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주 본다는 사람들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음
생시 하나로 인생을 볼 수 있다는 오만함
그 사람의 현실과는 무관하게 누군갈 정의할 수 있다고 착각하고 이 용어가 자기 세계의 전부가 되어버린 안타까운 문명적 퇴화
물론 오행론에 기반해 어느 정도 맥락이 맞기야 하겠지
나도 내 사주 보고 맞는 말이 꽤 있어 인정할 수밖에 없었음
근데 문제는 그 기준이 문화적, 기술적 발전이 무한이 이뤄진 21세기보다 아득히 먼 원시적 과거에서 만들어진 것들이고
이 기준들은 현대의 변수와 확실한 정보들, 그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다발적인 상황들과 개인의 의지와 우연의 일치 등 모든 요소를 무시하고 무력화시킴
사람을 그 현실과는 동떨어지고 전혀 효용성 없는 번드르르한 주문같은 언어 속에 가둠
문제가 생기면 그게 ‘왜’ 생겼는지는 더이상 중요한 게 아님
해결을 해야 하는 거고 틀린 걸 반복하지 않기 위한 개선이 중요하고 그게 인생인데
이 음지의 학문은 ‘그래서 그런거다‘로 모든 것이 귀결되고 그게 인간씩이나 돼서 할 수 있는 사고의 전부가 됨
그래서 기신운에 가까이 접하게 되는 분야인거겠지
삶에 문제가 있다면 기본을 지키면 됨
운동을 하고 변화를 위해 계획을 세우고
마음이 병들면 치료를 받고 외로우면 사람을 찾고
그걸 할 수 있고 방법을 알고 손만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시대임
조선시대처럼 여자가 결혼을 안 하면 먹고 살지 못하거나
무슨 머슴집에 태어나거나 왕족으로 태어나거나 하면서 운명이 극단적으로 정해져있는 시대가 아님
남자가 혹은 친구가 도움이 안 되는 사주라면
사주 글자 자체에 답이 있는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에서 나타나는 현실적인 문제와 그 사람의 성향 등이 근본적인 부분임 그게 전부고
그럼 자기가 그런 부분에서 노련해지기 위해 노력하거나
그런 상황에 대한 공부를 하고 이해하거나
또는 도움 받을 다른 방법적인 것들(사주에서는 식신, 관이라고 통칭되는 그러나 현대사회에서는 그 형태와 방법이 너무 다양한)에 몰두하면서
삶을 세분화시켜가고 그래서 중화시켜가면 됨
근데 사주를 본다는 술사들은
사주를 보러 온 사람들보다 그런 인생의 많은 요소들과 사주용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세계들과 상식들을 알지도 못하고 무지한 경우가 많음
현대사회의 다양성과 문명과 그곳에 살고 있는 눈앞에 앉은 인간의 의미를 이해할 리 만무하고
그저 자기 그릇대로 음지의 글자놀이에 담긴 구시대적 철학을 배경으로 읊어줄 수 있을 뿐임
정말 여러 분야에 박학다식하기 위해 노력했고 수준 있는 사람 아니고서는
얼핏 그럴듯해 보이고 위험요소를 피해가게 하는 듯 하지만 결국 자기를 갉아먹게 하고 옳은 안내표지판인 척 정도를 걷지 못하고 교묘하게 헤매게 함
그래서 사주는 웬만하면 시작도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떤 안 좋은 시기에 나를 망치던 나쁜 버릇을 벗어버리듯
이 학문이 말하는 모든 언어와 사상과 틀을 간과하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방법론적인 것들로 채워나가는 것이 백배는 이롭다 생각함
정식 학문으로 인정 못 받는 게 당연하고 또 다행이고 학생들이나 젊은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쉽다는 점에서 국가적 재난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