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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티대)형노릇앱에서 작성

덕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07 20: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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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한마디성인물 입니까?

 암흑가에서 힘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규칙이다. 물리적인 힘, 권력, 권모술수, 혈통. 그들은 자신의 힘을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하며, 패자는 승자에게 모든 것을 착취당한다.
 레더는 그 암흑가의 피라미드에서도 최상위 권에 속한 자였다. 암흑가 최고의 패밀리인 ‘노스텔지아’의 수장의 유일한 적자. 레더의 앞에서 암흑가의 모든 사람이 비굴하게 웃음을 지었고, 그의 행동에 감히 불평을 말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운 좋게 가지고 태어난 혈통에 도취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않았다. 노스텔지아는 곧 자신의 새로운 주인이 될 그에게 자신의 자격을 증명할 것을 요구 했다. 수많은 시험들. 만약 그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다면 레더는 자신이 숙청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권력은 한 곳으로 모여야만하며, ‘전’ 후계자 따위는 패밀리의 힘을 분열시키는 암세포에 불과하니까.
 레더는 그 수많은 시험을 이겨내고 자신을 증명해냈다. 노스텔지아의 16대 파더가 될 자격이 있는 자임을, 그는 수많은 간부들과 15대 파더인 자신의 아버지에게 보여주었다.
 그렇기에 레더는 받아들일 수 없다.
“어째서입니까, 파더.”
“너는 노스텔지아를 이끌 기에는 너무 나약하기 때문이다. 내 아들아.”
“……무엇이 말입니까.”
 파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레더는 자신의 온 몸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파더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자신은 후계자의 자격을 박탈당할 것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숙청당할 것이다. 어쩌면 그 순간이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떨고 있구나. 아들아. 그런 점이 약하다는 것이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까!”
레더는 버럭 소리 지르며 파더에게 달려들려했다. 사형선고를 받고서 담담할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그렇지만 그 시도는 곧장 무위로 돌아갔다. 
“멈추시죠. 형님.”
 레더의 목 뒤에 서늘한 금속의 감각이 느껴졌다. 그 감촉이 레더의 온몸의 움직임을 멈추게 만들었다.
“……페드로가 새로운 노스텔지아의 주인이란 말입니까.”
 자신의 배다른 동생의 목소리를 들으며 레더는 으르렁거렸다.
“그래 맞다. 페드로야말로 이 암흑가를 이끌기에 어울리는 사람이지.”
 파더는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레더에게로 걸어왔다. 그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레더의 뺨을 쓰다듬었다.
“내 아들아. 너는 우수하다. 너처럼 시험을 우수하게 통과한 녀석은, 노스텔지아의 긴 역사속에서도 없었다.”
“그렇다면 어째서……!”
“하지만 권력은 우수한 자가 얻는 것이 아니다. 권력을 탐하고 누구보다 원하는 자만 얻을 수 있지.”
“무슨 말 장난입니까. 파더.”
“아들아, 허리춤에 차고 있는 것은 장식인가?”
레더는 그 말에 고개를 숙였다. 홀더에 들어간 권총이 보였다. 레더는 그제야 파더가 하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했다. 요컨대 왜 자신을 쏘지 않았냐고 묻고 있는 것이었다.
“아버지!”
“그래 난 너의 아버지다. 그리고 오랜 세월 너의 주인이었지. 너는 내 훌륭한 아들이었고, 내 믿을 수 있는 부하였으며, 우수하기 그지 없는 후계자였지. 하지만 노스텔지아의 주인이 될 자는 누군가의 아래에서 일하는 녀석이 아니다. 암흑가의 정점에서 모두를 지배할 ‘왕’이지. 너는 주어진 시험에서 우수한 성적을 얻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니다. 그 시험은 어디까지나 애들 장난일 뿐이야. 그 이외의 것들. 권력을 향한 너의 집착과 두려움을 보는 것이 바로 진정한 시험이었다.”
“…….”“그리고 네 뒤에 서 있는 페드로야말로, 네가 시험에서 탈락했다는 증거지.”
“……형제를 제 손으로 죽여야 했단 말입니까.”
“그렇다면 누구의 손을 더럽힐 생각이었지? 누군가가 해 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나? 노스텔지아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너는 지금 아비에게 자식을 죽이라고 말하고 있구나.”
