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최주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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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야구 경기 없는 월요일이었다.

두산 김용환 통역원은 최주환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외국인타자 지미 파레디스의 집에 한번 찾아가고 싶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월요일은 야구단의 공식 휴일이다. 김 통역원 또한 이날은 다른 일정이 있어 잠시 난감해하던 터에 최주환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나 혼자 가서 손짓 발짓으로라도 대화할 수 있다”며 홀로 길을 나섰다. 사실, 더욱 놀란 쪽은 파레디스였다. 최주환은 스프링캠프부터 빨리 친해진 두산 선수 중 한명이었지만, 집까지 찾아올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최주환과 파레디스의 첫번째 식사 자리가 그렇게 마련됐다.

지난 25일 밤, 잠실경기가 끝나고 인근의 모 패밀리 레스토랑. 두 남자는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이번에는 김 통역원도 함께 했다.

이번 식사는 파레디스가 답례하듯 초대한 자리였다. 2군행만 2차례, 뜻대로 되지 않는 시즌을 보내는 동안 벗이 돼준 최주환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어했다.

오지랖이라면 정말 박수받을 오지랖이다.

최주환은 야수층 두께로는 세계 수준인 두산의 ‘밀림’을 제대로 경험한 산증인이다. 2006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12년이 흐른 지난해에야 처음으로 규정타석을 채웠다. 대타로, 대주자로, 대수비로 1군의 부름을 받기를 수년을 보내고 비로소 주전 타이틀이 어색하지 않은 자리에 섰다. 자기 입지에 대한 불안감 속에 한 타석 그리고 1구에 초조해하는 동료의 심정을 가장 잘 안다.

굳이 휴일까지 활용해 파레디스를 찾은 것도 그 때문이었다. 최주환은 “파레디스가 메이저리그에서도 뛰었던 선수다. 내가 이런저런 조언을 해줄 입장은 전혀 안돼 꺼내지도 않는다. 다만 엄청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짐작만 한다”고 했다.

실제 2번째 식사 자리에서 나눈 얘기도 그랬다. 파레디스는 지난 24일 대전 한화전에서 수비에서 실책을 한 뒤 경기 도중 빠졌다.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며 글러브를 던지는 등 감정을 표출했다. 금세 자리로 돌아와 앉았지만, 더그아웃에는 긴장감이 돌 만했다. 최주환은 선수로서 그런 점이 때때로 필요한 것에 공감하면서도, 한국 문화 속에서 혹여 오해받을 수도 있다는 것을 조심스럽게 전했다. 일종의 친한 친구가 해주 수 있는 얘기였다. 실제 김태형 두산 감독 또한 선수가 기 죽어 있는 것보다는 넘치듯 적극성을 보이는 것을 선호하기도 해 파레디스의 행동에는 따로 반응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주환은 파레디스에게 방망이와 장갑 등까지 챙겨주는 걸로 전해진다. 파레디스는 지난 27일에는 자신은 선발라인업에서 빠지고도 최주환이 홈런을 치자 자신이 홈런을 친 것처럼 춤추듯 좋아했다.

올시즌 최주환은 팀내 타점 1위, 전체 3위(42개)에 오르는 등 각종 기록에서 외부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부에서도 “최주환 덕분”이라는 말이 종종 들린다. 지난주에는 신인투수 현도훈이 중간계투로 올라와 볼넷을 연이어 내주다 자기 페이스를 찾은 과정에 뒤에서 수비를 해주던 최주환의 한마디에서 힘을 얻었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른 팀 선수한테 물었더니 네 공 좋대. 자신 있게 던져.”

어쩌면 최주환만이 생생히 겪은 그 인고의 세월. 그 시간이 다른 가치로 피어나는 시즌이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