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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melli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4.02 01:4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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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소의의 첫 기억은 파란빛 일색이다.
푸른 바닷물이 시끄럽게 떠들고, 파도가 발목 위로 넘실거린다. 어린 진소의가 해변에 서 있다.

이 정경을 떠올릴 때면 왠지 모르게 늘 행복하다.
고개를 숙이면 흰 파도와 부드러운 모래가 있고, 하늘을 올려다보면 푸른 하늘이 있다. 구름이 머리 위에서 유유히 떠논다.

누군가 옆에서 무어라 말하고, 어떤 행동을 하며 시끄럽게 떠드는 것만 같았다. 진소의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기이한 소리가 하늘 곳곳에 흩어진 갈매기, 왜가리 무리를 놀라게 만들었다.

사부가 뒤에서 걸어와 그녀를 안아들고 집으로 데려갔다.
사부의 소매는 붉고, 팔은 따스하다.

이 사람의 품속에서, 그녀는 몹시도 평안함을 느낀다.
진소의는 이보다 더 과거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 해에, 정위는 동해의 섬에서 요수를 물리쳤다.
그 해에, 진소의는 태허산에 올라 정위진인의 일곱 번째 제자가 되었다.

처음에 소의는 낯선 곳에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헤매었다. 대사저 임조우는 그런 소의를 위해 방을 정리하고, 그녀가 쓸 물건들을 마련해 주었다. 진소의가 무슨 말을 꺼내야 하는지조차 알지 못해 혼란해하고 있을 때 임조우가 먼저 말문을 텄다.

" 집. "

" 집... "

" 그래. "
대사저가 부드럽게 말했다.

" 앞으로는 여기가 네 집이야. "

" 내...집... "
진소의가 천천히 되뇌었다.

" 고맙습니다... 사저... "

" 그래, 그래. "
임조우가 손뼉을 치며 아이처럼 환하게 미소지었다.
진소의도 따라 밝게 웃었다.

그녀가 기억하건대 가장 즐거웠던 시절이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뒤 인생에서 제일 고통스럽고 절망적인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마저 그녀는 이 소중한 추억을 놓지 않았다.

두 사람은 조석으로 사흘을 꼬박 함께 보냈고, 임조우는 여섯째 사제인 마언경을 돌보기 위해 그만 돌아갈 마음을 먹고 있었다.

" 사저가 너를 더 돌봐줄 수가 없구나. 언경은 너무 어려서 오래 놔두면 울고불고 난리를 낼 텐데, 그렇게 되면 둘째는 그 아일 감당할 수 없어. "

태허검파의 제자들은 입문 순서에 따라 항렬이 정해진다. 진소의는 입문이 가장 늦었지만 동문들 중 나이가 제일 어린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다섯째 사저와 동갑으로, 여섯째 사형보다는 세 살이 더 많았다.





사부가 그녀를 산으로 데려갔을 적, 5녀 1남의 여섯 제자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었다. 사부와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첫째 사저는 의문스런 어린아이를 품에 안고 있었다. 진소의는 호기심에 그 아이를 몇 번 쳐다봤지만, 남자인지 여자인지 끝내 분간하지 못했다.

똑같이 생긴 두 소녀가 손을 맞잡은 채 소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 명은 소의를 신기한 눈길로 살피고, 다른 한 명은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피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 왼쪽에는 설탕 입힌 과일을 입에 넣은 적발의 소녀가 소의를 향해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녀가 오른쪽을 바라보자, 금빛 검을 든 무표정한 소녀가 아이들의 뒤쪽에 서 있었다.

" 앞으로는 이곳이 너의 집이고, 저들이 네 가족이다. "
사부가 조용히 말했다.

" 북황에 또다시 요수가 작란했으니 이 사부는 수 개월을 떠나 있어야 한다. 조우, 네가 소의에게 빈 방을 한 칸 마련해 주어라. 내가 없는 동안 검형을 가르치되 검심결은 전수하지 말거라. 돌아와서 직접 가르치겠다. "

여섯 제자들 중 첫째가 고개를 끄덕였고, 붉은 머리의 소녀는 소의에게 눈을 찡긋했다. 사부는 몇 마디 더 당부를 하곤 서둘러 길을 나섰다.

아이들이 흩어지자 대사저는 품에 안고 있던 예쁘장한 소년을 붉은 머리 소녀에게 맡기고는, 소의를 안뜰로 데려가 대화를 나누었다.





