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281
2편 : https://gall.dcinside.com/fakearmy/330296
상붕이에게 두갈래 길이 있다.
어쩌라고 씨발련들아 ㅋㅋ
어차피 1년 6개월만 보는 새끼들인데 앗싸리 나도 좆대로 해야지
(폐급 루트)
전화위복..
기필코 구겨진 내 이미지를 만회하고 만다 씨발
(에이스 루트)
모로 가든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듯, 어떤 루트를 선택해도 국방부 시계는 흘러가고 전역날은 무조건 온다.
그렇지만...
불안감이 들었다.
폐급 루트를 밟는다면 앞으로 남은 내 인생도 폐급으로 살 것 같은, 그런 불안감이.
심사숙고 끝에 답을 내렸다.
상붕이, 본인은...
"에이스"로 살겠다
(대대에서 복귀한 동머장)
어라, 이새끼들?
동대 분위기가 왜 이리 우중충해~
여자한테 차였냐?
다들 별일 없었지?
※ 3사 출신이라 그런지 여자 얘기에 환장함.
ㅖ~ 아주 평화롭습니다~ (찌릿)
(그래.. 그렇게 쏘아봐라..
실망이 크면 클수록 돌아오는 인정도 클 거니까..)
왕병장 이새끼는 또~~~~ 잠수 탔네
하여튼 말년이라고 삐딱선 존나 타요
지 혼자 민간인이야 아주.
내가 이 새끼 이거 언젠간 갈아마셔야 하는데.
상붕이는 적응 다 했고?^^
예.. 선임분들이 다 좋으신 분들이라..
...적응은 잘한 거 같던데요 ㅋ
(첫날부터 동대장 소파에서 꿀잠 잘 정도로^^)
ㅇㅋ 다들 퇴근하고 꺼져
9시 저녁 점호 잘 하고~
집으로 가는 길이 그렇게 멀었던 적은 처음이었다.
마치 물속에서 걷는 것처럼 한걸음 한걸음이 무거웠다.
그러나 상붕이는 좌절하지 않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 하기로 마음 먹었으니까...
첫 번째는 국동체였다.
상갤 념글을 천천히 정독하고 B동대 심슨에게 전화로 물어보며 기본적인 업무를 숙지했다.
다행히 국동체는 중학생 수준이라 다루기 쉬웠다.
보류업무가 까다롭긴 했지만 깜지를 쓰고, 외우고, 다시 쓰고, 부딪히면서 마스터했다.
※ 엔젤머장이라 이상한 건 안 시키고 기본적인 것만 했다.
허드렛일도 다 했다.
물론 짬찌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래봤자 청소나 커피 심부름, 파쇄기 종이통 비우기, 마대 버리기, 서류철 정리 같은 개잡무였지만
눈에 들기 위해서 열심히 했다
끝으로, 롤을 시작했다.
상붕이는 18년도 당시에 롤을 하지 않았는데 이때 처음으로 롤 아이디를 만들었다.
왜 갑자기 롤 얘기냐고?
이새끼들은 롤 얘기만 했다. 하루종일.
어떻게든 그들의 대화에 껴보려는, 상붕이의 갖은 노력이었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기회는 예고 없이 찾아왔다.
마치...... 선물처럼.
야 작계 + 동미참 2차 보충 인편 뽑아놨다
2주일 안에 싹 돌려라
돌리고 나면 회식이나 하자고.
신병도 왔으니까 ㅋ
※ 2차 보충 = 지금의 3차 보충 (3차 맞나?)
몇 장입니까?
한.. 80장에서 100장 될걸? (중복 예비군 포함)
좆뺑이 쳐라 새끼들아 ㅋㅋ
아.. 좆같네..
인편은 동대 밖으로 나가 피시방을 갈 수 있는 정당한 구실이었지만, 어쨌거나 좆같고 귀찮은 작업은 맞았다.
그리고.
맞맞선임의 반응을 보며 상붕이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건 기회야..
선임들한테 깊은 인상을 남겨 주는 거야
상붕이 넌 할 수 있어..)
동머장이 방으로 들어가자마자 거침없이 말했다.
그.. 이건 제가 다 돌리겠습니다!
?
개소리 하지 말고. 이거 너 혼자 못 돌려.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습니다
매도 미리 맞는 게 낫다고 하잖습니까..?
제가 해보겠습니다..