레더는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패배감과 배신감에 사무친 채, 간신히 정신을 붙들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 맞다. 원래는 죽일 생각이었다. 내가 낳은 아들 중에 써먹을 만한 녀석이 레더, 너뿐이라면 말이지.”
“미안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나라고 도축당할 날만 기다릴 짐승처럼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페드로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레더는 그 말을 듣고서야 일련의 사건이 이해가 되었다. 4번가의 방화, 노스텔지아의 조직원을 노린 수수께끼의 죽음, 그리고 최근 들어서 점점 늘어나고 있던 정체를 모르는 부랑자들. 모두 페드로가 벌인 일이 분명했다.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서.
“……됐습니다. 이제 슬슬 끝내시죠.”
“과연 너는 우수하구나. 내 아들아.”
파더는 쓸쓸한 미소를 지으며, 품 안에서 캡슐을 하나 꺼냈다. 눈에 익은 모양, 패밀리의 규율을 어긴 배신자들에게 자결을 요구할 때 쓰는 약이었다.
레더는 축 처진 어깨로 파더에게 약을 받고는 고개를 돌렸다. 얼음과 같은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페드로의 얼굴이 보였다. ……차라리 이편이 좋을지도 몰랐다. 자신의 손으로 혈육을 죽일 바에야, 차라리 혈육의 손에 자신이 죽는 것이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레더는 모든 것을 포기한 마음으로 캡슐을 삼켰다. 그리고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레더는 자신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어나셨습니까, 형님.”
페드로의 목소리였다. 레더가 누워 있는 침대 옆 의자에 앉아있었다. 
“……왜 나는 살아있는 거지.”
귀로 들리는 목소리가 이질적이다. 온몸이 뜨거웠다. 어쩌면 이미 죽어가는 중일지도 모른다. 아무런 고통 없이 죽음에 이르는 약이라고 들었는데, 아무래도 뜬소문 이였던 것 같았다.
“제가 아는 한에서, 그 약을 먹은 것은 형님이 처음입니다. 모두들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서 협상을 하거나 발버둥을 치다가, 머리통에 구멍이 뚫려서 죽었지요.”
“……그게 뭐 어쨌단 거냐.”
아무래도 이상하다. 자신의 몸이 아닌 것만 같은 위화감이 있었다. 그렇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간신히 입을 움직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서 형님이 살아남으신 겁니다.”
페드로가 한쪽 손에 집고 있던 거울을 레더의 얼굴을 향해 들었다.
거울 안에는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아름다운 여인이 보였다.
“뭐?”
“……저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형님이 그 약을 삼키고 나서 정신을 잃더니, 몸에서 열과 증기가 뿜어져 나오더군요.”
그리고는 여자가 되었다. 페드로의 설명이 이어졌다.
노스텔지어의 후계자는 단 하나만 살아남는다. 이외의 후계자는 모두 숙청의 대상이다. 그렇지만 단 하나 예외가 있다. ‘파더’가 생각하기에 죽이기에는 안타까운 우수한 인재이며, 동시에 본인이 스스로의 의지로 죽음을 택할 것.
“요컨대 ‘자신보다 패밀리의 안위를 우선한 자’는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는 모양이군요.”
“……헛소리를 하고 있어.”
레더는 그 이야기를 일축했다. 자신보다 패밀리의 안위를 우선한 녀석이라 한들, 후계에서 쫓겨나 여자의 몸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 하는 것을 감사할 리가 없다. 게다가 한때 후계자였던 만큼, 패밀리의 수많은 비밀과 치부들을 알고 있다. 여자의 몸으로도, 얼마든지 노스텔지아를 위협에 빠트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서 죽여라. 그게 패밀리를 위한 길이야.”
“하아……, 그게 그럴 수 없게 됐습니다. 곧 결혼이 있을 예정이여서요.”
페드로는 한숨을 푹 쉬며 말했다. 레더는 페드로의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게 이거랑 무슨 상관이란 말이냐. ……뭐 아무튼 축하한다. 네가 결혼을 하게 될 줄은 몰랐군.”
“그러게 말입니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뭐 삶이란 원래 한 치 앞을 모르는 것이지. 내 죽음이 헛되지 않아서 다행이다. 내가 목숨을 잃는 것으로, 네가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되지 않았나.”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형님을 죽이고 내가 노스텔지아의 새 파더가 되더라도, 저는 결혼을 할 생각이 없었어요. 쓸 만한 녀석을 후계자로 새운 뒤에 적당히 은퇴할 생각이었단 말입니다.”
“파더의 뜻이냐?”
페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라는군요. 나는 너무 잔인한 성정이라, 아이를 만들고 조금 성격이 둥글게 변하기 전 까지는 패밀리를 맡길 생각이 없답니다.”
“그거 우습구만. 어떤 여자냐?”
