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약하기 그지없는 어린아이의 몸뚱이로 나는 빛 한 점 들지 않는 비밀스러운 장소에서

10년간 나는 온갖 것들을 배웠다. 호신술은 기본에, 암살을 위한 은신술, 독 제조법, 검과 창을 비롯한 무기술, 대륙에 퍼져 있는 언어들을 총망라한 공부, 그 외에 실생활에서는 쓰이지 않을 살벌한 잡기술 등등. 일개 집사가 지닌다기엔 과한 것들이었다.

마중 나온 사용인은 나에게 집사복을 지급한 뒤 가문 내에서 지켜야할 규칙을 알려주었고, 혈족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도록 지시했다.

그러던 와중, 최근─ 그러니까 반 년 전이었다. 지금까지 나와 별 말도 나눈 적 없었던 집사장이 돌연 나를 호출한 것이다.

설마 어젯밤 정원 관리를 째고 노닥거린 것이 발각당한 건가, 하며 노심초사하고 있는 나에게 집사장은 의외로 꾸중이 아니라 상상도 못한 말을 꺼냈다.

-오늘부터 반 년간 머리카락을 기르고, 저택 밖으로 외출하는 일을 자제하거라.

“이걸요?”

“그래. 확인할 것이 있으니 어서 입도록 하게.”

나는 황망한 얼굴로 집사장이 내민 옷꾸러미를 내려다보았다. 정말로 이걸 입으라고? 아무거나 집히는 것을 하나 집어들며 어이가 없다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여성복이지 않습니까?”

“아리야 아가씨가 이번에 열다섯 살이 되면서 세이비어 세이비어 아카데미로 가게 되었네.”

“조슈아, 자네는 몰락한 가문의 마지막 남은 여성후계자라는 위장신분으로아리야를 보필해줘야겠어.”

이글이어떤작품의영향을받은거같냐고 딱물어봐 ㄹ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