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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개많음) 레뷰 감상 잡썰 업뎃버전앱에서 작성

역정사각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2.18 17:28:53
조회 288 추천 5 댓글 13
														

a14320aa2216712b90465a5fd25cc0ed3b4ea9db196b25dce61f2a83fad46a6b2dd8f52511fe124566a68417aac5be

지난주에 올린 글에서 내용을 더 추가하고 일부 앞뒤 맥락이 맞지 않는 문단을 수정하고 큰 벽돌을 작은 벽돌로 다시 나눈 버전

어차피 내용은 크게 달라진 점이 없어서 전에 올린거 읽엇다면 걍 스킵해도 상관없으니까 설리라도 달아줘요

스포일러 없는 세줄 요약도 똑같음

근데 여전히 문단은 두꺼움

역시 스포일러 없이는 레뷰신극에 대해 단 한마디도 못하는 만큼 걍 스포일러 천지라 나는 스포일러가 두렵지 않다는 사람이라면 봐도 상관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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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것부터 밝히고 시작하고 싶다. 필자는 레뷰스타 혹은 레뷰 신극에 관한 서사와 미장센의 텍스트적인 해석에는 별 관심이 없다. 내내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만든 점은 오직 감독 후루카와 토모히로가 레뷰의 전체적인 서사를 찍는 방법을 어떻게 가능하게 만들었느냐이다. 다시 말하면 새로운 방법이 애니메이션에 도착한 것이다. 물론 새로운 영화는 아니다.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수없이도 많은 리스트를 나열 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나는 대로 열거하자면 토이스토리 2에서 카우보이 인형 제시가 자신이 버려진 이야기를 우디에게 할 때 독백하듯이 부르던 음악은 어떤가. 겨울왕국 시리즈에서 엘사가 독창하는 렛잇고는 또 어떤가. 일단 생각나는 인상으로 뮤지컬의 전통인 MGM 뮤지컬의 방식처럼 뮤지컬 애니메이션을 그렇게 찍어나가고 있을 때 레뷰스타는 갑자기 도착했다.

감독 후루카와 토모히로가 도착하기까지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면서 시작하고 싶다. 1981년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이 사주신 책과 함께 영화(짓소지 아키오, 스즈키 세이준, 신도 가네토, 오카모토 기하치, 그리고 특히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들)와 애니메이션(물론 오시이 마모루와 안노 히데아키의 작품들)에 완전히 심취한 후루카와는 2006에 나루토 애니메이션 원화가를 거치며 실력을 쌓는 중에 애니메이션 감독 이가라시 타쿠야가 연출한 두 사람은 프리큐어 8화를 보고 매료되어 이를 그대로 따라그리며 콘티 연습을 했다고 한다. 이가라시 타쿠야가 참여한 애니메이션을 쫒아가면서 보다가 세일러문에 도착한 후루카와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삼은 감독은 애니메이션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였다. 후루카와는 2011년 여름에 방영된 이쿠하라의 14년 만의 복귀작 돌아가는 펭귄드럼에 참여하며 그의 제자로 들어갔고, 그 때부터 자신의 커리어를 시작했다. 감독 이쿠하라 쿠니히코. 테라야마 슈지의 영화를 보고 그의 극단으로 들어가려고까지 했던 사람. 소녀혁명 우테나라는 괴작을 테라야마 슈지의 영화에서 음악작업을 맡은 J.A 시저를 음악감독으로 삼아 찍은 애니메이션 감독. 뒤이어 발표한 돌아가는 펭귄드럼에서 2011년에 등장한 애니메이션들이 모두 하지 못한 질문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애니메이션이었다. 16년 전의 1995년 옴진리교의 사린사건으로 다시 되돌아가서 그 다음 세대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는 질문을 오싹하게 던지는 애니메이션. 이 때 리얼리티 안으로 침범해서 들어오는 환상은 각자 등장인물들이 마치 운명과도 같이 계속 되돌아오는 질문을 필사적으로 피하고 싶어서 만들어내는 과장된 미장센일 것이다. 후루카와는 그 점을 스승이자 감독인 이쿠하라 밑에서 배워왔을 것이다.

위와 같은 내용에 대해서는 필자보다도 더 자세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것이니 거두절미하고 바로 레뷰 신극 안으로 들어가 보자. 첫 번째, 레뷰 신극의 전체적인 서사를 모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두 번째, 다만 등장하는 인물들의 제스처와 디테일의 맥락을 알고자 한다면 3년 전인 2018년에 공개된 12화로 이루어진 TV 애니메이션인 레뷰스타를 보지 않고서는 절대 설명이 불가능하다. 다만 일부 디테일을 생략하고 오로지 주인공 듀오만의 감정에 집중해서 극장 상영 포맷인 2시간으로 재편집한 극장판: 재생산 총집편 소녀☆가극 레뷰 스타라이트 론도 론도 론도(이하 론도)가 2020년 8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바 있다. 물론 극장 상영용으로 재편집한 만큼 추가 컷이 포함되어있고 화면비를 2.39:1인 시네마스코프로 모든 장면을 다시 바꾸었다. 전체적인 서사는 큰 차이가 없지만 맥락과 리듬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추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대략적인 줄거리. 세이쇼 음악학원에 카구라 히카리가 전학을 오고, 주인공인 아이죠 카렌은 갑자기 도쿄타워에서 카구라 히카리가 자신은 떠밀어 추락하는 꿈을 꾼다. 기다렸다는 듯이 학원 지하의 무대에서 기린의 오디션이 시작한다. 오디션에서 사용하는 극은 (가상의 극인) 스타라이트. 아이죠 카렌은 전학온 소꿉친구 카구라 히카리를 찾으러 학원을 돌아다니다 이상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오디션에 난입한다. 그 때부터 레뷰스타는 추락하는 이미지에서 재생산되는 이미지로 이행하는 편집 리듬을 따라서 8명의 소녀들이 카렌의 오디션에서 맞붙게 된다. 모두 승리해서 해피엔딩으로 끝났다면 레뷰스타도 여기서 멈췄을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카구라 히카리와 아이죠 카렌이 작중 시점으로부터 12년 전에 했던 약속이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되돌아오고 있는 서사의 구조이다. 12년 전의 약속의 정체를 절대 입 밖으로 꺼낼 수는 없지만 같이 스타라이트를 하자는 내용을 운명이라고 약속을 한 만큼 이 들은 이를 무조건 행해야한다. 마치 그리스 비극과도 같이 이 약속이 서로를 계속 레뷰라는 오디션 안으로 밀어 넣어 빠져나갈 수 없는 늪처럼 가라앉게 만들고 있었다.

