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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태일이’ 홍준표 “전태일 ‘열사’보다 ‘친구’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01 15: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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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태일이’ 홍준표 “전태일 ‘열사’보다 ‘친구’ 태일이로 공감해주길”

과거에도, 현재에도, 어느 세대에도 존재하는 ‘태일이’에 관하여

https://www.vop.co.kr/A00001603765.html


세운 기자 ksw@vop.co.kr
발행2021-11-26 15:52:03 수정2021-11-26 16:00:51


26025817_1.jpg애니메이션 '태일이' 홍준표 감독ⓒ김연제 작가

노동운동가 전태일 열사가 스스로 산화한 지 50년이 지난 가운데 국내 최초로 전태일의 삶을 담은 애니메이션 '태일이'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 속에는 전태일을 포함해 이소선 어머니, 전태일의 동생들, 친구들, 여공들, 공장 사장 등이 등장한다. 그때 그 시절 속 인물들이 생생하게 살아날 수 있도록 숨결을 불어 넣은 인물이 있다. 바로 '태일이'를 연출한 스튜디오 루머 홍준표 감독이다.

홍 감독은 '태일이'를 소개하는 자리마다 '열사' 태일이보다 '청년' 태일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점을 강조해 왔다. 바보회 설립, 평화시장 노동환경 조사, 삼동회 조직 등 굵직한 업적 사이에 녹아 있는 청년의 고민, 망설임, 분노, 꿈 등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서 애니메이션 '태일이' 속엔 20대 태일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태일이는 동료와 도시락을 먹고, 일자리에 대한 고민을 나누며, 후배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무기력함과 분노를 느끼기도 한다. 1970년 태일의 모습은 2021년 청년과 자꾸 오버랩된다. 마치 지금 전화를 걸면 통화할 수 있는 평범한 친구이자 따뜻한 동료의 모습이다.

애니메이션 '태일이'는 2018년 펀딩을 시작으로 2021년 12월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됐다. 더 잘 만들기 위해 많은 고민을 했고, 제작에도 열과 성을 다했던 기간이었다. 전태일과 그의 시대를 생생하게 구현하기 위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 홍준표 감독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11062427_sdsd345.jpg애니메이션 '태일이'ⓒ애니메이션 '태일이' 스틸컷 이미지

젊은 영화 노동자의 젊은 감성으로
탄생시킨 '청년' 태일이

홍 감독은 '태일이'를 제작하기 전 많은 부담이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모르는 시대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을지 고민됐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 부분에 관해선 많이 알아보고 들여다봄으로써 스스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는 제작사 명필름도 비슷한 고민을 했을 것 같다고 했다. 젊은 감독이 전태일 이야기를 담는 것이 한편으론 모험일 수도 있겠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홍 감독은 제작사와 계속 시나리오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태일이'의 명확한 의도를 느끼게 된 지점이 있다고 했다.

"그때 그런 말씀을 해주셨다. 우리가 전태일 열사에 대한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홍 감독이 가진 젊은 감성과 정서가 있기 때문에 요즘 세대에서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거라고 해주셨다. 옛날 사람이 아닌 요즘 사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저라면 할 수 있겠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 지점에 있어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영화를 만들기 전, 홍준표 감독에게 전태일은 열사이자 위인이었다. 대단한 업적을 남긴 분이라는 상징성만이 머릿속에 있었던 것이다. 그는 '청년' 전태일을 이해하기 위해 평전부터 관련 영화와 만화책까지 살펴봤다. 그는 "전태일에 대한 다양한 내용을 들여다봤는데, 전태일 열사의 근로기준법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청년 전태일에 대한 접근 자체가 조금 어려웠다"고 떠올렸다.

영화와 만화 등도 다 좋았지만, 홍 감독의 마음을 흔들었던 것은 전태일이 직접 쓴 글들이었다. 홍 감독은 태일이의 생각이 담긴 자필 노트를 읽으며 "친구 같다"고 느꼈다고 했다.

"근로기준법을 알게 되고, 동료가 아프고, 여공들이 힘들고 하던 와중에 쓴 글 같은데, 왜 우리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고, 왜 일한 만큼 돈을 못 받고, 왜 우리는 쉴 수 없고 등 '왜'라는 단어를 굉장히 많이 쓴 페이지가 하나 있었다. 분명히 답은 명확한 것 같은데 '왜 안 되지?'라는 억울함을 거기에 쓰신 것 같았다. 자신의 고민을 쓴 페이지를 보고서 이분도 고민을 많이 했구나 싶었다. 방향성과 해답을 갖고 쭉 이어간 것이 아니라, 주춤하기도 하고, 어딘가 막히기도 하고, 아등바등하면서 많은 고민을 가지고 계셨다는 것을 느꼈다. 노트를 들여다보면 그냥 소년, 그냥 청년의 모습도 정말 많이 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1062728_vb.jpg애니메이션 '태일이'ⓒ스틸컷 이미지

생생하게 살아난 태일이와 풍경,
비법이 있었다

'태일이'가 가진 또 다른 힘은 캐릭터의 생생함이다. '태일이'는 보통 국내 애니메이션을 제작할 때, 시간과 비용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되지 않는 '선녹음 후작업'을 해냈다.

