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서울 도심을 달리던 배달 오토바이 운전자가 길가에서 택시를 잡으려던 행인을 치면서 운전자와 행인 모두 숨진 사건이 뒤늦게 알려졌다. 숨진 행인의 유족은 오토바이 운전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탓에 사고가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7일 서울 용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오전 1시쯤 용산구 청파동의 한 도로에서 오토바이가 택시를 잡던 60대 남성 A 씨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0대 오토바이 운전자 B 씨가 사망했다. A 씨도 사고 직후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 씨는 사고 당일 회식을 마친 뒤 인근의 한 교회 앞에서 택시를 잡다가 오토바이에 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일 새벽 사고 소식을 접한 A 씨의 아내는 “가해 차량은 뒤쪽에 배달 가방이 부착된 배달용 오토바이였다”며 “CCTV를 확인해 보니 오토바이 운전자는 휴대전화를 보면서 전방 주시를 하지 않았고, 과속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경찰 관계자는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면서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할 예정”이라며 “사고 원인에 관해서는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도로교통법에 따라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고, 적발되면 벌점 15점과 7만 원 이하의 범칙금(승용차 6만 원, 이륜차 4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실제로 분초를 다투며 ‘콜’을 잡고 동시에 배달을 해야 하는 배달기사 일부는 이를 아랑곳하지 않고 주행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교통사고 19만8296건 가운데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전방 주시 태만 등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이 11만868건으로 약 55.9%에 해당했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조사한 운전 중 스마트기기 미사용 준수율은 2022년 58.23%에서 지난해 61.07%로 소폭 상승했지만, 2020년(64.08%)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김경한 법무법인 위드로 변호사는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주의력 분산이 음주운전보다 심각하다는 보고도 있다”며 “한순간이라도 주의를 놓치면 판단력이 흐려져 사고 위험이 매우 커진다”고 말했다. 최재원 한국도로교통공단 교수는 “교통사고를 예방하려면 전방 주시가 가장 중요한데, 휴대전화를 조작하거나 영상 등을 보다가 사고가 나는 사례가 많다”며 “현행 규정의 2~3배 수준으로 처벌 수위를 상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