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국민학교 들어간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는 야구에 요만큼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야구란 아버지가 테레비를 독차지할 때 한참 보고있는 지루한 프로그램일뿐

원년OB광팬이셨던 울아부지는 OB가 한국시리즈에 진출하자 큰 결심을 하시곤

온 가족들을 데리고 잠실야구장으로 향하셨다

야구는 좋아하셨지만 먼 거리와 경제적 문제로 직접 야구장에 가본 적은 없으셨던

순진했던 울 아버지는 조금 일찍 가면 표를 살 수 있을거라 생각하셨지만

야구장에 도착하자 끝도없는 매표소 줄이 우리를 반길 뿐이었다

두시간 넘게 줄을 섰지만 당연하게도 한참 전에 매진이 되어서 들어가질 못했고

지나가던 암표상은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흥정을 했다

어쩔 수 없이 온 가족이 축 늘어진 어깨로 집에 돌아왔고

철없던 나와 내 동생은 암표를 사지 않기로 결정한 아버지를 원망했다

그 모습을 견딜 수 없었던 울아부지는 한국시리즈 최종전 전날 밤부터 매표소 앞에서 날밤을 새셨고

그날 이후로 나와 동생은 돡붕이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오늘 예매를 실패했다

좆켓베이 개새끼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