하여튼 레뷰라는 극이 레뷰스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야기를 안 꺼낼 수가 없다. 레뷰스타에서 말하는 레뷰는 극 스타라이트의 장 일부를 재연하는 과정을 뮤지컬로 재구성한 오디션이다. 하지만 우리가 대부분 볼 수 있는 장면은 두 가지의 이미지일 것이다. 먼저 노래하고 춤추는 소녀들의 모습이 아닌 검과 활 혹은 창, 레이스를 들고 상대방의 겉옷을 뜯어내기 위해 죽일 듯이 달려들어 싸우는 이미지. 그 밖에 다른 장면으로는 정말 소녀들이 재연하는 극 중의 장 일부를 뮤지컬로 재해석하는 이미지이다. 레뷰스타는 오디션에서 선보이는 레뷰를 찍을 때 둘 사이를 마치 어떤 이미지도 정해놓지 않았다는 듯이 계속 오가는 편집을 보여준다. 첫 번째 질문, 정말 오디션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은 뮤지컬이 맞는가. 정말 상대방을 죽일 듯이 무기를 들고 베고 있는데 이를 소녀들의 시선으로 덮어씌우기 위한 환상의 이미지로 뮤지컬이라는 장르로 둘러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두 번째 질문. 반대로 생각해서 소녀들이 뮤지컬을 통해 노래를 부르는 행위의 감정이 마치 상대방의 겉옷을 뜯어내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는 이미지로 바꿔치기 한 것이라면? 하여튼 레뷰의 시작과 끝을 소녀들이 춤추고 노래하는 숏에서 시작하였으니 관객들이 보기에는 필사적으로 연기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싸우는 장면을 통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둘 사이의 간극에서 감독인 후루카와는 두 가지 이미지에 대한 우위를 정해놓지 않고 마치 평행편집을 하듯이 레뷰를 찍고 있었다. 마치 어떤 이미지가 실존적으로 우위에 있지라도 않는다는 듯이 레뷰를 진행하는 학원 지하의 무대는 레뷰가 시작하면 끊임없이 동선이 복잡해지고, 그 크기가 점점 넓어지고, 높이를 점점 키워가기를 망설이지 않는다. 마치 카렌을 상대하여 오디션에 참여한 8명의 소녀들의 서로 다른 각자의 내면을 무대의 스펙타클로 찍고 있다는 듯한 미장-스펙타클과 같은 화면. 8개의 레뷰가 모두 성질이 하나하나 다 다른 만큼 어떤 식으로 읽어도 상관없다는 듯이 열어두었다. 이런 촬영의 효과로 인해 카렌과의 오디션을 거친 소녀들은 카렌을 경유하여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서 마치 투명하게 바라보고 이에 대한 답을 각자의 방식으로 찾아낸다.