사흘이 지났지만 대사저는 돌아가지 않았다. 체질이 너무 약했는지, 아니면 이곳 풍토와 잘 맞지 않았는지 소의는 한바탕 크게 앓았다. 처음에는 온몸이 으스스 떨리더니 이어서 또 불처럼 뜨거워졌다. 임조우는 약을 달이는 등 온 신경을 기울이면서 그녀를 밤새워 간병했다.

진소의는 밤새 잠을 이루지 못했지만, 타는 듯한 고열로 비몽사몽한지라 시야가 뚜렷하지 못해 많은 것이 기억나지 않았다. 어쩐지 붉은 머리의 소녀가 미형의 남자아이를 곁에 끼고 자신을 문병왔던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사악한 기운을 물리쳐 준다며 소의의 베개 밑에 둥글둥글한 물건을 놓아주었는데, 깨어나서 그곳을 들여다보니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았다. 일전의 그 쌍둥이 자매도 자신을 방문한 듯했다.

대사저가 물 먹은 수건을 바꿔 주었던 것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예전에 봤던, 검을 든 과묵한 소녀를 생각해봤지만, 그녀가 여기 왔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았다.

이튿날 점심이 되자 뙤약볕이 쏟아졌다. 열이 떨어지니 마치 새 삶을 얻은 것만 같았다.
소의가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자, 대사저는 온데간데없고 그 대신 붉은 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소녀는 대사저의 차분한 몸가짐과는 확연히 다른 경쾌한 발걸음으로 방안에 뛰어들었고, 소의의 주위를 한 바퀴 빙글 돌았다. 그러고는 돌연 옷자락 속에서 사탕을 하나 꺼냈다.

" 자! "

소의는 그것을 집어들지 않았다.

" 아이 참, 독 안 들었어. "

붉은 머리 소녀는 억지로 사탕 몇 개를 소의의 손에 쥐어주고는 뒤로 물러서며 방긋 웃었다.

" 이제 좀 괜찮아진 것 같네. "

진소의는 고개를 끄덕이곤 무의식적으로 문밖을 바라보며 임조우의 모습을 찾았다.

" 찾지 마~ 사저는 망아지를 보러 갔어. ”
붉은 머리 소녀가 웃으며 말했다.

" 사부가 사저에게 너를 맡겼고, 사저는 그대로 나에게 너를 맡겼지. "
소녀가 빠르게 재잘거렸다.

“ 망아지는 내가 없으면 안 되고, 사저는 망아지를 떠날 수가 없나 봐. 그럼 난? ”

붉은 머리 소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후회인지 만족인지 모를 감정이 담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 나에겐 없어선 안될 사람이 없는 것 같아. ”
" 너는? 그런 사람이 있니? "

" ... 아니요... "
진소의가 천천히 대답했다.

" 네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들었어. "
붉은 머리 소녀가 다가와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 전부 잊어버리는 건 어떤 기분이야?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으니 홀가분할까? ”

소의도 붉은 머리 소녀를 바라보며 시선을 맞췄다.

“ ... 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나요... "
" ... ... 슬픈 기분이 들어요... ”
" 전혀... 홀가분하지 않아요... ”
" 기억해내고, 싶어요... "

그녀는 한마디, 한마디 힘겹게 내뱉었다.
붉은 머리 소녀는 조금도 재촉하지 않았다. 소녀는 고요하고, 침착한 태도로 소의를 바라보았다.

" ..... 기억해내고... 싶어요... "

눈물이 맺히고 흘러 소의의 시야가 흐려졌다.
그러자 예상 밖의 일이 일어났다. 붉은 머리 소녀가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고, 눈물 방울이 천자락 위에 떨어졌다. 

진소의가 기억하는 한 이것은 그녀가 받는 두 번째 포옹이었다. 하지만 사부의 믿음직하고 포근한 품과 달리, 붉은 머리 소녀의 포옹은 차갑게 그녀를 짓누르는 것 같았다. 허무점에 귀결할 때까지 그저 수축하는 것처럼.

" 사부께선 결코 무의미한 일을 하지 않으시니, 기억하지 말고, 떠올리려 하지 말아. "
붉은 머리 소녀가 귓가에 속삭였다.

" 대신 현재의 순간을 마음에 담고, 미래를 기억하는 거야. 앞으로는 네 기억을 굳게 지켜서 영원히 잊지 말도록 해. "

" ... 기억하고... 잊지 말라고... "

" 그래. "
소녀는 팔에 힘을 풀고, 손끝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 이제부턴 죽기 살기로 네 기억을 붙잡는 거야. 내 이름부터 시작하면 되겠다. "
" 나는 소미라고 해.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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