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왜 만만해 보였겠냐고."

"그럼, 잘 모르겠습니다."

"바로 그건, 네놈이 입만 열면 전역하고 싶다고 아가리를 털어대서야. 그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널 밥그릇이 아니라 재떨이로 취급하게 된 거라고."

"전역, 말씀이십니까?"

"자네가 앞으로 육군에서 계속해서 승승장구할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면,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와선 도와주겠노라고 떠들어댔을 거야. 잘 보이려고 꼬리를 흔들어 대면서 낑낑댔겠지. 

근데 네놈이 심심하면 야부리를 털어대니까 '우리'가 아니라 '남'으로 분류당한 거야. 이토록 폐쇄적인 조직인데도 불구하고 너를 돕겠단 생각보단 네가 사라진 뒤의 자리가 더 눈에 아른거리게 된 거라고."

툭툭 손으로 그의 머리를 털어준 유진은 맥네어 책상 앞 재떨이에 꽁초를 버리고는 다시 소파로 돌아갔다.

쓸개라도 씹은 듯 엉망진창인 표정의 유진을 힐끗 본 도경은 바닥의 무늬만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도저히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너."

"예, 의장님."

"내사 끝나는 대로 내 딸에게 청혼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