다음으로 레뷰를 보면서 관객들이 느낄 수 있을 점은 레뷰에 올라가는 소녀들 모두가 연기를 하고 있지만 그 연기 속에서 각자의 진심이 투영된 것 같이 보인다는 점이다.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듣게 만든다는 문제는 정말 어려운 일이다. 최근의 영화들은 이를 관객이 듣게 만드는 대신 관객이 듣는 문제로 넘어가기 시작했다. 후루카와는 이런 문제를 카렌을 포함한 9명 각자 개인적인 서사의 드라마를 찍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레뷰스타의 전체적인 서사가 가지고 있는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레뷰스타의 드라마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지점들이 있다면 그건 레뷰스타의 서사가 아닌 오디션에 참여하는 소녀들 각자 개인적인 드라마가 레뷰 안에서 끊임없이 충돌할 수 밖에 없는 순간들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이러한 방법으로 차 안에서 무려 16분 동안 카메라를 밀어넣고 찍은 영화를 가장 최근에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찍어서 2021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게 해준 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공교롭게도 하마구치 류스케와 후루카와 토모히로는 비슷한 동년배의 감독들이다.) 배우이자 연극 감독이면서 갑작스럽게 아내 오토를 잃은 가후쿠도, 오토를 존경하면서도 한때는 오토와 불륜 관계에 있었던 배우 다카츠키도, 가후쿠를 히로시마 연극제 리허설 현장으로 계속 차에 태워 몰고 이동하는 드라이버 미사키도 모두 어떤 사람인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왜 이렇게 진심을 다할 정도로 절박하게 보이는 이유는 각자 개인의 서사 속에 있는 드라마를 영화가 찍고 있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의 신비로운 효과로 인해 가후쿠가 미사키에게 히로시마에서 출발해서 삿포로에 있는 미사키의 고향까지 운전해서 데려가달라는 정신나간 부탁을 했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후쿠의 진심이 화면에 보이는 듯한 착각이 생겨난다. 레뷰스타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9명의 소녀 각자가 가지고 있는 서로 다른 개인의 서사 속에서 발생하는 드라마가 레뷰를 더욱 신비롭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이 후루카와의 감독으로써 훌륭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레뷰가 개연 되는 시점에서 히카리는 오디션에서 패배하고 모든 것을 빼앗긴 상황을 이후로도 막기 위해 자신을 레뷰의 우승자로 만든 뒤 자신의 존재를 삭제시켜버린다. 우승자를 삭제시키면 이후의 오디션은 더 이상 진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학원에서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린 히카리를 7개월 동안 기다리는 마지막 12화에서 카렌은 극 스타라이트를 다르게 해석한 판본을 들고 시시포스와 같은 형벌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히카리를 데리러오기 위하여 도쿄타워를 무대로 경유하여 다시 12년 전의 약속을 통해 스타라이트를 재연한다. 어느 누구도 희생하지 않는 결말. 혹은 희생하는 자리에 간 사람을 신격화하지 않고 끝까지 인간이라는 점을 믿게 만드는 각자 개인의 드라마. 마마마는 세계를 내기에 걸고 마법소녀들의 감정 사이를 오가며 게임을 벌이듯이 진행한 드라마를 한 순간의 희생을 통해 카나메 마도카를 숭고한 자리로 옮겨놓는 것에서 멈추었지만 레뷰는 사람이 다시 사람의 자리로 끌어오는 곳까지 더 밀고 나아간 셈이다. 레뷰스타에서 이 순간에 갑자기 화면비가 2.39:1로 변하는 그 순간은 무대라고 비유되는 삶에서 살아간다는 질문에 대한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반문이 뒤 따를 수 밖에 없는 결말. 배우를 무대 위로 다시 끌어올려 극을 상연했지만 둘 만이 서 있는 무대 위의 연극이 평생 상연되는 것이 가능한가. 질문을 다르게 해보자. 무대가 정말 종영된다는 사건과 마주하게 되면 소녀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레뷰스타에서 정말 이상한 점은 8명의 소녀들 모두 카렌을 경유하여 마치 내면이 투명하게 보이는 듯이 어떤 사람인지는 알겠지만, 카렌은 도무지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모른다는 점이다. 12년 전에 히카리와 도쿄타워 밑에서 약속을 했지만 운명이 되버린 맥락은 12화 내내 카렌이, 혹은 히카리도 이를 밝힐 생각 조차 없다.

후루카와도 이런 문제를 분명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둘만의 운명의 무대 상연 이후에 바로 끝나버린 레뷰스타를 재편집한 론도론도론도를 2020년에 극장용으로 재편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화면비를 모두 1.85:1에서 2.39:1로 다시 바꾸고, 기린과 다이바 나나의 학원 지하 무대에서의 대화인지 연극인지 알 수 없어 마치  독백을 하는 듯한 대사를 레뷰스타의 장을 7개로 나누어 설명하듯이 밀어 넣었다. 화면이 위아래로 좁아지자 거대한 높이를 자랑하듯이 히카리와 카렌이 운명을 약속한 장소인 도쿄타워는 좁아진 높이만큼 위아래가 잘려나가 불안정한 구도처럼 화면에 담기고 있었다. 거기다가 1.85:1의 화면에 정확한 크기에 들어가 있는 소녀들의 얼굴이 2.39:1의 화면 비율로 인해 잘려가나면서 투명하게 보일 것만 같았던 각자의 내면이 마치 불안정한 구도로 화면에서 노이즈를 일으키고 있었다. 마치 일부러 구도의 에러처럼 찍어놓은 장면들. 카렌이 재생산한 운명의 레뷰의 상연이 끝나도 다이바 나나는 수없는 재상연 끝에 무대소녀의 죽음을 보았다고 독백하듯이 대사를 한다. 론도론도론도는 결국 자신을 무대소녀라고 부르는 소녀들이 마주할 죽음에 대한 각자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찍고 있었다. 무대소녀를 마치 마법소녀에서 마법을 무대로 바꿨을 때와 같은 용어. 소녀들은 자신을 배우라고 지칭하는 대신 무대소녀라고 지칭하고 있었다. 그 무대소녀가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운명. 배우라는 상징의 죽음이 아닌 삶이라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인간의 죽음. 마지막으로 이걸 집고 넘어가자. 배우가 극중에서 죽는다는 것은 가짜로 죽는 것이다. 이걸 관객들도 모두 알고 있지만 거짓으로 죽는 행위를 진짜로 죽는 행위로 받아들일 뿐이다. 그 행위에 대하여 관객들은 배우에게 박수를 아낌없이 보낸다. 하지만 배우가 한 명의 인간으로써 자신의 삶에서 죽는다는 문제는 극이라는 타자의 삶에서 죽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될 것이다. 레뷰 신극은 그 질문에 다다르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린 영화다.

우선 레뷰 신극에 대한 전체적인 서사를 다루지는 않는 대신 시간순을 따라 일부 특정한 장면만 건드려가며 진행할 생각이다. 먼저 첫번째 시퀀스. 정지화면처럼 있는 토마토가 터지면서 시작하는 영화. 마치 토마토의 폭발이라는 운동은 신호삼아 히카리와 카렌이 약속한 장소인 도쿄타워가 산산조각 나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히카리가 자기 손으로 때려부수는 도쿄타워의 맥락을 관객들은 아직 모른다. 그걸 알기 위해서는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을 한참 우회하고 나서야 비로소 마주보게 될 것이다. 하여튼 오프닝 시퀀스에서 관객들이 볼 수 있는 것은 산산히 부서지는 도쿄타워의 이미지와 마치 이를 비유하듯이 보여주는 히카리와 카렌의 구도를 찍은 이미지, 단 두 개 뿐이다. 적어도 두 개의 이미지로 알 수 있는 것은 시작부터 레뷰스타를 때려 부수면서 영화를 진행하겠다는 선언이다. 그 선언으로부터의 질문까지 영화는 끝까지 밀고 나갈 것이다.

