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2. 침착한 丁화씨, 권토중래를 꿈꾸다!
청운의 꿈을 펼치고자 국내 굴지의 에너지기업에 입사한 침착한 丁화씨!
입사동기 丙화씨와 함께 업무에서 두각을 드러내게 되는데, 이는 한난조습의 난(暖-따뜻할 난)의 기운때문이였다.
입사동기인 壬수씨나 癸수씨는 한(寒 찰-한)한 기운이니 속도가 느리지만, 丙화씨와 丁화씨는 난한 기운이므로
속도가 빠르고 입사초기부터 두각을 나타나게 된다. 丁화의 응축, 하강, 수렴하는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꼼꼼하고
성실하며, 일처리가 간결하고 정확하니 윗 상사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다. 최고의 부하이며, 최고의 보좌관의 모습이다.
대리에서 과장으로, 과장에서 차장으로 승진하면서 동기들이 辛금씨, 壬수씨, 癸수씨의 부러움을 사곤했다.
하지만 입사동기인 화끈하고 화려한 丙화씨에게는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는데,
뭘해도 주목받고, 뭘해도 돋보이는 丙화씨에게 눌려 주눅이 들게 됨은 어쩔수가 없었다.
아무리 내부업무를 꼼꼼하게 처리하고, 보고서를 잘 기획하여 올려도, 외부에 나가 계약을 따오고, 잘생긴 외모와 말빨로 리셉션, 외부행사, 만찬등에서 빛나는 丙화를 추월하기에는 요원해보였다.
그러던 2013년 癸巳년의 어느날 신(辛) 부사장의 호출이 있었다.
" 丁차장, 자네 이야기는 많이 듣고 있었네, 일처리가 확실하고 꼼꼼하다며? "
"과찬의 말씀입니다.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
"그래서 말인데, 자네가 해남 亥子丑 지사에 내려가서 맡아주었으면 하네, 지사의 설비와 시스템이 노후되어
제대로 효율이 나지 않는 모습이야. 노조의 반대로 구조조정도 진도가 안나가고 말야, 어떤가? 강요하는 것은 아니야
자네의 업무스타일과 기획력이 亥子丑 지사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킬수 있을 것 같아서 그런거네, 구조혁신 팀장으로
승진시켜주지, 한 3년정도면 충분할꺼야 "
회사의 실세 신(辛) 부사장의 갑작스러운 지사제안에 당황스러워진 丁화씨.....
그의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 서울본사에서 수 백킬로 떨어진 亥子丑 지사로 가라고? 뭐지? 라인에서 밀린건가?
야근을 마다하지 않고 최선을 다했는데, 촌동네 지사발령이라.... 조직세계의 냉혹함이 이런건가 '
丁화씨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 저... 하루만 생각해보고 답변 드려도 되겠습니까? 너무 갑작스러워서요 "
" of course! 잘 생각해보고 내일 답변주게, 절대 강요하는 거 아니니깐 부담갖지 말고 "
퇴근길 하루종일 지사발령건으로 심란했던 丁화씨는 조용한 포장마차에 들려 술을 한잔하면서
이런 저런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 지사로 내려가면 웬만해서는 본사로 돌아오지 못한다는 소문이 있다던데... 나도 그런케이스일까?
누가 부사장에게 나를 추천한거지? 속내를 알기어려운 壬子부장? (壬子는 속내를 알기 어렵다)
레이저 눈빛을 쏘아보내면서 날 불편해하던 辛팀장? (辛금에게 丁화는 화극금이며 편관이 된다) 내일까지 부사장에게
답변을 주어야할텐데 고민이네.. 다시 본사로 컴백할수 있을까? 아! 문화시설도 없는 해자축 깡촌에 한창 좋은 20대후반을 썩혀야 하나... 차라리 그만두고 로스쿨이나 지원할까? 아님 다른 에너지회사로 이직? '
한 두잔 들어갈수록 머리속이 정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더 복잡해졌다. 9시가 넘어서 자리를 일어나 걷고 있는데
길가에 간판이 하나 눈에 들어왔다.