'태일이' 제작진은 캐릭터와 배우들의 목소리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만들기 위해 콘티 단계부터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도록 부탁을 했다. 홍 감독은 당시 캐릭터엔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배우들이 본인의 호흡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어려웠을 거라고 했다. 하지만 배우들의 호흡이 깃든 캐릭터들은 한층 자연스러워졌고, 결국 인물 '그 자체'가 됐다. 태일이 등 주변인물의 미세한 표정과 배우의 목소리가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인물'처럼 표현될 수 있었던 이유다.

여기에 국내 내로라하는 배우들이 총출연했다. 장동윤 배우가 태일이 목소리를 맡았고, 염혜란 배우가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여기에 진선규, 박철민, 권해효 등도 함께했다.

이런 점 때문에 '태일이'는 인물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인물만큼 보는 재미가 있는 것은 바로 1970년대 풍경이다. '태일이'에서 풍경은 또 다른 주인공이다. 실제 홍 감독은 배경에 정말 많은 신경을 썼다고 했다. 전태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서 인물이 가장 중요하지만, 인물만큼 중요한 것이 공간이었다는 설명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 홍 감독은 이와 같이 부연했다.

"당시 굉장히 힘들게 노동을 했는데, '어떻게 힘들었을까'를 공감하는 게 1순위라는 생각을 했다. 저도 답사도 하고 공간을 직접 체험했을 때 거기서 느낀 답답함과 협소함이 있었다. 보는 사람도 단지 그림이지만 공간에 직접 와 있는 것 같은 기분을 갖게 한다면 태일이나 주변 인물이 겪었을 여러 감정을 조금 더 쉽게 전달받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공간을 정말 디테일하게, 사실적으로, 정말 그 공간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주고자 신경을 많이 썼다."

2018년 펀딩을 시작으로 본격 제작에 돌입한 '태일이'는 당초 전태일 열사 50주기인 2020년에 개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개봉이 계속 늦춰졌다. 이유가 있었다. 정말 잘 만들고 싶다는, 제대로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제작진의 바람 때문이었다.

"(개봉 연기가) 펀딩이나 제작비 부족이 이유는 아니었다. 그런 것에 대한 추진력은 이미 준비돼 있었다. 물론, 코로나 상황도 있었지만 직접적인 이유는 아니었다. 그것보다 우리가 좀 더 이야기를 전달함에 있어서 부족한 게 뭐가 있을까, 더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 불필요한 것은 뭐가 있을까, 이런 걸 다듬는 시간이 필요했다. 연출 작업을 쭉 하다 보니까 그런 지점이 보였고, 서로 그것에 대해 시나리오 단계에서 이야기를 더 했다. 어쨌든 '태일이'는 정말 잘 만들어야 하고, 좋은 작품으로 완성을 시켜야 하니까, 한 번 더 고민해 보자 해서, 그런 내용적인 측면을 고민하다 보니 시간적인 기간을 좀 더 두게 됐다."

26025845_2.jpg애니메이션 '태일이' 홍준표 감독ⓒ김연제 작가

22살 태일이도 22살 우리처럼
행복하게 잘 살고 싶었다

개봉 5일을 앞둔 가운데 홍준표 감독은 "열심히 해서 시험을 치르고 답안지를 제출한 상태에서 가채점을 했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있었지만 영화를 본 관객들이 재밌게 보실까, 하는 기대와 함께 긴장도 많이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리고 그는 '태일이'가 관객에게 어떻게 다가가길 바라냐는 질문에 이와 같이 답했다.

"'태일이'는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누구나 '태일이'를 보기 전에 전태일 열사를 가슴에 품고, 극장으로 간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열사의 이야기를 보고자 해서 갔지만, 보는 동안 열사에 관한 키워드가 잠시나마 잊혔으면 한다. 청년 태일이. 그냥 우리 친구 같고, 동생 같고, 형 같고, 동료로서 옆에 있는, 어찌 보면 평범한, 그런 친구 같은 태일이를 만나고 그 지점에서 많은 공감을 하길 바란다. 지금도 존재할 수 있고, 과거에도 존재했지만, 어떤 세대에도 존재할 수 있는 청년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영화를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

'태일이'를 제작한 스튜디오 루머는 젊은 감각과 아이디어로 무장한 스몰 스튜디오다. 이곳은 홍준표 감독이 소속된 스튜디오다. 스튜디오 루머는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발견한 책방, 동료와 고민을 나누는 평화시장 옥상, 다락방 노동 현장, 산화 전 골목길에서 수많은 고민을 했을 전태일과 동료들의 섬세한 표정 등을 섬세하고 사실적으로 재탄생시켰다. 작품 곳곳엔 제작진의 고민과 애정이 가득 느껴진다. '태일이' 이후 스튜디오 루머의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팀원들이 다들 젊고 아이디어도 많다. 아이디어가 많은 만큼 추진력도 있다. 거기에 좋은 작품의 기회도 생겨서 추진력을 이용해 그만큼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다. 현재 저희 같은 스몰 스튜디오가 상당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상상력이 풍부한 팀들이다. 이런 팀들도 저희 같은 기회가 있으면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저희도 젊은 감성과 정서로 우리 세대에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단순히 만화라고 하면 웃고 즐기는 정도가 아니라 사회가 됐든 개인이 됐든 누군가에게 질문할 수 있는 작품을 많이 하고 싶다."

영화 '태일이'는 오는 12월 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26032819_eded123.jpg애니메이션 '태일이'ⓒ애니메이션 '태일이'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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