세이쇼 음악학원 99기인 9명의 소녀들은 이제 101기를 받고 마지막 스타라이트 상연을 앞두고 있다. 학원에서의 마지막 상연이 끝나면 이들은 모두 어디로 가야하는가. 그 질문의 중심에 졸업 후 지망서를 백지로 제출한 아이죠 카렌이 있다. 카렌 뿐만이 아니라 학원에 있는 8명의 소녀들 모두 다 같은 질문을 안고 있다. 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화면이 선생님과의 면담을 시작하는 씬 맨 앞에 학원 졸업생 사진으로부터 시작하는 숏이다. 각자의 면담을 독립적으로 나누어 마치 순서를 뒤바꾸어 편집을 해도 상관 없다는 듯 시작하는 영화. 모두 개인적인 문제임에 다름없을 것이다. 하지만 질문의 중심에서 완전히 바깥에 있다는 듯이 카구라 히카리는 9명의 소녀들 중에서 유일하게 학원에 자퇴서를 내고 영국으로 되돌아갔다. 레뷰스타에서 카구라 히카리가 학원에 도착하자 서로 어긋나있던 기계장치들이 정확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듯이 영화는 마치 반대로 뒤집어있는 동선을 그냥 제시한 후에 다짜고짜 영화를 시작시킨다.히카리가 어떤 이유도 남기지 않은채 학원을 그냥 떠나버렸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은 자퇴서를 보는 선생님의 리액션이다. 선생님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 아니 그냥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그렇기에 질문이 곧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갈 것이다.

이때 각자의 방식으로 문제를 떠안고 있는 9명의 소녀들을 하나의 공간에 있는 것처럼 묶어놓는 대사는 학원에서 리허설을 하던 극의 대사 “미안하다 벗이여. 나는 가야만 한단 말이다.”이다. 대사를 말하면 일본과 영국이라는 기나긴 거리를 하나둘씩 채워나가기라도 하듯 히카리와 카렌의 12년 전 약속의 맥락에 대한 플래시백이 침투하듯이 들어올 것이다.

9명을 전부 분리 시킨 채로 각자의 드라마를 진행하던 영화가 한 순간에 하나의 질문과 마주하는 순간은 영화가 시작하고 약 25분 지점에서 다이바 나나가 지하철을 앞으로 상연할 극인 wi(l)d-screen baroque의 무대로 개연한 씬일 것이다. 오디션의 시작을 알리는 듯이 기린이 도쿄 한복판에서 개연을 선언하면 wi(l)d-screen baroque는 그냥 말 그대로 상연된다. 레뷰스타처럼 2.39:1 비율의 스크린을 가로지르며 지하철의 무대가 운동하고 있고, 무대는 계속 확장되어나가며, 다이바 나나는 앞뒤로 기나긴 무대를 마치 끝에 도달했다는 듯이 모두를 등지며 가로지르며 몰살의 레뷰를 시작한다.

이 장면을 관객들이 단 하나의 웃음기 없이 볼 수 밖에 없는 점은 몰살의 레뷰가 시작할 때 밀어넣은 단 두개의 숏 때문일 것이다. 나나가 연기를 하기 직전 레뷰에서 사용되는 음악이 흘러나오지만 이 음악이 영화 바깥에서 들리는게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듯 스피커와 우퍼가 운동하는 지하철 옆에 멈춰서는 숏을 밀어넣었다. 현장에서 만들어나가는 무대니까 그럴 수 있다 치자. 이 레뷰가 그냥 하는 레뷰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숏은 단 두 개. 어떤 감정도 없이 7명의 무대소녀들을 바라보는 나나의 클로즈업된 눈을 찍으면 그 다음으로 몰살의 레뷰의 리듬에 맞추어 발을 구르는 나나의 움직이는 발을 클로즈업해서 찍은 숏이 바로 붙어있다. 무대라는 장소와 현장이라는 장소사이의 간극을 순식간에 좁혀버리는 긴장감이 발생하는 효과로 wi(l)d-screen baroque는 그냥 그대로 시작할 수 있던 것이다. 관객들은 두 숏으로 단박에 어떤 상황인지 알지만 그걸 모르는 유일한 인물들은 지하철에 타고 있던 7명의 소녀들 뿐이다. 질문을 올바른 장소에서 해야 할 것이다.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 그녀들은 무대 위로 올라와야 할 것이다. 다이바 나나의 질문. “열차는 반드시 다음 역으로 향하지. 그럼 무대는? 우리들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나나는 7명을 자신이 연출한 무대 위에서 모두 몰살해버릴 것이다. 무대를 끊임없이 가로지르며 동선 위에서 오로지 운동만이 남은 레뷰 위에서 유일하게 답을 하는 사람은 텐도 마야 단 한 사람 뿐이다. “무대와 관객이 바랄 뿐이면 나는 이미 무대 위에.” 그녀는 언제든지 무대 위로 올라갈 준비가 되어있다. 텐도 마야를 제외한 모두가 피를 흘리며 죽음을 맞이할 때 몰살의 레뷰는 종연한다. 다만 이 무대에서 카렌은 제외되어있다. 카렌만이 12년 전에 약속한 운명을 수행하는 자리에 가있기 때문에 카렌만은 나나의 질문을 다른 장소에서 해야 한다. 다시 한번 더, 질문을 올바른 장소에서 해야 할 것이다.