" 知命者 不怨天, 知己者 不怨人 ' 운명을 아는자는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자신을 아는 자는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사주명리학의 대가 虛當철학관
알수없는 이끌림에 허당철학관에 들어가 자리에 앉았다.
50대 중반의 남자가 들어왔는데, 피곤한듯, 졸린듯한 눈매에 다소 귀찮다는 표정으로 丁화씨를 반겼다.
" 제가 너무 늦게 온건가요? 다음날 올까요 ?"
" 아니야, 됐어. 인연이 있으니 찾아온것이고, 내가 무슨 제갈공명도 아닌데 이고초려할 필요는 없지, 그래 무슨일로
찾아온 겐가? "
" 인생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하는데 고민이 되서요, 잘 다니던 본사에서 지사로 내려갈것을 강요하는데
그대로 가야하는지, 아님 버텨야하는지.. 힘들면 타회사로 이직도 생각하고 있고요, 예전에 공부했던 로스쿨에서
다시 공부를 하는 것은 어떤지 궁금해서 찾아왔습니다. "
" 생년월일시와 기혼인지 미혼인지를 알려주게, 미혼이면 부모님과 동거여부...."
" 기혼인지 미혼인지? 부모님과 동거여부? 그런것도 알아야 하나요? "
" 다 필요한거니깐 알려주시게나 "
🌕丙丁🌕 (남명) 29세 미혼
□辰巳亥
" 흠, 어쩐지 들어올때, 거북함과 살갗음이 함께 하길래 왜 그런가 했더니 丙화 일간이 월간에 丁화 겁재를
가지고 있었군. ㅎㅎ 내가 辛금 일간일쎄, 거북함은 월간의 丁화의 느낌(丁辛극)이고, 살갗음은 일간의 丙화 때문이였군 (丙辛합), 어디보자.. 월간의 겁재를 두었으니 지기싫어하는 승부욕과 경쟁심이 강한 사람이군. 년지+월지가 충으로 구성하니 미혼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살기는 힘든 모습일쎄, 이동수가 많아보여, 해외연수나 유학도 다녀왔는가? "
" 헉! 맞습니다. 대학입학때부터 서울에서 자취생활하면서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습니다. 교환학생으로 2년간 미국에
갔다왔고요. 보란듯이 성공하고 싶습니다. "
" 회사에서 지사로 내려가라고 한다고? 어디인가? "
" 해남의 亥子丑 지사입니다. 지사중에서도 본사에서 가장 멀고, 설비나 인력이 노후화 된 곳입니다. "
" 내려가시게나... 지금이 딱 그 타이밍이야... 몇년 잘 지내다 보면 본사에서 다시 불러들일것이니 걱정말게 "
" 왜 그런거죠? 저는 서울 본사에 있고 싶은데 "
" 양간인 丙화는 상승하고 확산하며 발산하는 기운이니 대도시 중심가가 좋겠지, 하지만 음간인 丁화는 하강, 응축, 수렴하는 기운이니 한적한 지방이나 한직, 외직이 좋아. 자네는 그 2가지 기운을 다 가지고 있어, 천간은 마음이니 본사에
있고 싶은 생각도, 지사로 내려갈까 하는 생각도 함께 있으니 고민이 시작된거야 "
" 그런가요? 승진하여 지사로 내려가서 입지를 다지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본사로 다시 못올라오면 어쩌나하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저희 회사는 대기업이라 재원들이 많으니 꼭 실력만으로만 평가되지는 않아서요 "
"자네의 일간 丙화는 월지 巳화에서 건록이고, 일지의 辰토에서 관대이니 일간이 강한 모습일쎄, 월지는 사회적인 활동,
직업궁을 의미하니 사회에서 자네를 따르고 보필하는 이들이 많으며, 그 공간에서 자네의 힘도 건록처럼 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네 "
"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솔직히 안 맞는것 같습니다.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 연수도 가고 나름 노력도 많이했지만
실력보다는 인정을 못봤는 것 같습니다. 동기들에 비해서 존재감이나 자존감도 사실 떨어집니다. 나중에 제 사업을
해보겠다는 생각은 있지만, 지금으로는 언감생심입니다. "
" 당연하지, 지금의 자네의 모습은 丙화가 아니라 丁화의 모습을 살고 있기 때문일쎄, 丁화가 월지 巳화에서 절지의
모습이니 존재감이 떨어질수 밖에 없다네.. 절지의 절(絶)은 음과 양의 만나기 전의 모습이라 보이지 않음을 의미하는데
정신적으로는 잘 쓸수 있지만, 육체적으로는 겁재 丙화에 밀릴수 밖에 없어, 절지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는 지사나 한직으로 내려가서 잘 준비하고 실력을 다지는게 좋아, 절태양의 모습은 준비하면서 기다리는 수성의 시기이기 때문이지 "
" 말씀이 좀 어렵네요.. 몇번 사주를 봐서 제가 丙화 일간으로 알고 있었는데, 지금은 丙화가 아닌 丁화 일간이라고요?
