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전자공학과임

재수해서 들어왔고 27살임

올해만 버티면 끝이긴 한데

공부 다 손 놓고 국장 떨어져서 230만원 쌩으로 내니까 현타와서 써봄

처음에는 정말 대학원도 가서 꿈꾸던 공학자 되고싶었고

연구원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었음

근데 막상 대학 와보니까 중고딩때 공부랑 너무 다르더라

모르겠음, 나는 대학공부처럼 답이 없는 방목형 공부는 못하겠더라

잘 짜여진 커리큘럼과 자료가 제공되는 그런 공부에만 익숙해져 있어서 그런가

전공책 뒤져보면서 고뇌하는 그런 것들이 너무 힘들었음

솔직히 열심히 했음. 근데 1학년때는 3.1 3.2 나오더라?

나는 이해가 안됐음. 분명히 남들 놀때 공부 했고, 복습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존나 열심히 한 과목이 B0 나오는거 보고 진짜 현타가 좀 많이 왔었음

거기다가 당시에 몇가지 상황 겹치다보니 우울증걸려서 알콜중독에 군대로 도피하고 뭐 군대에서도 현부심하고 좀 사건이 많았음

각설하고 1년 휴학하면서 좀 쉬다가 다시 복학하고 열심히 했음

진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함.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음

근데 교양과목들이나 일반선택 과목은 A+나왔는데 전공은 죄다 B0 C+, 제일 잘받은게 A0 하나 겨우 건짐

그래서 2학년 1,2학기 3.4 3.6

3학년 1학기 2.77 나옴

교양 다 듣고 일선 다 듣고 전공과목만 보기 시작하니까 평점 걸레짝 되더라

현타 존나오고 재미도 없더라

2학기 되어서는 걍 손놓아버림. 학점 2.33나옴

이거 뭐 노력해봤자 복구도 안될것같고 복구 해봤자 취업도 안될거같고

그냥 9급 기술직 준비중임. 통신쪽 기사 필기 합격해서 실기도 준비할려고

그냥 좀 그런 생각이 든다

중딩때 마이스터고 갈까 고민했을 때 갔으면 좀 달랐을까

수능때 한문제만 더 맞춰서 다른 과 갔으면 좀 달랐을까

그냥 1학년때 자퇴하고 다른 길 찾았으면 달랐을까

반수해서 육사 붙었을때 갔으면 달랐을까

이제와서 곱씹어봐야 다 의미없겠지만

그냥 대학교 다니면서 다른 사람들은 희망도 얻고 꿈도 얻고 추억도 얻고 좋은 경험도 얻던데

나는 5년동안 자기자신에 대한 실망, 환멸만 경험한 것 같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