“……파더의 말로는 아주 지혜롭고, 믿음직하답니다. 무엇을 시키던지 간에 곧잘 해내는 여자라는군요. 조금 욕심이 없는 것이 흠이긴 한데, 노스텔지아의 안주인이 될 사람이 욕심쟁이라면 그건 곤란하지 않습니까?”
“하하. 그건 그렇지. 그런데 아버지가 아주 좋은 사람을 구했구나. 어떤 가문의 사람이냐?”
“일단은 고아출신입니다. 마치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람이지요.”
 레더는 실실 웃으면서 페드로와의 대화를 이어갔다. 비록 배 다른 동생이지만, 레더는 페드로를 혈육으로서 사랑했다. 그렇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후계자로서의 짐과, 페드로에게 닥칠 비극적인 운명을 알고 있었기에 가까이 할 자신이 없었다. 
 뭐 결국 그 운명이란 녀석은 방향을 바꿔 자신에게 와버렸지만, 레더는 오히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 자신이 페드로와 이토록 살갑게 대화할 일도 없지 않았겠는가.
“그래서 예쁘냐?”
레더의 질문에 페드로의 입이 멈췄다. 페드로의 입을 통해 들은 파더의 말로는 마치 만화에서나 튀어나올법한 완벽한 신붓감이었는데, 반응을 보아하니 얼굴은 영 아닌 모양이었다.
“뭐, 얼굴이 전부는 아니지 않냐. 실망하지 말아라, 페드로.”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우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지 않나. 왜 그런 표정을 짓는 거냐.”
페드로가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레더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서는 잠시 고민하는 얼굴을 하더니, 이내 체념한 듯 속에 있던 말을 털어놓았다.
“저는 자식을 낳을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까 말했던 이야기잖아. 애초에 결혼할 생각도 없었다면서.”
“형님도 알다시피 제 삶은 불우했습니다. 철이든 시점부터 제가 도살장의 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항상 공포에 떨면서 살았지요. 그래서 죽을힘을 다해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만약 살아남더라도 자식을 남기지 말자. 살아남기 위해 형제를 죽여야만 하는, 그런 끔찍한 상황에 쳐하게 하지말자.”
“……하나만 낳으면 되는 문제지 않나?”
“삶이란 것이 한 치 앞을 모르지 않습니까.”
자신이 했던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페드로를 보며 레더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건 그렇지. 그런데 그게 그 여인이 아름다운 거랑 무슨 상관이야?”
“진심으로 사랑에 빠질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뭐, 그것도 괜찮지 않나. 파더가 그렇게 극찬할 만큼 지혜로운 여인이라면, 이 노스텔지아의 끔찍한 전통도 어떻게든 해결하겠지. 한번 믿고 사랑에 빠져보는 것은 어때.”
페드로는 답하지 않았다. 
레더는 고민하는 자신의 동생을 바라보다, 무심코 손을 뻗어서 뺨을 쓰다듬었다.
“걱정하지 마라. 내 동생아.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훌륭한 녀석이야. 네 대단한 형님의 뒤통수를 거나하게 때리지 않았냐.”
“…….”
“널 믿어라 페드로. 너라면 잘 해낼 수 있을 거다.”
파더가 살아남을 자격이 있다고 판단했다 한들, 페드로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을 죽일 것이다. 파더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지금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못하지만, 결혼식이 끝나고 자식을 낳는다면 녀석은 가차 없이 손을 쓰겠지. 
그렇기에 그 전까지의 짧은 시간만이, 자신이 형 노릇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간이었다.
“죽을 만큼 사랑해줘라. 한치 앞도 모르는 삶인데, 죽기 전에 행복하게 살아야지.” 
“……알겠습니다.”

페드로는 허리를 굽혀 레더와 얼굴을 포갰다.
허무한 저항은 곧장 무위로 돌아갔다.


우수하지만 욕심이 없는 여인.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사람. 
아름다운 외모.
결혼이 있을 예정이여서요.

자신보다 패밀리의 안위를 더 생각하는 인간.

그 짧고도 긴 순간에 레더는 페드로가 했던 모든 말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과연, 자신은 노스텔지아의 안주인이 되기에 부족할 것이 없는 여자였다.

페드로가 고개를 들었다. 레더는 항상 차갑기 그지없었던 동생의 눈동자에, 미약한 흔들림이 보였다. 당황한 것만 같은 표정이었다. 아마 자신의 감정에 솔직했던 것이 이번이 처음이리라. 레더가 먼발치에서 봤던 자신의 동생은, 항상 모든 것을 꽁꽁 싸매는 녀석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레더는, 이번에도 형 노릇을 이어 가기로 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서방님.”
​2019년에 쓴거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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