7명의 소녀들이 각자의 대답을 하기 위해서 wi(l)d-screnn baroque의 무대로 올라가는 장면 직전에 이상한 씬이 삽입되어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99기의 마지막이 될 세 번째 스타라이트 극본은 미완성이지만 99기 모두가 상연을 강행하기 위해 스태프의 역할을 수행하며 무대를 설치하기 시작한다. 극본이 미완이라 무대에 세우기 무서워서 죽을것 같지만 그래도 무대를 완성해보자고 열변을 토하는 99기 연출부 학생의 외침에 클로즈업된 수많은 학생들의 얼굴이 사이사이 인서트 되어있다. 이때 이 편집을 갑자기 감정적으로 끌어올리는 단 하나의 숏은 이를 모두 교무실 창가에 기대어 지켜보고있는 선생님의 숏일 것이다. 물론 학원이 시작할 때부터 있지는 않았겠지만 적어도 세이쇼 음악학원에서 끊임없이 실패해서 자퇴를 하거나 혹은 졸업하는 학생들을 연말마다 계속 지켜봤을 것이다. 어쩌면 더 거슬러 올라가면 자신의 똑같은 과거가 떠올랐을 지더 모르는 일이다.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 자기 자신의 삶이라는 문제로 받아들일때, 이 때의 열번은 갑자기 관객에게로 질문을 던진다. 미완성인 당신의 삶은 아직 상연중입니까. 그리고 이와 더불어서 wi(l)d-screen baroque와 마지막 스타라이트 상연, 둘 사이의 차이가 얼마나 벌어져 있는가. 다시 말해서 99기 학생들과 9명의 무대소녀들은 사실상 같은 공연을 준비 중에 있다. 그렇다고 해서 스태프의 역할을 수행 중인 99기 학생들이 9명의 무대소녀를 위해 무대를 설치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모두가 자기 자신을 위해 무대를 열심히 설치하는 중이다. 그것이 영화 현장에서 혹은 무대 현장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라고 영화는 말하고 있다. 모두가 각자 자신의 자리에 있는 예술가들이라는 말과 다름없을 것이다.

무대가 설치되면 바로 다음 장면으로 7명의 소녀들이 자신의 죽음을 바라보게 된다. 무대소녀로써 죽어있는 것 일테지만 이미지는 인간으로써 생기를 잃은 채 죽어버린 자신의 모습이다. 역시 이 장면도 레뷰스타에서 레뷰를 찍은 장면처럼 두 개의 죽음의 이미지를 어떤 우위도 놓지 않은 채 한 프레임 안에 모두 열어놓듯이 공존시켜 놓았다. 이를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그림 혹은 조각과 같은 예술품과 같이 소녀들을 배치시켜놓은 화면 때문일 것이다. 뒤이어 wi(l)d-screnn baroque의 개연을 선언한 기린이 채소들로 얼기설기 엮어낸 형상을 이루며 마치 불타버리는 듯한 수십개의 조리개를 열어놓은 듯한 화면 혹은 항성의 프레임으로 빠르게 교차편집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 마치 상영관에 앉아있는 관객이 보는 영화에 대한 각자의 이미지를 마치 한 장소 안에서 뒤섞이듯이 편집하는 시퀀스. 단 한 편의 영화가 상영되지만 100명의 관객 머릿속에는 서로 다른 100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있을 것이다. 마치 수 많은 채소들이 하나의 무리를 이루어 기린과 같은 형상을 만들어냈듯이, 기린의 이미지가 자신의 몸을 이루는 채소들의 수만큼 이미지로 잘게잘게 분해되고 있다. 이걸 설령 놓쳤을까봐 이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후의 장면을 후루카와는 wi(l)d-screnn baroque 도중에 히카리와 대면한 기린의 씬으로 밀어넣었다. 추후 해당 장면에 영화가 도달하였을때 이 분해되는 이미지가 다시 되돌아올 것이다.

이후에 바로 5명의 무대소녀가 마치 무대에 참석할 티켓을 제출하기라도 하듯 새빨간 토마토를 깨물어 먹는다. 피를 대신하여 흘리는 토마토의 새빨간 과즙. 한편 저 멀리 영국에 있는 히카리는 카렌이 있는 무대에 아직 입장하지 못했다. 무대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일본에서 영국까지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만큼의 심리적인 거리를 계속 좁혀나가야 할 것이다. 이를 계속 좁혀나가기 위해 12년 전에 자신들이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 같은 무대인 스타라이트를 본 후에 서로 같은 무대에 서자는 약속을 도쿄타워에서 하는 플래시백부터 카렌의 특정한 순간들을 하나하나 거쳐 레뷰스타 당시의 시점으로까지 이어지는 플래시백이 침투하듯이 들어오고 있었다. 모두가 무대 위로 입장을 시작하면 이제 9명의 무대소녀가 받은 질문에 대한 서로 다른 5가지 대답을 영화가 시작하고 약 55분이 되는 지점에서 듣게 될 것이다. 각자가 내리는 5가지에 대한 대답은 9명의 무대소녀가 상연 중에 있는 wi(l)d-screnn baroque의 각 장에 해당할 것이다.