그럴수도 있나요? "
" 천간은 모두 내 마음이고 생각, 욕망, 욕심, 의지이며 에너지를 담고 있다네.. 사주팔자는 내 사주팔자이니
천간의 마음도 모두 내 마음이야... 그것을 초년, 청년(미혼), 중년(결혼이후), 노년으로 나누었을 뿐이지..
마, 이론설명하면 밤을 새워도 모자라니 그정도로만 알고 있게... 13년이 癸巳세운이니 세운으로 巳午未가 시작되는데
월지도 巳화로 월간 丁화에게 절지인데, 세운에서 다시 절지가 찾아왔으니 해자축 지사로 내려가서 본인의 실력을
발휘하고 준비하고 단련하며 앞날을 준비하는게 좋아 "
" 아까부터 절태양의 시기는 수성의 시기고 준비하라는 것을 말씀하셨는데, 뭘 준비를 하면 좋겠습니까? "
" 사오미는 丁화에게 비겁운이니 외부적으로는 사람을 키우고 교류하며, 인맥을 다지는 것이 좋아.
내부적으로는 자신감을 키우고, 건강을 돌보며, 앞날에 찾아올 공성의 시기(생욕대, 록왕쇠)를 대비하는게 좋겠지
전문기술과 지식도 좋지만 그전에 인간관계관련 서적도 많이 보는게 좋을꺼야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본사에서는 어렵지만, 다소 여유있는 지사에서는 시간이 날테니말야
왜 그러말도 있잖는가?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는 "
무대위에서 춤을 추며 현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丙화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丁화씨는 문득 몇년전 홍대의 철학관에서 만난 역술가와의 대화가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마음을 다잡고, 이곳에서 자신의 할일을 찾아보니 생각보다 괜찮았다. 불필요한 설비절감, 인력조정등은 丁화의
주특기가 아니던가? 본사와 달리 치열한 경쟁이 없으니 운동도 하고, 리더십과, 카리스마에 대한 서적도 즐겨보며
나름 내공을 다져갔다. 한편 인연이 생겨 결혼도 하고 안정감도, 자신감도 생긴 丁화씨, 아니 이제는 丙화씨로 불러줘야 될것같은 그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스쳐갔다.
" 이 한산한 지사에 호랑이가 둘이나 있을 필요가 없겠지. 丙화가 내려왔으니 인수인계를 잘 해놓으면
곧 본사에서 나를 불러들이겠군. 날 아껴주던 壬子부장님이 올초에 내게 준 언질이 이런 의미였군
기다려라! 곧 나의 진면목을 보여주겠어 ㅎㅎㅎ "
화려한 네온싸인과 일렉트로닉 음악이 펄쳐나오는 巳午未 클럽에서
침착한 丁화씨는 한무더기의 흙먼지를 흩날리며 권토중래의 심정과 일천당기의 모습으로 본사의 중심부로 달려가는
장수와 같았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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