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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저울] 사과의 심리학

만남의광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8 04: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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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vop.co.kr/A00001606169.html


요즘 대권가도를 달리고 있는 두 유력 정치인들의 사과에 대해 말들이 많다. 이유야 어찌되었든 본인의 책임이니 고개 숙여 사죄를 표현하는 것이리라. 자신은 물론 주변인들에 대한 것까지 인터넷에 낱낱이 공개되고 사찰되는(?) 시대에 과거의 티끌만한 잘못조차 여론을 만들어내고 조작하는 픽션(fiction)의 사회를 목도하는 일이 입맛을 쓰게 만든다. 사과의 말에서조차 숨은 의도를 찾아내고 각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며 비틀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와 떨어져 살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일이요, 이치이다. 눈을 감는다고 보지 않을 수 없고 귀를 막는다고 듣지 않을 수 없다. 불의한 자가 권력을 탐한 후 무수한 씨알들의 생존을 위협하며 복종을 강요하기에 그냥 넘길 수만도 없기 때문이다.

26032014_NISI20211226_0018285079.jpg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코바나컨텐츠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1.12.26.ⓒ뉴시스

정치인들이 경험하는 딜레마를 ‘다중 관객의 딜레마(multiple audience dilemmas)’라고 한다. 상반되는 가치를 중시하는 두 유형의 관객 또는 대극적인 집단이 있을 때 어느 입장을 주장하기란 참으로 난감할 것이다. 각기 다른 이미지로 자신의 유능함을 제시하고 환심을 사야만 권력을 쟁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페미니즘이나 통일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했다고 하지만 요즘은 세대별로 지역별로 페미니즘과 통일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고 한다. 텔레비전 토론이나 인터넷 언론 등을 통해 생중계되는 토론의 장에서 후보들은 각기 다른 두 집단의 환심을 사기위해 자신이 지켜왔던 가치와 신념은 던져버린 채 자신을 반대하는 집단에게 ‘완화된’ 의견을 제시하며 표심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간혹 환심을 사기도 하지만 양쪽 모두에게 미움을 살 위험도 분명 존재한다. 그럴 때 자주 사용하는 것이 사과의 정치이다.

사과는 무엇을 잘못했을 때 상대에게 자신의 잘못과 그 잘못으로 인해 영향 받을 것을 사죄 하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사과하는 행위 자체를 중요시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사과의 말에 얼마나 진정성을 담았느냐를 중요시한다. 사과를 한다고 전부 용서받고 수용 받는 것도 아니다. 사과에 실패하는 대표적 유형 네 가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는 립서비스형이다. “제가 어떤 잘못을 했건 사과합니다”라고 말은 하지만 잘못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스스로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기에 피해자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조건부형이다. “만약~”, “~ 했더라면”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다. 미사여구를 사용하더라도 잘못의 주체와 피해자 사이에 거리감이 발생하면 사과는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세 번째는 수동형이다. “본의 아니게 잘못이 있을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으로 잘못한 주체는 사라지고 잘못한 행동만 표현한다. 이런 유체이탈(遺體離脫)식 표현은 잘못한 주체를 분명히 밝히지 않기에 피해자의 마음을 더 닫히게 만든다. 네 번째는 부정형이다. “나로 인해 피해를 입었다고 하니까~”라고 말하는 것으로 피해를 부정하는 것이다. 실상은 성폭행인데 이들에겐 잠시 스친 행위라고 사실 자체를 부정하고 의심하기에 진정성을 보이지 못한다.

실패하는 사과의 세 가지 유형
립서비스형, 조건부형, 수동형
제대로 된 사과는 잘못의 주체, 피해 당사자
개선방향을 분명히 담아야

제대로 된 사과가 이뤄지려면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잘못된 행위를 한 주체와 피해를 입은 당사자를 분명히 하고, 구체적인 행위를 적시하며, 향후 개선방향을 담는 것이다. 그런데 사과를 한 후 말도 없이 사라지고, 이후의 자리에서 그 사과의 의미를 묻는 사람에게 눈빛으로 레이저 광선을 쏜다면, 그가 과연 제대로 된 사과를 했다고 볼 수 있을까?

24063052_NISI20211124_0018188263.jpg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4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민생·개혁 입법 추진 간담회에서 “새로운 민주당으로 거듭나겠다”며 사죄의 절을 하고 있다. 2021.11.24.ⓒ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어느 철학자 말대로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다. 던져진 이상 살아가야만 하고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관계를 맺으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잘못한 일에 대해 사과하는 것은 새삼스러울 일도 아니다. 실상 사과의 본질은 잘못을 하지 않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데 의미가 있다. 우리는 앞으로도 사과의 정치학을 수없이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이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믿고 싶어 할 것이다. 그가 한 사과의 말이 그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헌법 제1조1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국민주권설을 강조하며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하고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그 말을 믿지 않는다. 이미 예전에도 그런 정치인들의 모습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것이 허구이고 진실인지 구분되지 않는 사회에서 제대로 사는 방법은 무엇일까? 허구가 허구인 줄 알고, 진실이 진실인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이 허구이며 진실인지 구분하지도 못한 채 ‘허구를 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국민주권설을 강조하며 주인 노릇을 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말을 정치 쇼처럼 내뱉는 정치인들을 눈 뜨고 바라보며 진실의 목소리를 요구하는 일은 여전히 우리 국민의 몫일 터이다. 그래야 거짓으로 주권자의 종이 되겠다는 자의 말에 속지 않고, 오히려 그를 다스릴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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