1장부터 시작하는 wi(l)d-screnn baroque의 각 장들에 대한 대답을 이끌어나가기 위한 방법들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세세한 디테일의 상징, 기호, 비유, 알레고리 등등을 통하여 필자보다도 훨씬 자세하게 모두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대신에 wi(l)d-screnn baroque가 진행되는 동안 보이는 이미지를 보는 다른 방법을 잠깐 짚고 본론으로 넘어가고자 한다. 레뷰가 시작될때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운동은  후루카와 자신이 존경해 마지않는 감독인 기타노 다케시의 영화에서 볼 수 있는 망가적 숏을 보는 듯이 앞뒤의 운동을 연속적으로 맞추지 않은 이상할 정도의 동선과 위치의 변화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연속적인 편집처럼 보이는 착각은 점프컷처럼 프레임 안의 장소가 끊임없이 바뀌고 있지만 장소를 찍는 프레임을 마치 소녀의 감정을 연속적으로 스펙타클하게 찍어나가는 듯한 미장-스펙타클의 화면으로 찍었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걸 성립시키기 위해 동원된 수많은 영화와 만화의 레퍼런스, 특히 일본 폭주족 영화들과 학원 폭력 만화들이 마치 무대 장치로써 소녀들의 감정을 설명하기라도 하듯 맥락화되어 화면에 즐비하게 널려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결국에는 레뷰 위에서 각자의 내면이 드러나는 그 순간에 맞추어 wi(l)d-screnn baroque의 각 장이 시작하였다는 신호를 프레임 위에 문자로 띄울 때, 그 때부터 영화의 화각이 이상할 정도로 갑작스럽게 넓어지는 듯한 효과를 불러일으키게 된다. 수많은 무대장치들이 마치 영화의 프레임 안에서 마스터숏을 찍는 것을 방해하듯이 배치되어 있다가 순간적으로 내면이 드러날 때 각 장의 개연 선언과 함께 넓어져가는 무대위에서 단 둘이 있는 장면을 영화는 익스트림 롱숏으로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는 숏을 그냥 밀어넣었다. 다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레뷰에서 그런 식으로 감정적인 클라이맥스를 찍어나가고 있었다. 감정적으로 확장되어만 가는듯한 착각을 화면에서 넓어져가는 화각이 이를 보여주기라도 하고 있었다.

이런 방법들을 동원하여 마치 불가능한 것을 찍기위해 하나하나 돌파하기라도 하듯 나아가는 영화에서 가장 중요하게 찍은 레뷰는 카렌의 마지막 무대일 것이다. 후루카와는 5개의 장에 걸친 wi(l)d-screnn baroque가 진행되는 사이사이마다 히카리와 카렌의 약속에 대한 각자의 고백이 플래시백 혹은 상연 중에 기습하듯이 배치해놓았다. 그 중에서 주목해볼 씬은 카렌의 12년 전 약속에 대한 절반의 이야기에 대한 정체가 히카리가 약속을 잊어버렸음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고백할 때의 씬이다. 이 때의 이미지는 도쿄타워를 아래로 두고 무대소녀의 복장을 입고 있는 히카리가 카렌 앞에 서 있는 모습이다. 다시 말해서 히카리가 카렌을 추월하면서 결국은 함께 무대 위에 올라가자는 약속을 잊어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맥락의 두려움이다. 문제는 카렌이 가진 두려움의 맥락이 갑자기 레뷰스타 혹은 론도론도론도에서 보여준 결말의 맥락을 순식간에 뒤집어 버린 것이다. 카렌 자신을 추월하여 저 멀리 나아간 히카리의 모습이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카렌은 12년 전 운명을 약속한 도쿄타워로 끊임없이 히카리를 끌어당기고 있었던 셈이 된다. 무대라는 삶에 대한 질문이 갑자기 자리를 바꾸어 사람을 가두는 것에 대한 죄의식으로써의 질문으로 옮겨간 것이다. 도쿄타워는 이제 카렌의 죄의식으로써 공활한 사막의 어딘가에 자리한 역에 우뚝 서 있게 되었다. 12년 전의 약속은 결국 히카리를 나아가지 못하게 끌어당기는 죄의식으로써 도망치는 시간이 되었다. 그렇다면 히카리가 세이쇼 음악학원에 도착한 직후에 꾼 카렌의 추락하는 꿈이 다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추락의 기시감으로만 느껴지는 카렌의 꿈을 정신분석학에 따른 소원 성취라는 맥락에서 다시 읽어본다면 카렌은 히카리가 대놓고 약속을 깨버리고 자신을 넘어 멀리 나아가 사라져버리기를 바라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해석이 가능해진다. 높은 도쿄타워에서 추락하면서 카렌이 꿈속에서 깨달은 것은 12년 전에 히카리와 했던 약속이 아니라 약속을 잊어버린 히카리와 대면한 자신의 감정일 것이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게 만드는 질문은 그 감정의 정체가 도쿄타워의 높이에서 떨어져 자살하고 싶은 절망적인 감정이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것이다. 레뷰스타에서 내내 보여준 자기 자신을 재생산하며 추락하는 이미지는 현재의 자신을 죽이고 12년 전의 카렌 자신의 시간으러 도망치는 과정으로 다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레뷰스타에서 카렌이 끝까지 드러내지 않았던 드라마의 맥락 위에서의 결말은 곧 비극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렇게 되면 히카리가 왜 영국으로 다시 되돌아갔는지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wi(l)d-screnn baroque의 두번째 장에서 진행하는 마히루의 레뷰. 넓디 넓은 경기장의 구도에서 점점 복도로, 엘리베이터로 좁아지는 구도끝에 몰린 히카리가 결국 추락하며 고백한다. "무대 위에 다시 서는게 너무 무서웠어요." 이 고백의 맥락에서 계산해볼 필요가 있는 장면. 12년 전에 도쿄타워 밑에서 다시 무대위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운명으로 만들어버린 사람은 히카리이다. "운명"에 도달하기위해 서로의 티켓을 교환한 사람도 역시 히카리이다. 히카리가 카렌의 운명을 자기더 모르게 결정지어 놓은 셈이다. 여기서 운명의 장부를 계산하는 과정이 좀 더 복잡해진다. 레뷰스타에서 히카리가 영국으로 유학을 가서 치룬 기린의 오디션에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후에 그녀는 자신이 반짝임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걸 히카리 자신이 확인하는 순간은 카렌과의 한 약속을 "겨우 그런 것"으로 인식했을 때이다. 12년 전에 운명이라고 결정지은 그 약속. 사실상 이때 12년 전의 히카리는 그냥 죽어버린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레뷰스타에서 현재의 히카리만이 남아 운명의 레뷰에서 자기 자신을 삭제시키는 결단을 내릴 수 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국의 오디션에서 사라져버린 반짝임으로 인해 히카리는 두 번 다시는 12년전의 히카리로 되돌아갈 수 없다. 그렇게 현재만 남아버린 히카리를 카렌은 끊임없이 12년 전의 도쿄타워로 계속 끌어당기고 있는 중이다. 히카리가 그 무대위로 올라간다면 눈앞에 보이는건 그저 텅 빈 무대에 불과할 것이다. 텅 비어버린 12년 전의 자신. 공백이 된 무대. 그걸 두 눈으로 똑똑히 마주하는 것이 히카리는 견딜수가 없어서 영국으로 도망쳐버릴 정도로 두려운 것이다. 그렇다면 레뷰스타에서 히카리의 운명의 레뷰와 카렌이 결국 무대위로 히카리를 끌어올린 결말, 이 둘 중에 더 나쁜 선택은 무엇일까.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하여튼 모두 나쁜 선택이라는 점이다. 그렇게 히카리가 두려워하는 그 지점을 마히루는 정확하게 질문한 셈이다. wi(l)d-screnn baroque의 두 번째 장은 그러한 맥락으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wi(l)d-screen baroque의 4번째 장 바로 직전의 장면. 자신의 감정과 기어이 대면하고서야 히카리는 기린과 대면한다. 카렌을 찾는 히카리 앞에 기린이 갑자기 채소들이 하나의 무리를 이루어 기린의 형상을 만들어낸 다음 그대로 불태워진다. 앞서 관객들의 감정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로 찢어져 그저 기린이라는 이미지만이 남아버린 그것에게 남은건 불태워지는 순간 뿐이다. 이때  기린이 왜 불타는지를 질문하는 것에서 다른 방향으로 질문을 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자신의 이미지를 불태워서 마치 조각조각 찢어진 이미지로 만들어내듯이 자신을 재로 불태워버리는 것을 기린은 이상할 정도로 마치 운명을 받아들이듯이 그냥 그대로 불길을 받아들인다. 레뷰스타에서 내내 오디션의 시작과 끝을 선언하며 레뷰 바깥에 있던 기린이 자신의 몸을 불태우는 순간 연극 wi(l)d-screen baroque 안으로 밀려 들어온 것이다. 극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그 댓가를 치뤄야 한다. 만일 관객이 영화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 자신의 감정 혹은 영화에 대한 교양을 댓가로 치루고 그 안으로 입장해야할 것이다. 불타는 기린의 이미지가 어떤 비유, 기호, 상징, 알레고리인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연극 wi(l)d-screen baroque와 한 순간에 연결시키는 숏은 단 하나, 추락하는 이미지이다. 추락이 이 들을 모두 무대 안으로 끌어 당기고 있다.

