.102) 22.02.19 47 1
1272100 장난을 재밌게 치면 몰라 좆같이 재미없는걸 장난 치니 정색빨지 ㅇㅇ(106.101) 22.02.19 26 0
1272099 역갤년들 얼굴 못생긴 이유 ㅇㅇ(110.70) 22.02.19 32 1
1272098 이정도 아니면 을목욕하지마라 ㅇㅇ(117.111) 22.02.19 101 0
1272097 사주좀봐주세요 [3] 아라쯍(175.223) 22.02.19 76 0
1272096 근데 이젲의욕이없어 [1] 초코브라운♡(118.40) 22.02.19 14 0
1272095 정화일간 정묘일주 이거 뭐냐? [2] ㅇㅇ(119.64) 22.02.19 268 0
1272090 눈치 보는것과 안보는것 차이. ㅇㅇ(59.0) 22.02.19 191 1
1272085 남자 그렇게 안따지는데 [8] dorongy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64 0
1272080 귀격도 세상에 업보를 갚으러 와 시련을 겪습니다 귀격아우라(117.111) 22.02.19 79 7
1272078 한명은 초코브라운♡(118.40) 22.02.19 19 0
1272076 도롱이 신상정보 공개한다. ㅇㅇ(222.103) 22.02.19 78 3
1272075 탈한국이라는 애는 지가 욕하는 상관이 바로 지 꼴인건 모름 ㅇㅇ(175.223) 22.02.19 33 4
1272071 어릴 때 부터 사람이 너무 싫었는데 이유가있음 ㅇㅇ(39.7) 22.02.19 76 6
1272070 일부 역갤러들 더러운 인성 얼굴에 고스란히 묻어나있을 듯 ㅇㅇ(110.70) 22.02.19 27 0
1272069 전부 죽어줘 [1] dorongy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31 1
1272068 회사 비다녀 월주 겁재기둥인데 ㄹㅇ최악이야 [3] ㅇㅇ(118.235) 22.02.19 425 8
1272067 이재명 윤석열이 대선후보라는거 자체가 [1] ㅇㅇ(223.39) 22.02.19 96 3
1272066 아기 엉덩이 때찌 해주면 돼지토끼(돼토)0ㅅ0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29 0
1272064 첫눈에 불꽃이 튀는 사랑을 주의하세요 귀격아우라(117.111) 22.02.19 55 1
1272062 ㅈㄴ좋은사주 맞는데? ㅇㅇ(117.111) 22.02.19 35 0
1272061 혼자 초코브라운♡(118.40) 22.02.19 14 0
1272059 사람못바꾸지 그니까 괜히 사연있을거 같은 놈 만나는여자는 ㅇㅇ(106.101) 22.02.19 38 0
1272055 초코브라운♡(118.40) 22.02.19 15 0
1272052 와 근데 사람 진짜 안 변하는 것 같지 않냐? [4] ㅇㅇ(110.70) 22.02.19 109 11
1272051 몇달동안 본 역갤=경금 [2] ㅇㅇ(117.111) 22.02.19 90 1
1272048 경금의 반대가 을목이지 [2] ㅇㅇ(36.38) 22.02.19 218 7
1272045 남편도 있는년이 여기를 온다는게 더대단하다 [1] ㅇㅇ(106.101) 22.02.19 49 2
1272044 다 죽어라 [2] dorongye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36 0
1272043 저녁 피자 먹을까 떡뽀끼 먹을까 ㅇㅇ(223.39) 22.02.19 16 0
1272042 현시각) 도롱이 상황 ㅇㅇ(222.103) 22.02.19 40 0
1272040 처음으로 초코브라운♡(118.40) 22.02.19 18 0
1272037 나는 내 위에 올라설려고만안하면 오래감 ㅇㅇ(223.62) 22.02.19 24 1
1272036 나 젤네일 한지 한달인가 됏는데 한개도 안까짐 [2] 유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2.19 55 0
1272035 경쟁의식 없이 사는 사람자체가 인생 존나 ㅎㅌㅊ같은데 [1] ㅅㅅ(1.235) 22.02.19 65 2
뉴스 ‘전참시’ 2024 최고의 아이돌 투어스(TWS), 6인 6색 개성 가득 숙소 공개 디시트렌드 11.24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