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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13 18:5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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솥뚜껑만한 한 쪽 손으로 깃을 세우고, 다른 한 편에는 가방을 들고서는……. 아니 이야기의 서두를 이렇게 시작할 시면 아무래도 영 멋이 나질 않는다.

그래, 황소만한 덩치에 빳빳해진 깃을 세운 검은 교복을 입고서 희희낙락 콧노래를 부르는 학생이 누군가 하면 바로 금년부로 한국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 황일석 군이라.

‘내 이제 드디어 엘리트의 길을 밟아보는구나. 아, 이제 졸업만 한다면야 먹고 살 길은 보장되지 않는다더냐. 부모님께 호의호식 시켜드릴 날도 머지않았어. 응!’

그리 생각하니 콧노래가 절로 나오지 않을 수 없음이라.

미상불 일석의 집이 그리 잘난 것도, 뛰어난 것도 아니라 미래가 보장된 헌터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 것은 참으로 경사인 일이다. 그 흥분을 이기지 못하고는 입학식 날, 기숙사에서 새벽댓바람부터 나와 이리 주변 동네를 마실을 나왔던 것이다.

‘아 거저 초봉이도(초봉이라 함은 일석의 여동생이다. 나이차가 많이 나는지라 퍽 귀애했던 것이다.) 노상 장난감을 사달라고 떼를 쓰지 않았나. 학기가 시작되면 집에 돌아가기도 힘들 텐데 노리개라도 사서 보내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드니, 온 마음이 그쪽으로 쏠린다. 새벽 꼭두서니에 문을 연 장난감 가게가 있을 턱도 없는데 당장이라도 가게를 찾아 나서고 싶은 마음에 몸도 함께 나선다.

사실 말이지, 일석의 모습이 팬시─한 가게에 들어가기에는 영 어울리지가 않는다. 무얼 숨기랴마는 옷매무새는 단정히 다듬고 얼굴색이 불콰하니 좋은 것이 듬직한 청년에 닮았지만, 무엇보다도 덩치가 문제다.

덩치는 황소만한 것이 수치로 따지자면 190센치에 달할 것이고 얼굴도 호감이 가지만 썩 미남이라고 하기엔 무언가 역부족한 곳이 있다. 답지 않게 오똑하니 솟아오른 코며 퉁방울만한 눈은 황소같이 순박하여 보는 사람의 마음이 포근해지지만 일자로 굳게 다문 입술이 사람을 퍽 무섭게 만들어버린다.

정작 일석 자신은 그런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는지를 몰라

“아 글쎄, 왜 그리 무서워하는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내 언제 누구를 때리기를 했나, 아니면 돈을 뜯기를 했나. 제─기. 응! 무엇이 문제라는 말이야.”

하고는 투덜대곤 했다.

기실 남의 것을 빼앗은 적은 없지만 누구를 때리기는 했다. 제가 말하기로는 남을 해꼬지 하는 놈들만 때려주었다고는 하나 타고난 신력에서 나오는 주먹이란 당하는 입장에선 저승사자의 부름이나 다름이 없다.

그래서 실상 때리기 전에 대부분 제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보통이었다. 아무렴 남을 못살게 구는 사람이라도 제 목숨은 소중한 것이니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노릇이라.

“으음, 이곳 즈음에 가게가 있었을 텐데. 그것 참 귀신이 곡할 노릇일세.”

어느새 일석은 한참을 걸어 가게들이 모인 곳에 도착했다. 그러고서는 가게가 보이지 않는다며 투덜댔지만 실은 아직 오픈도 하지 않은 것이다. 입학식에 들떠 새벽부터 나온 것이 화근이었다.

“제─기. 보이지 않으니 원. 어쩔 수가 있나.”

욕지기를 내뱉고는 하릴없이 몸을 돌린다. 초봉이에게 줄 장난감은 꼭 오늘이 아닐지라도 살 수 있을 테니 이만 돌아가는 것이 나으리라.

‘오옳지, 이제 나도 헌터 후보생이 되었는데 단련을 하지 않을 수는 없지. 돌아가는 길에 뛰기라도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 생각하니 몸이 근질근질하다. 처음엔 곱게 다린 교복에 주름이 가는 것이 싫어 천천히 뛰어갔지만, 어느새 흥이 올라 전력질주로 동네를 박차기 시작한다.

쿵쿵 거리는 커다란 발소리가 동네를 온통 메워 새벽을 깨웠다.

지메일 뒤지는데 발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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