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현은 지난 7월말 무릎 연골 손상으로 수술대에 올라 한동안 치료에만 전념하다 이제 막 재활군 합류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올 시즌 1군 성적은 타율 1할6푼7리(24타수 4안타)다. 부상 전에도 두산의 견고한 야수진에서 자기 입지를 넓히지는 못했다. 두산 야수진은 울창한 숲과 같다. 외부 선수 중 누구라도 그 안에서 제길을 찾아가기 어려울 만큼 얽히고 설켜 빈틈이 없다.

대부분 구단은, 그런 두산 야구를 동경한다. 다각도로 닮고 싶어한다. 그러나 두산 야구를 따르는 것은 시작부터 쉬운 일은 아니다.

우선 두산이 어떤 야구를 하는지 선명히 개념화된 것을 찾기 어렵다. 흔히 두산 야구라 하면 새 자원이 샘솟듯 나오는 ‘화수분’부터 얘기한다. 다만 이는 현장과 구단의 움직임에 따른 결과에 대한 평가일뿐, 그 배경을 추적하자면 또 한번 모호함에 빠진다.

정작 두산 벤치에서는 어떤 야구를 하겠다는 선언하듯 내세우는 일이 거의 없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다른 구단의 여러 감독이 흔히 밝히듯 ‘선발야구’를 하겠다거나, ‘뛰는야구’를 하겠다거나 그게 아니면 구성원간 ‘소통야구’를 하겠다는 식의 얘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김 감독은 그때마다 상황론을 강조한다. 그때 그때 야구는 달라진다고.

사실, 함께 하는 코치들도 내부를 보는 시각이 조금씩 다르다. 한 코치는 “특정한 무엇을 하지 말라는 경우가 거의 없다. 머리를 기르지 말라든가, 어떤 생활적인 측면을 비롯한 작은 간섭은 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런지 외부에 보이는 것보다 자유로움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코치는 “적정 수준의 믿음의 야구 같다.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든데, 적당한 긴장감이 유지되면서도 선수들은 위축되지 않는다. 그게 경기력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취임 첫 해인 2015년 1월 인터뷰에서 “두산다운 야구를 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두산다움’이라면 끈기와 뚝심 같은 것인데, 이런 것들이 야구 스타일을 설명하는 구체적 개념은 되지 못한다.

김 감독이 그간 야구의 방향성으로 했던 얘기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선수 시절 경험을 토대로 꺼낸 것이었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선수 시절, 마스크를 쓰고 볼배합을 하자면 어떤 공에도 방망이가 자신있게 나올 것 같은 타자가 가장 힘들었다”며 “우리 선수들이, 또 우리 라인업이 그렇게 구성됐으면 한다”는 내용의 얘기를 했다.

두산은 최근 1~2년 사이 누가 봐도 진짜 그런 팀이 됐다. 어느 타순에서도 홈런을 나올 것 같은 그런 라인업을, 두산은 지금 갖추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방법을 찾자면 또 한번 여기저기서 답을 구해야 한다.

올 시즌 두산은 경쟁자 없이 골인지점을 향해 독주하고 있다. 앞서가는 마라토너의 체력과 정신력을 몇 마디로 정리하기 어렵듯 두산야구를 모방하는 방법을 찾기도 쉬운 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