ㅋㅋ야.. 네가 뭔 생각 하는지 알겠는데 그거 객기야, 객기.
가뜩이나 2차 보충이면 문제 있는 놈들만 있을텐데
야 됐어. 그냥 하라 해. 지가 하고 싶다는데.
그렇게 인편 80장~100장을 전부 상붕이가 떠맡았다.
이 선택은 양날의 검이다.
성공하면 에이스, 실패하면 폐급.
앞으로의 동대 생활을 영원히 결정지을 게 분명했다.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
희대의 악수인가, 신의 한수인가.
모든 것은 상붕이의 손에 달렸다.
아침일과를 마치고 예비군 한명 한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ㄹㅇ로다가 하루종일 전화만 했다.
자동응답기 마냥 똑같은 말만 반복했다.
안녕하십니까, XXX 선배님. A동대에서 전화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다행히 동대로 친히 와주시는 엔젤슨배님들이 많아서 작업은 무탈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때.
청천벽력 같은 소리가 떨어졌다.
(야구 경기를 보며 불법토토 중)
에라이 씨발..
CC사바시아 애미뒤진 기름손 새끼
어떻게 3이닝 3실점을 하지?
이새끼 때문에 대체 얼마를 날린 거야
※ 당시 2018 메이저리그 포스트시즌 중이었다.
..야 신병아
통지서 보면 최형배라고 있지?
그 형님 연산XX파 식구다
나도 겨우겨우 사정해서 돌리는 인간인데
전화 넣을 거면 욕 씨게 먹을 각오는 해
아니면 그 양반은 내가 대신 돌려주고.
(아 씨발..
강남에서 태어나지 못한 게 천추의 한이다..
이 촌구석은 왜 이렇게 건달조폭이 많아?)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상붕이는 긴장을 누그러트리고, 최형배 예비군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A동대에서 전화 드렸습니다. 다름이 아니고 최형배 선배님께서 예비군 훈련 2차 보충 통지서가 나오셔서 연락을...
(구수한 개쌍도 사투리로)
야이 씨발자슥아 개자슥아 조자새끼야 글베이새끼야
누가 햄한테 전화하라노
확 씨발 뺨아리 걷어 올리뿔라
또 전화하면 찾아가서 갖다 처발라뿐다 니
뚝.
충격이었다.
온몸이 마비가 된 것처럼 경직됐다.
도저히 정상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안 될 것 같은 인간이었다.
말투로나 기세로나 진짜 건달이 맞았다.
다시 전화하면 찾아와서 상붕이를 존나 팰 것 같았다.
(어떡하지.. 난 절박한데..
진짜 돌아버리겠네..)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상붕이는 마라톤 회의 끝에 최형배 예비군에게 문자를 넣기로 결정한다.
[WEB발신]
너는나를존중해야한다
나는39사단11생활관분대장훈련병출신이며
A동대의차기에이스가될신병이다
...는 당연히 아니고
ㅇㅇㅇ 선배님. 제가 갓 전입온 지 얼마 안된 신병이라 실수를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배님. 제가 선배님께 2차 보충 통지서 사인을 받아야만 합니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한 번만 찾아뵐 수 있게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어디든, 몇시든 제가 가겠습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선배님.
대충 이런식으로 공손하게 보냈던 것 같다.
문자 전송 버튼을 누르고 숨을 고르고 있을 때.
띠링-
곧바로 문자가 돌아왔다.
인마 이거 어디 아프나?
알았다 햄이 낼 중대 찾아가줄게 ㅋㅋ
(...어라?
말이 좀 애매한데..?
화가 나서 온다는 건지 사인하러 온다는 건지..
찾아와서 나 두들겨 패는 거 아니겠지?
에이.. 설마..)
다음 날이 되고
계단을 올라오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불안했다.
마, 햄한테 문자 보낸 새끼 누고?
-(뭐야 씨발..)
-(와..)
(당황)
어어..? 형배 행님... 반갑습니다!
여긴 어쩐 일로..?
홍어좆빠는 소리 하지 말고 ㅋㅋ
내한테 문자 보낸 놈 누고?
(내 인생.. 좆됐구나..)
이병.. 최상붕.. 저, 저, 접니다..
일순간, 동대가 조용해졌다.
최형배 예비군이 뚜벅뚜벅 걸어왔다.
2018년 10월 초.
이병 최상붕.
건달을 예비군 동대로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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