영화를 보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서 영화의 모든 숏안에 들어있는 대사와 미장센, 이미지와 그 디테일들을 모두 상징, 비유, 기호, 알레고리로 읽는 방법이 있다면 레뷰신극을 보는 또 다른 방법은 프레임 속에 담긴 인물에게서 영화가 찍지 않은 감정을 읽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물론 두 개의 방법 사이에서 우열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방법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태도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척도가 될 것이다. 레뷰신극은 그걸 확인하기에 좋은 영화의 예시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끊임없이 12살의 카렌이라는 죄의식으로 도망치는 현재의 카렌을 현재의 히카리가 어떻게 돌파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이 남겨져있다. 도쿄타워의 꼭대기에서 히카리와 카렌은 마지막 레뷰를 준비한다. 카렌이 말한다. “역시 나에게는 무대란건 히카리ㅡ”. 말을 다 잇지도 못했는데 커튼콜이 열리며 두 사람은 스크린 너머의 관객들을 바라본다. 카렌이 묻는다. “객석이 이렇게나 가까웠어?” “조명이 이렇게나 뜨거웠어?” “무대란 게 이렇게 무서웠단 거야?”. 세 개의 질문을 제 4의 벽을 넘어 관객에게 했다는 것이 요점이 아니다. 관객석을 바라보는 장면을 어떻게 성립시키고 이로 인한 효과로 화면을 어떻게 만들었느냐가 주된 질문이다. 커튼콜이 걷히자 두 사람을 롱숏으로 찍은 화면이 갑자기 싱글 숏으로 구도를 바꿔 클로즈업으로 각각의 표정을 나누어서 찍는다. 이때 관객석을 바라보는 히카리와 카렌의 표정을 영화는 지나치게 다가가서 찍었다. 이로 인하여 물리적으로 거리를 순식간에 좁히는 효과로 카렌이, 히카리가 관객석을 바라보는 심정이 화면에 묻어나오는 효과가 벌어진 것이다. 후루카와는 제 4의 벽을 넘어 관객을 바라보는 히카리, 카렌의 시선에 대한 리버스 숏을 찍지 않음으로써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을 영화는 클로즈업한 표정의 싱글숏으로 해결해나가며 찍고 있었다. 사실상 죄의식을 만들어낸 감정과 대면하게 된 카렌은 그 자리에서 죽어버리듯이 쓰러진다. 카렌의 죄의식에서 돌파하는 방법은 이제 단 하나밖에 없다. 히카리가 카렌을 추월해나가면 된다. 마치 자석이 끌어당기듯이 카렌이 히카리를 끊임없이 도쿄타워로 끌어 당겼다면, 히카리가 카렌을 추월하여 저 멀리 나아간다면 카렌은 똑같은 방식으로 자석이 끌어당기듯 히카리를 따라 계속 움직일 수 있을 것이다. 그 전에 내내 12살의 카렌으로써 운명의 약속을 한 카렌을 움직이게 만들기 위해서는 12살의 카렌과 현재의 카렌을 완전히 분리시킨 다음 12살의 카렌을 삭제시킨다면 현재의 카렌이 다시 히카리를 쫒아갈 수 있을 것이다. 카렌이 다시 추락하는 이미지 속에 갇혀있지만 지금은 맥락이 완전히 다르다. 무대에 오르기 위해 카렌은 기꺼이 재생산의 연료로 자신의 과거를 불태워버린다. 무대 위로 올라간 카렌에게 보답하기라도 하듯 히카리는 보란 듯이 카렌을 추월한 스타의 자리로 나아간다. 둘이서만을 위한 마지막 레뷰인 슈퍼스타 스펙터클이 상연되는 순간 카렌의 심장 안으로 반짝임이 들어온다. 히카리는 카렌을 칼로 찌르지만 찔렀다기보단 바로 직전의 반짝임이 심장 안으로 들어오는 숏 때문에 히카리가 마치 무언가를 직접 카렌의 심장에 밀어넣었다는 인상이 강하다. “나도 히카리에게 지고 싶지 않아.” 카렌의 내면이 결국 드러나게 된 마지막 대사가 wi(l)d-screnn baroque의 종막을 선언한다. 그러자 위아래로 반토막이 난 도쿄타워의 절반이 사막 위의 포지션 제로를 찍으며 종극을 선언한다. 말 그대로 카렌의 내면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찍은 미장-스펙타클의 무대. 종막을 보는 관객은 다 함께 무대를 만들간 7명의 동료들이다. 완전히 부서진 도쿄타워의 폐허를 배경으로 카렌은 말한다. “나 지금 세상에서 가장 텅 비어 있을지도...”. 카렌의 가슴팍에 찢어진 옷깃을 영화는 클로즈업으로 찍었다. 이 찢어진 옷깃이 카렌의 상처로 남아 다시 추락하게 될지, 죄의식의 무대를 벗어난 카렌의 마음에 포지션 제로가 새겨져 다음 도약을 준비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히카리는 대답 대신에 토마토를 카렌에게 건넨다. 텅 비어있는 것 같다는 카렌의 대답만을 남긴채 토마토를 경유하여 영화는 관객들에게 질문을 넘긴다. 첫 번째, 당신은 다음 무대로 가려고 할 의지가 있으십니까. 다음 역을 제시하는 대신 역을 벗어날 수 있는 의지에 대한 질문을 하는 영화. 이 애니메이션은 그런 영화다. 두 번째, 이렇게 해피엔딩이 되었는가? 정신분석학에서 죄의식을 돌파하는데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죄의식이 무서운 건 계속 그 사람에게 남아있다는 것이다. 스탭롤이 다 올라간 후의 카렌의 현재는 다음 오디션에 참석한 모습이다. 영화는 구도를 낮춰 포지션 제로를 찍고 있을 뿐, 카렌의 표정을 단 한 번도 찍지 않았다. 바로 뒤이어 붙힌 숏은 여전히 어마어마한 잔해로 남아있는 도쿄타워의 모습이다. 다음 오디션에 도착해서도 카렌에게 여전히 남아있는 죄의식.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렌은 죄의식을 뒤로 한채 다음 무대의 오디션까지만큼 밖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것을 성숙이라고 부르지 않는가. 카렌은 자신이 나아갈 수 있는 딱 그만큼 성숙해나가고 있다.

