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계절에도 순위는 똑같았다. 봄을 보내며 여름을 향해가던 지난 5월 중순 전후로 두산은 팀 순위표 맨 윗자리를 지켰다. 다만 5월15일 기준으로 2위 SK와 1게임차만 간격을 보이고, 그 전에는 잠시 선두를 내주는 등 박빙의 순위싸움을 했다.

두산은 전반기 종착역에 이르러서는 사실상 독주 상태에 있다. 57승27패(0.679)로 승패 마진을 ‘+30’까지 늘려놓았다. 또 새로 바뀐 2위 팀 한화를 8게임차로 떨어뜨려놓고 있다. 

지난 봄의 두산은 신기한 레이스를 했다. 투타 어느 지표에서도 맨앞 자리에 서지 못했지만 선두에서는 밀려나지 않았다. 5월15일 기준으로 팀 평균자책은 4.87로 6위에 머물렀던 데다 팀타율은 2할9푼4리로 2위,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824로 3위권을 오르내렸다. 두산은 시즌 초반 그만큼 치열한 승부가 잦았다. 여러 불안 요소를 안고도, 그에 따른 1~2점 싸움을 승리로 이끌며 팀 승률을 유지했다.

두산이 봄과 다른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은, 기온 상승과 함께 투타 지표 따라올라왔기 때문이다. 장원준·유희관 등 토종 선발진이 아직은 제페이스를 만족스럽게 찾지 못하는 등 몇가지 아쉬움으로 마운드는 아직은 보완점이 필요해보인다. 그러나 다른 지표들이 워낙 튼튼한 덕분에 이 또한 크게 부각될 부분은 아니다.

두산은 5월16일 이후로는 팀 평균자책 4.55로 3위를 기록하며 각종 타격지표에서는 압도적인 수치를 내고 있다. 이 기간 팀타율이 3할2푼으로 단연 1위를 기록한 데다 OPS 역시 0.894로 1위를 마크했다. 또 이 기간 43경기를 치르며 301점을 얻어내 경기당 평균 7점을 얻었다. 같은 기간 44경기에서 162점만을 뽑아내 경기당 득점력(3.67점)이 가장 저조했던 NC에 두배 가까이 앞설 만큼 리그 내에서 차원 다른 야구를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교적 수월하게 잡아내는 경기도 늘어났다. 5월15일 이후로 43경기에서 30승을 거두는 동안 6점차 이상의 대승을 거둔 경기가 12차례나 된다. 체력 부담이 늘어나는 여름으로 접어들었지만, 피로가 가중되는 경기 횟수는 오히려 줄였다.

두산으로서는, 새 외국인타자 스캇 반슬라이크의 가세로 기대 요소도 더하고 있다. 반슬라이크는 지난 8일 잠실 삼성전에서 7번 지명타자로 첫 출전해 3타수 1안타 1타점의 무난한 데뷔전을 치렀다. 두산은 그간 시즌 첫 외국인타자 지미 파레디스의 치명적 부진으로 외국인타자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상태로 경기를 치른 터여서 향후 타선에 대한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두산은 개막 이후 84경기에서 57승을 따냈다. 지금 페이스를 그대로 유지해 144경기를 채울 경우, 97~98승까지 가능하다. 두산이 통합우승을 이룬 2016년 달성한 한 시즌 최다승 기록(93승)을 가볍게 넘어서는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