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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강수할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3.12 02:2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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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후 음주 클럽 – Metaphy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글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자신하기 힘들지만, “단편이라는 카테고리에 가장 적합한 글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제가 가장 이입한 인물은 작중 등장인물인 이세린입니다. “시험 전에 독주를 마신다라는 괴상한 문화를 가속화한 인물로, 해당 이야기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세린이라는 인물의 심리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여자 특유의 허영심에 의한 행동이라고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다시 읽어 보았을 때 조금 더 깊은 무언가 있지 않을까 추측했습니다.


이세린은 이상할 정도의 귀족에 대한 집착을 보입니다. 작중에서는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옵니다.

옛날 귀족들은 천막 뒤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도 사실은 그러지 않은 척,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는 척 뭐든 잘하는 척을 하는 예의가 있었지. 그러니까 우리도 그럴 수 있어.”

노력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행위의 대표적인 대명사로는 백조의 발짓이 있습니다. 굳이 귀족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이세린이 그저 우아함이 아닌 우월함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는 인물임을 나타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의 배경은 이에 대해 뒷받침해줍니다.


그녀는 과학고를 조기졸업한 학생입니다. 과학고에서 상위 10프로의 학생들은 조기졸업반이라는 새로운 그룹으로 분류되어 차별된 교육을 받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조기졸업반이라는 타이틀은 다른 평범한 학생들과 보다 확실한 격차를 보여주는 요소입니다. 그 그룹에 포함된 세린은 대학에 와서도 다른 학생들과 명확하게 경계를 긋고자 클럽의 활동을 적극적으로 임합니다. 단순히 성적을 잘 받는 여학생이라는 칭호보다, 귀족처럼 별격의 인물로 받아들여지고 싶어합니다.

다만 주인공은 그런 그녀의 귀족에 대한 집착의 모순점을 알아챕니다. 그녀의 집착은 반대로 귀족의 어울리지 않는 천박함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그럼에도 멈추지 않는 그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세린의 클럽 활동 권장을 거부하죠.


세린이 보기에 주인공은 어떤 인물일까요? 자신과 비슷할 정도의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는 동시에 그녀의 귀족에 대한 집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죠. 다르게 보자면 그런 집착이 필요없는 인물입니다. 자신의 유일한 모순점인 천박함을 가지고 있지 않은 주인공은 역설적으로 세린에게 있어 가장 귀족같은 인물로 보이지 않을까요? 그렇게 생각하고 그녀의 대사를 다시 한번 보면 그 의미가 조금 다르게 다가옵니다.

옛날 귀족들은 천막 뒤에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하고도 사실은 그러지 않은 척,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는 척 뭐든 잘하는 척을 하는 예의가 있었지. 그러니까 우리도 그럴 수 있어.”

그녀가 하는 말은 귀족들도 태어나기를 귀족으로 태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집착처럼 천박함을 천막 뒤에 숨기고 노력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주인공에게 너도 나와 같음을 종용합니다. 하지만 말한 것처럼, 주인공은 그녀의 사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런 천박함을 가지지 않으면서도 뛰어난 주인공은 마치 태어날 때부터 귀족인 것처럼 보입니다. 해당 대사를 처음 읽었을 때는 우월한 그녀가 주인공에 대한 인정을 보이며 동질감을 나타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조금 시선을 바꾸면 이 대사는 오히려 귀족으로 태어난 주인공을 자신과 같은 위치로 끌어내리려는 열등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열등감은 정수론의 시험에서 절정으로 치닫습니다. 실수로 병을 떨어트린 그녀는 술냄새를 교실 전체에 퍼트립니다. 이는 자신의 천박함을 모두에게 알리는 사건이고, 귀족의 천막을 걷어내는 행위와 같습니다. 이제 주인공과의 승부는 그녀에게 있어 무의미합니다. 그 승부는 더 이상 귀족 간의 대결이 아닌, 평범하게 태어난 자와 특별하게 태어난 자 사이의 대결이 되어버렸습니다. 차라리 바이알 병이 깨지는 게 나았을 것이라는 말이 이를 나타낸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깨졌다면 조교는 그녀에게 퇴실을 요구했을 것이고 세린은 그와의 승부를 하기도 전에 자격을 박탈당했을 것입니다. 시작도 전에 귀족의 자격을 박탈당한 자신에게 어울리는 결말입니다.


이러한 이야기는 주인공과 클럽의 다른 선배와의 회상이라는 방식으로 서술됩니다. 대화에서 그녀가 지금은 주인공의 주변에 있지 않음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그녀가 종적을 감췄다는 점은 해당 글의 제목에서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작중 나타나는 클럽의 이름은 시험 전 음주클럽입니다. 하지만 소설의 제목은 시험 후 음주클럽이죠. 시험 전 음주는 기행인 반면 시험 후 음주는 너무나 당연한 행위입니다. 이는 기행을 행했던 클럽이 다시 정상화되었음을 추측할 수 있죠.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원인은 기행의 핵심이었던 세린의 부재가 아닐까요?


이 소설은 별을 보던 주인공이 세린의 속마음을 알아채며 끝이 납니다. 주인공은 그녀를 떠올리며 불필요할 정도로 낭만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높은 이상을 가진 그녀는 분명 낭만적이고, 그 엄격한 기준을 자신에게도 적용하는 그녀는 확실히 불필요할 정도로 낭만적입니다.


많은 생각을 떠오르게 하면서도, 머리는 아프게 하지 않는 즐거운 글이었습니다. 이렇게 길게 늘어놓았는데, 사실 작가의 의도와는 동떨어진 부분이 많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답과 다른 이야기라고 해도 제가 그렇게 받아들이고 즐겼다면 그것 또한 또 하나의 정답이 아닐까요? 용기사처럼 마무리를 지어봅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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