후루카와 토모히로는 카렌이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꺼내기까지 무려 (극장용 애니메이션 기준) 4시간을 기다린 셈이다. 그 전체적인 과정을 집안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마치 문을 열어 줄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로 이 영화를 찍고 있었다. 그러한 태도에서 찍을 수 있었던 성숙의 의지를 후루카와는 소년만화의 전통에서 가져온 것이라 생각한다. 혼자서는 절대 자신만의 세계 밖으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가족도 친구도 모두 아닌, 소년만화의 동료들처럼 적어도 단 한 명의 좋은 라이벌이 필요하다는 점. 그렇기 때문에 학원에 수많은 학생들이 있어도 레뷰는 오로지 두 사람의 커플링으로써 작동하는 점이 포인트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사람의 드라마를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단 한 사람 뿐이라는 점. 그것이 후루카와 토모히로가 찍은 휴머니즘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새로운 방법으로 21세기에 도착한 애니메이션이 휴머니즘을 간절하게 호소하고 있다. 앞으로도 휴머니즘이라고 불리는 반짝임이 더 이상 꺼지지 않길 바라는 마음으로 후루카와 토모히로의 다음 애니메이션을 흥미진진하게 기다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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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줄요약

1. 레뷰스타는 TVA의 결말을 다 때려부시면서 질문을 왼전히 다른차원으로 끌고가는 걸작이다.

2. 후루카와 토모히로의 다음 영화 빨리 보고싶다.

3. 레뷰신극을 아무리 많이 봐도 졸업하기 싫은데 진짜 어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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